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눈을 뜨면 밝음이 보이고, 눈을 감으면 어둠이 보인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인데, 마음은 무엇이고 마음은 어디에 있는가. 행복, 기쁨, 사랑, 평화, 이해, 분노, 탐욕, 어리석음, 다툼, 두려움, 이 모든 것을 다 가지고 있으면서 ‘나’를 살아가게 하는 존재, 이것이 마음이다. ‘나’는 언제나 평온하기를 원하지만 단 한 순간도 ‘나’를 그냥 놔두지 않는 것, ‘내 것’이면서도 ‘내’가 어쩌지 못하는 것, 단 한 순간도 멈춤 없이 ‘나’를 괴롭히고 ‘나’를 힘들게 하지만 없다면 ‘내’가 더는 ‘나’일 수 없는 것, 도저히 버릴 수 없는 것, 마음이란 그런 것이다.
2)..........불안한 마음이라는 것은 참된 본래 모습이 아니다. 그저 실체가 없는 환상에 사로잡혀 생기는 마음이다. 어두운 밤길이 불안한 것은 어느 순간에 귀신이라도 나타날지 모른다는 환상 때문이다. 환히 불을 밝혀 환영을 없애면 평온해지지 않는가. 불안이란 살아가면서 스스로 만드는 이기와 탐욕이 본래 평온하고 평화로운 성정을 해치며 허상을 그리는 것일 뿐이다. 무엇인가에 집착하는 순간 마음은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어느 찰나마다 변화하여 사라지고 마는 색깔이나 냄새처럼 실체가 없는 불안을 밖에서 찾으려 해서는 안 된다. 누군가 나의 불안을 구원해 줄 거라는 믿음은 괴로움만 더할 뿐이다. 오직 마음의 집착에서 비롯되어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그 마음을 깊이 살피고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을 때 불안은 사라진다. 그러므로 항상 직시해야 한다. 나의 불안은 어디에서 왔는가, 나는 무엇에 집착하고 있는가. 늘 깨어서 마음을 살피면 불안이 들어설 자리는 없다.
3)하늘의 허공은 아무리 두드려도 메아리를 울리지 않는다. 억지로 옳고 그름을 가리지도 않는다. 바른 자리를 찾는 사람의 마음이라면 허공과 같아야 한다. 사방에 막힘없이 툭 트이고 끝이 없는 그 자리에 어떻게 시비가 일겠는가. 시비가 일지 않으니 권력이나 폭력, 어떠한 강제적인 힘에도 굽힐 것이 없다. 그러한 것들이 두려운 이유는 마음에 무엇인가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권력을 가진 사람에게 잘못 보여 손해를 보지나 않을까’, ‘권력을 가진 사람에게 잘 보이면 이익을 얻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가득 차 있으니 권력이 두려운 것이다. 이런 생각들을 비우면 제아무리 큰 권력, 무지막지한 폭력도 두려울 일이 없다. 마음공부를 하는 자의 마음은 모름지기 텅 비어 끝없는 허공과 같이 의연하고 당당해야 할 일이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