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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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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눈

: 빗소리가 어떻게 풍경을 보여주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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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3년 05월 31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288쪽 | 645g | 160*230*20mm
ISBN13 9788994963846
ISBN10 8994963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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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1장 악보 읽기
릴리언을 진찰해보니 색이나 모양 맞히기, 운동이나 깊이 인식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다른 영역에서는 큰 문제가 나타났다. 이제는 각각의 문자나 숫자도 알아볼 수 없었다(문장을 완전하게 쓰는 데는 여전히 아무 어려움도 없었다). 그녀에게는 시각 실인증[인식불능증]도 있어서, 내가 그림을 보여주고 알아맞히라고 하면 그림을 그림으로 인식하는 것조차 어려워했다. 인쇄된 줄이나 하얀 여백을 그림이라고 생각하는 일도 있었다. _20쪽

벽에 붙어 있는 눈에 띄는 그림은 분명하게 분간해내지 못하면서, CD에 인쇄된 손바닥만 한 자기 사진은 한눈에 알아보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가? 가느다란 초록색 완력기는 알아보면서, 어떻게 그것이 놓여 있던 소파는 보지 못하는, 아니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 가능한가? 그런데 그러한 모순은 그전에도 무수히 많았다. _34쪽

릴리언이 피아노 앞에 앉아 어떤 곡을 연주했다. 나로서는 귀에 익은 듯하면서도 낯선, 아리송한 음악이었다. 하이든의 4중주곡인데, 2년 전 라디오에서 듣고 반해서 꼭 한 번 직접 쳐보고 싶었던 음악이었다고 릴리언은 설명했다. 그래서 피아노곡으로 편곡했는데, 머릿속으로 하룻밤 사이에 완성했다고 한다. 실독증이 생기기 전에는 가끔씩 피아노 연주용으로 직접 악보를 그려 편곡하거나 원래 있는 악보를 보곤 했지만, 이것이 불가능해진 뒤로는 귀로도 전부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음악적 기억력이나 상상력은 전보다도 더 강력해져서 한 번 들으면 잘 잊어버리지 않을뿐더러 정신적으로도 훨씬 유연해져서 아무리 복잡한 곡이라도 마음에 담아두었다가 머릿속에서 재배열하거나 재생할 수 있는데, 예전 같으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9년 전에 시지각 장애가 나타난 뒤로도 릴리언이 음악 생활을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음악적 기억력과 상상력이 끊임없이 강해진 덕분이었다. _35쪽

2장 부활
… 사람들은 보통 (그리고 의사들도 너무나 자주) 실어증이라고 하면 한 사람의 내면과 사회적 삶을 완전히 파괴하는, 최악의 재난이라고 여긴다. 팻의 딸 다나와 라리도 들었던 이야기다. 조금 나아질 수는 있지만 어차피 평생 환자로 살아가야 할 것이라고, (팻에게는 삶의 정수 그 자체인) 파티도 대화도 화랑도 있을 수 없는, 시설 입원 환자라는 닫힌 삶을 살아갈 것이라고 의사들은 이야기했다.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나 접촉을 주도적으로 시작하기 어려운 실어증 환자들이 만성질환 병원이나 요양원에 입원했을 때는 각별한 위험한 요소가 있다. 각종 요법은 받을 수 있겠지만, 환자들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사회생활이 없어서 수시로 차단된 느낌, 강렬한 소외감을 느끼는 것이다. 하지만 (카드놀이, 쇼핑 외출, 영화나 연극 관람, 춤이나 스포츠 등) 언어가 필요하지 않은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여 환자들에게 익숙한 활동과 인간관계를 제공한다. ‘사회적 재활’이라는 밋밋한 용어가 사용되기도 하지만, 정말로 환자들이 경험하는 것은 (디킨스의 표현을 빌리자면) ‘부활’이다. _52∼53쪽

