저자가 2005년 펴낸 ‘글로벌 경영 환경 10년 후 시나리오(World out of Balance)’가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거시적 트랜드를 유형화하여 쉽게 설명하였다면, 본 저서에서는 복잡성과 변화의 속도가 한층 높아진 지금, 미래의 청사진을 만들어가는 능력을 어떻게 키워갈 것인지에 대해 얘기해 주고 있다.
1989년 11월에 동서독의 자유왕래가 실현되었다. 그러나 그 두 달 전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서독 국민의 56%가 30년 내에 통일을 불가능하다고 보았다. 그 해 10월 서울을 방문한 빌리 브란트 전 서독 총리는 유럽통합이 이루어진 다음에야 독일 통일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베를린 장벽은 보름 뒤에 무너졌고, 유럽통합은 10년이 지난 다음에 이루어졌다. 이렇게 미래 예측은 어려운 것이다.
지금은 엄청난 격동의 시대이며 불확실성의 시대이다. 유럽의 주변국 부채문제는 언제고 유럽 전역으로 확산될 소지가 있다. 미국도 경제적 자신감에 양적완화를 축소하고 있지만 그 후유증에 대한 우려가 존재하고 있다. 중국도 개혁이 쉽지 않으며 부동산 거품과 금융권의 부채 등은 문제로 자리하고 있다. 중국, 일본간의 영토갈등과 미중간의 주도권 다툼도 우리를 불확실성으로 내몰고 있다. 게다가 남북통일은 언제 소리 없이 올지 모른다. 하나같이 우리 삶에 강한 충격을 줄 요소들이다.
이럴 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대응능력이다. 저자인 폴 로디시나(Paul Laudicina)도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하려고 욕심부리지 않는다. 저자는 20년 넘게 기업의 CEO들과 교류하면서 성공사례 못지않게 실패사례도 많이 봐 왔다. 그 결과 이 책은 딱 근거만큼 주장하면서, 어떠한 상황에 접하더라도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을 키워나가는 방법을 제시해 주고 있다. 항상 넓게 보고 멀리 보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다양한 사례를 통해 우리들의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 시카고 대학교는 설립한지 100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누구보다도 노벨상 수상자를 많이 배출했다. 기존의 엘리트 대학교들과 경쟁하기 위해 똑똑한 괴짜, 구습 타파주의자들을 받아들이려고 노력한 결과이다. 1960년대 제일 막내 석유기업인 쉘은 임직원들의 시야를 넓게 가져가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한 결과 지금은 선도기업으로 거듭났다. 세계 최고의 휴대폰 기업인 노키아는 좁은 시야를 가진 바람에 하루 아침에 몰락의 길을 걷게 되었다. 우리가 밤하늘에 북극성을 보고 있지만 그 빛은 지금의 북극성 빛이 아니고 먼 옛날에 만들어진 빛을 보고 있는 것이다.
빛처럼 빠르게 변화하는 이 시대에, 과거의 빛을 보면서 미래의 빛을 만들어 가기 위해서 저자는 시나리오 기법에 기반한 체계적인 분석을 권하고 있다. 나아가 기업의 경영진뿐만 아니라 직원들의 다양한 시각으로도 이 분석된 결과를 재점검해보기를 권한다. 다양한 분야의 시각이 통합되면 현재의 방향성이 검증되고 한층 정교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가 40여 년간의 거시변수 연구, 정부정책 수립, 전략 컨설팅, 기업 경영 경험을 통해 터득한 가이드이다.
기업인은 물론 공직자, 학생, 교수 등 누구에게나 이 책은 도움이 될 것이다.


홍 석 우
AT커니 코리아 상임고문 / 前 지식경제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