실어증 환자들은 진짜 언어의 문법이나 구문적 요소가 없어도 통하는 손짓과 몸짓을 아낌없이 사용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복잡한 의미나 주장을 전달하기에는 (귀가 들리지 않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수화와는 달리) 너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팻은 이러한 제한성에 매우 분노했다. 그러다가 언어병리사 제네트 윌컨스가 팻이 문장 전체는 읽지 못하지만 개별 단어는 인식한다는 사실(심지어 팻의 어휘력이 상당히 방대하다는 사실)을 발견하면서 큰 변화가 일어났다. 제네트는 회복이 시작된 다른 실어증 환자들에게서도 이 점을 발견하면서 이들을 위한 일종의 어휘집을 고안해냈다. 낱말을 물건, 사람, 사건의 범주로 배열하고 기분과 감정 범주까지 포함한 책이다. _57쪽

3장 문필가들
2001년 7월 31일 자 「글로브앤드메일」은 평소와 다름없이 사진과 큼직한 머리기사에 작은 사진 설명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유일하게 다른 점이라곤 그 안에 쓰인 내용을 더이상 읽을 수 없다는 것이었죠. 글자는 분명히 어린 시절부터 익히 읽어온 26포인트 크기였어요.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키릴문자로 보였다가, 한글로 보였다가 했죠. 세르비아-크로아티아판 「글로브」인가? 수출용으로 제작한? … 아니면 누가 나한테 만우절 농담이라도 치는 것인가? 이런 짓 잘하는 친구가 몇 있긴 한데…. 대체 이 바보 같은 노릇을 어떻게 하면 좋단 말인가? 저는 다른 가능성도 생각해보았습니다. 「글로브」를 뒤적이며 안쪽도 앞면만큼 이상해 보이는지 살펴보았어요. 구인란과 만화도 보았죠. 그것도 읽을 수 없었어요. … 벽돌에 얻어맞은 것처럼 당황했어요. 하지만 나는 이성적으로, 흔히 있는 일을 대하듯 차분했어요. “누군가의 장난은 아닌 듯하니, 그렇다면 남는 것은 뇌졸중이군.” _71∼72쪽

샤르코의 환자는 허공에 글자를 쓰는 방법으로 ‘읽기’ 능력이 빠르게 향상되었고 3주 만에 읽는 속도가 거의 여섯 배나 빨라졌다. 그 환자는 이렇게 말했다. “인쇄된 글이 필기한 것보다 읽기 어려운데요, 필기물은 제가 그 글자를 머릿속에서 오른손으로 다시 써보기가 쉽기 때문입니다” (샤르코는 “인쇄물을 읽을 때는 손에 펜을 들고 있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샤르코는 이렇게 강조했다. “간단히 말해서, 이 환자는 손으로 쓰는 행동을 통해서만 읽기를 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워드는 읽는 동안 손을 움직여서 눈으로는 인식되지 않는 낱말과 문장의 윤곽을 따라갔으며, 이러한 행동이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경우도 많았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읽기를 할 때 혀도 움직이기 시작한 점인 데, 글자의 형태를 치아나 입천장으로 그려보는 행동이다. 이렇게 하여 읽는 속도가 상당히 빨라졌다(하지만 예전 같으면 하룻밤에 읽어치울 수 있는 책을 읽는 데 한 달 남짓 걸렸다). 이렇듯 하워드는 감각기관과 운동기관의 연금술이라 할 법한 놀라운 전략 운용으로 읽기를 일종의 쓰기로 대체했다. 요컨대 혀로 읽는 셈이었다. _95쪽

4장 얼굴맹
내 나이 일흔여섯인데, 평생 보완책을 찾았지만 사람의 얼굴이나 장소를 알아보는 어려움은 줄지 않았다. 특히 맥락에서 벗어난 상황에서 마주치는 사람이라면 5분 전에 본 얼굴도 까마득하게만 느껴진다. 그런 일이 정신과 예약이 있던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났다(당시 나는 몇 해째 그 의사에게 일주일에 두 차례씩 상담 치료를 받고 있었다). 진료실을 떠난 지 몇 분 뒤에 병원 건물의 복도에서 수수한 옷차림의 어떤 남자가 나에게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처음 보는 사람인데 어째서 나에게 아는 체하는지 갸웃하는데, 문지기가 그의 이름을 부르면서 인사하는 소리를 듣고 깨달았다. 그는 나의 상담 의사였다. __102∼103쪽

지난 수십 년에 걸쳐 뇌의 가소성, 즉 결함이 있거나 손상된 뇌 부위의 기능을 뇌의 일부 혹은 시스템이 대신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하지만 얼굴 실인증이나 지형 실인증에는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지 않는 듯하며, 보통은 나이가 든다고 약화되지 않는다. 따라서 얼굴 실인증을 겪는 사람들은 비상한 수완과 창조적 전략을 발휘하여 그러한 결함을 우회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특이하게 생긴 코나 수염, 안경 혹은 의복 형태 따위의 특징을 잡아내는 것이다. 얼굴 실인증을 겪는 많은 사람이 목소리나 자세 혹은 걸음걸이로 사람을 인식하는데, 물론 (학교에서 만나는 사람이면 제자일 것으로 예상하고, 사무실에서 마주친 사람이면 직장 동료일 것으로 예상하는 등) 맥락에 따른 예상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한 전략은 의식적이거나 무의식적으로도 발동하여 증세가 심하지 않은 얼굴 실인증 환자들은 자신의 얼굴 인식 능력이 실제로 얼마나 형편없는지 잘 의식하지 못해서 (예를 들면 머리카락이나 안경 같은 부수적 단서를 제거한 사진 테스트 등의) 검사를 통해 그러한 사실을 알면 화들짝 놀라곤 한다. _109∼110쪽

이사벨 고티에가 이끄는 밴더빌트대학 연구진은 자동차 전문가 그룹과 야생 조류 관찰 전문가 그룹을 일반인 그룹과 비교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에서는 모든 그룹이 얼굴 사진을 볼 때 방추상 얼굴 영역이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자동차 전문가들이 특정 자동차를 알아맞힐 때와 조류 관찰자들이 특정 새 이름을 알아맞힐 때도 이 영역이 활성화되었다. 방추상 얼굴 영역은 주로 얼굴을 식별할 때 활성화되었지만, 그 일부는 훈련을 통해 다른 범주의 개별 항목을 식별할 때도 활성화시킬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안타깝게도 얼굴 실인증을 겪는 조류 관찰가나 자동차광이라면 새 이름이나 차 모델명을 알아내는 능력도 상실할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_122쪽

5장 수 배리의 입체 시각
그는 안구에서 다량의 출혈이 일어나서 한쪽 눈의 시력을 거의 잃었다. 단안 시력으로 단 하루를 보낸 뒤 그는 이렇게 적었다. “사물이 보이지만 식별되지 않는 것이 많다. 물리적 위치를 파악하는 기억력을 상실했다. … 집무실이 엉망이다. … 2차원 세계로 떨어지고 나니, 뭐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가 없다.”
다음 날 그는 이렇게 썼다. “단안으로 보는 세상은 양안으로 보던 것과 전혀 다르다. … 접시의 고기를 썰자니 기름과 연골을 알아볼 수 없어서 어떻게 잘라내야 할지 모르겠다. … 2차원으로만 존재할 때는 기름인지 연골인지 식별되지 않는다.” _139쪽

35일을 겪은 뒤 그의 결론은 “날이 갈수록 단안시에 적응해가고는 있지만, 남은 생을 이렇게 산다는 것은 상상이 되지 않는다. … 양안 입체시의 깊이 지각은 시각 현상이 아니라 하나의 삶의 방식이다. … 2차원 세계의 삶은 3차원 세계의 삶과는 아주 다르며 많이 모자라다.” 몇 주가 지난 뒤 로마노 박사는 단안시 세계에 더 익숙해졌지만, 아홉 달 뒤 마침내 입체시를 회복했을 때는 말할 수 없는 안도감을 느꼈다. _140쪽

그녀는 사팔뜨기로 자라서 두 눈이 함께 움직이지 않아 한 번에 한 눈씩, 두 눈을 무의식적으로 아주 빠르게 번갈아가면서 본다. 그렇게 하는 것이 불리한 점이 있는지 물으니 수는 아무 문제 없다고 말했다. 차를 운전하고 소프트볼을 하고 남들이 하는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 깊이는 다른 사람들처럼 제대로 보지 못하지만, 다른 단서를 활용하면 판단할 수 있으므로 다른 사람들하고 다를 바 없다. _145∼146쪽

수는 2002년 2월 12일에 프리즘을 부착한 안경을 새로 맞췄다. 이틀 뒤에는 루지에로 박사와 눈 운동 요법을 시작했다. 양쪽 눈이 각각 다른 이미지를 보게 하는 폴라로이드 안경을 쓰고 두 이미지의 융합을 시도하는 훈련은 긴 시간이 걸렸다. 처음에는 ‘융합’이 무슨 뜻인지 두 이미지를 어떻게 한데 섞는다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몇 분 정도 해보고 나니 한 번에 1초씩밖에는 안 되지만 융합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수는 실제로 한 쌍의 입체 그림을 보면서 그 깊이감을 인지할 수 없었다. 그런데도 한 단계 진전이 있었는데, 루지에로 박사는 이를 ‘평면융합’이라고 불렀다.
수는 눈의 정위를 더 길게 지속할 수 있다면 평면융합만이 아니라 입체융합까지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루지에로 박사는 이미지를 찾는 힘을 안정시키고 시선을 유지하는 훈련 과제를 내주었고, 수는 집에서 부지런히 연습했다. 사흘 뒤,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오늘 저희 집 부엌 천장에 매달려 있는 가벼운 고정물이 달리 보인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 고정물이 저와 천장 사이 어딘가에 있는 것으로 느껴졌어요. 가장자리는 더 둥글게 느껴졌고요. 미세하지만 확연한 변화였습니다.” _150∼151쪽

수에게는 분명 입체시가 기존의 시지각 세계에 쓸데없이 혹은 의미 없이 덧붙은 추가물이 아니었다. 수는 잠깐 혼란을 겪었을 뿐 이 새로운 경험을 임의적인 추가물이 아닌, 이미 있는 시지각을 풍요롭고 심오하게 만들어주는 즐거운 자연의 선물로 기꺼이 받아들였다. 하지만 ‘풍요’나 ‘심오’ 같은 어휘는 자신이 획득한 입체시를 제대로 정의하지 못한다고 느꼈다. 그것은 수량적 증가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 전적으로 새로운 것이었다. 수는 입체시가 사람마다 다르다고 주장한다. 이 주관적 차이는 사진이나 영화, 그림 같은 2차원적 표현으로도 확장된다. 수는 이들 매체가 훨씬 ‘사실적’으로 느껴진다. 새로이 입체시가 활성화되어 여태껏 상상할 수 없었던 공간을 상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_162쪽

6장 잔상: 일기
“흑색종입니다.” 그는 확진했지만, 이어서 안구 흑색종은 전이되는 경우가 드물다고 말했다. 눈 이외의 부위로 퍼질 확률은 극히 낮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 종양을 치료하지 않고 그대로 눈에서 자라도록 놔둘 수는 없다고 했다. 상당히 최근까지 권장하는 조치는 안구 전체를 제거하는 수술이었지만(에이브럼슨 자신도 오랫동안 무수히 적출술을 시술했다), 지금은 방사선 치료도 적출술만큼이나 효과가 있어서 눈과 남은 시력을 그대로 살린다고 했다. _172쪽

3월에 에이브럼슨 박사가 레이저 방사선 치료를 한 뒤로 2주 만에 마침내 부종이 가라앉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오른쪽 눈의 시력도 안정되었고, 상 일그러짐과 빛에 대한 민감한 반응도 점차 사라졌다.
하지만 색 지각 이상은 사라지지 않았다. 양쪽 눈을 함께 사용할 때는 (상 일그러짐과 달리) 뚜렷하지 않다. 잘 보이는 눈을 감으면 갑자기 다른 색에 홍조나 난반사가 일어나는 희한한 증상도 있었다. 예를 들어 오른쪽 눈으로 초록 이파리에 에워싸인 옅은 자줏빛 꽃을 보면, 둘레의 초록빛이 꽃의 빛깔을 잠식하여 꽃과 이파리 전체가 초록빛으로 변하는 현상이다. 히아신스가 가득 핀 들판을 보면서 왼쪽 눈을 감으면 파란 히아신스가 초록으로 변해서 주변의 초목과 분간이 되지 않았다. (보였다 안보였다 하는) 속임수 마술처럼 양쪽 눈이 각각 다른 세계를 지각하는 것은 굉장히 특별한 경험이었다. _194∼195쪽

덤불 같은 작은 뭉치가 시야를 뒤덮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 두 눈을 뜨고 있을 때도 이런 환영이 나타나곤 한다. 그런가 하면 체커판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대개는 흑백이지만 가끔은 희미하게 컬러로 나타난다. 체커판의 크기는 내가 그 판을 어디에 ‘투사’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내가 15센티미터 거리의 종이를 보고 있었다면 체커판은 우표만 해지고, 천장을 보고 있었다면 30제곱센티미터 크기가 된다. 길 건너 하얀 담장을 보았다면 체커판은 상점 진열장만 해진다. 직선 체커판, 곡선 체커판이 나타나는가 하면, 쌍곡선에 가까운 형태일 때도 있다. 체커판 하나가 분열을 일으키거나 증식해서 작은 체커판 열 몇 개가 종렬이나 횡렬로 늘어서는 경우도 있다. 복잡한 쪽매붙임 혹은 모자이크 환영도 흔히 나타나는데, 기본적인 체커판 형상이 변형되거나 정교해진 것으로 보인다. 이런 환영은 이 형상에서 저 형상으로 끊임없이 변하는 만화경 같은 변화를 보인다. _206∼207쪽

두 해를 입체시 없이 지냈더니, 이제는 꽤 정상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사람들과 악수하고 포도주 따르는 법을 익혔으며, 층계도 극복했다. 자전거도 다시 타고, 운전도 시작했다(지각은 움직임으로 보완된다는 사실, 내가 지각하는 세계는 2차원이지만 실제로 살고 있는 세계는 3차원이라는 사실, 그리고 운동 시차가 가능하게 만들어준 활동들이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착시와 기이하게 융합되는 상을 ‘뚫고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시지각 세계의 기본이 되는 요소를 빼앗겼다는 느낌, 세계가 다시는 예전처럼 보이지 않을 것이며 제대로 보이지 않을 것이라는 느낌은 바꿔놓지 못한다. 내 앞에 펼쳐지는 시각적 세계는 완전히 틀렸다. 나는 이 세계가 예전에는 어떻게 보였는지, 어떻게 보여야 하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_216∼217쪽

7장 마음의 눈
인지신경학에서는 지난 몇십 년 사이에 사람의 뇌가 통념만큼 불변적인 장치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이 분야의 선구자 헬렌 네빌은 언어를 배우기 전에 귀가 들리지 않은 사람들(즉, 선천적 농아나 2세 이전에 농아가 된 사람)의 뇌에서 청각을 담당하는 부분이 퇴행하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이들의 청각 기관은 살아서 기능을 수행하는데, 다만 그 기능과 활동이 새로운 범주, 즉 시각 언어를 처리하는 기능으로 변신한다. 네빌의 용어로 말하자면 ‘재할당’된 것이다. 선천적 맹인이나 아주 어려서 맹인이 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보면, 시각피질의 일부 영역이 재할당되어 청각과 촉각을 처리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_232∼233쪽

… 이러한 표상화 능력은 실명한 사람으로서는 도무지 가능할 것 같지 않은 일까지도 가능하게 해주었다.
“저는 우리 집 다중 박공지붕의 홈통 전체를 저 혼자 힘으로 교체했습니다. 정밀하게 반응하는 정신적 공간의 힘만으로요.” 그는 이렇게 썼다. 나중에 토리는 이 일에 대해 덧붙이기를, 눈도 보이지 않는 사람이 (한밤중에) 지붕 위에 혼자 올라가 있는 모습을 보고 이웃 사람들이 몹시 놀랐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물론 어둠은 그에게는 아무 상관이 없지만).
그는 새로 강화된 시각 표상 능력 덕분에 예전에는 가능하지 않았던 관점을 갖게 되었으며, 기계 같은 장치의 내부, 해법과 모형, 설계를 그려볼 수 있게 되었다고 느꼈다._235∼236쪽

나는 지금까지 맹인 네 사람의 회고록을 읽었는데, 이들의 시각 경험에 대한 기술이 놀라울 정도로 달랐다. “심맹” 상태에 묵종했던 헐, “강박적 시각화”를 통해 촘촘한 내면의 시각 세계를 건설했던 토리, 충동적이며 문학적이라 할 만한 시각적 자유와 놀랍고도 특별한 공감각 능력을 지닌 텐베르켄, 그리고 스스로를 “시각적 맹인”으로 여겼던 루세랑…. 세상에 전형적인 실명 경험이라는 것이 있기는 한가? _243∼244쪽

데니스는 다른 감각 기능이 강화되면서 사람들이 자신을 표현하는 말의 미묘한 뉘앙스를 감지하는 능력이 향상되었음을 이야기한다. 그는 많은 환자를 냄새로 알아볼 수 있으며, 사람들 스스로도 자각하지 못하는 긴장감이나 불안 상태를 간파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한다. 그는 시력을 상실하여 사람들의 겉모습이나 태도를 보지 못하게 된 뒤로 오히려 다른 사람들의 감정 상태에 훨씬 민감해졌다고 느낀다. 사람들은 대부분 겉으로는 자신의 모습을 숨기기 때문이다. 반면에 목소리와 냄새는 사람의 깊은 속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실명과 함께 다른 감각 기능이 강화되면 많은 부분에서 매우 놀랍게 적응하게 되는데, 청각이나 촉각 단서를 이용하여 공간과 사람 혹은 그 안에 있는 물체의 모양이나 크기를 지각하는 능력인 ‘안면시’도 이에 포함된다. _260∼261쪽

여기에 내가 풀 수 없는 (그러나 기분 좋은) 역설이 하나 있다. 경험과 기술 사이에, 세계를 직접 경험해서 얻은 지식과 무언가를 매개로 얻은 지식 사이에 근본적인 차이가 있는 것이 맞다면, 언어는 어떻게 그렇게 강력한 힘을 발휘할까? 가장 인간적인 발명품인 언어는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 않은 것을 가능하게 만들어준다. 언어가 있기에 우리 모두가, 그러니까 선천적으로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까지도, 다른 사람의 눈으로 세계를 볼 수 있지 않은가. _267쪽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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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간의 경과에 의해 재판매가 곤란한 정도로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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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피해보상
  •  상품의 불량에 의한 반품, 교환, A/S, 환불, 품질보증 및 피해보상 등에 관한 사항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공정거래위원회 고시)에 준하여 처리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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