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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약용, 조선의 정의를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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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약용, 조선의 정의를 말하다

: 흠흠신서로 읽은 다산의 정의론

김호 | 책문 | 2013년 05월 1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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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3년 05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360쪽 | 538g | 152*225*30mm
ISBN13 9788931576542
ISBN10 8931576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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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김호
서울대학교 국사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허준의 동의보감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 후 서울대학교 규장각 책임연구원과 가톨릭대학교 교양교육원 교수를 거쳐 현재 경인교육 대학교 사회교육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저자는 박사논문을 바탕으로 《허준의 동의보감 연구》를 출간한 뒤 《원통함을 없게 하라》, 《조선의 명의》 등 여러 권의 책과 〈奎章閣 소장 檢案의 기초적 검토〉, 〈100년 전 살인사건-검안을 통해 본 19세기 사회사〉 등 관련 논문을 여러 편 썼다. 대학원 시절 검안 기록을 읽으면서 조선의 죄와 벌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후 조선의 성리학과 법을 둘러싼 철학적 긴장을 고민하게 되었고, 근래 본격적으로 다산 정약용의 경세론과 법학을 연구하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다산의 형법서인 《흠흠신서》를 통해 ‘다산이 말하는 정의란 무엇인가’를 고찰하고자 했다. 조선 성리학의 정치 기획이 한계를 드러내고 있었던 18세기에, 다산은 성리학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서라도 변통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하고 여러 가지 대안을 모색했다. 도덕정치에 충실하려는 정조의 판결과 이에 대한 다산의 ‘동의와 비판’은, 정의를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의 산물이다. 저자는 다산의 명쾌한 논리와 치열한 고민을 연구하면서, 정의가 흐릿해지고 금권이 판을 치는 세상에 정의의 신념이 뿌리내리도록 하겠다는 포부를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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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의 눈에는 스스로 억울함을 말하지 못하는 백성들이 어디가 아픈지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병든 아이처럼 비쳐졌다.
그는 백성들이 소송을 통해 억울함을 해결하지 못하는 이유를 세 가지로 정리했는데, 첫 번째 이유는 주먹이 법보다 가까웠기 때문이었다.
“촌백성들이 원통함을 호소하려고 해도, 그 일이 권세 있는 아전이나 간악한 향리와 관련되어 있을 경우에 노여움을 살까 봐 겁이 나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백성들이 모호하게 말하는 바람에 한결같이 앞뒤가 맞지 않게 들리니, 이것이 바로 백성들이 억울한 일이 있어도 입을 다물게 되는 첫 번째 이유이다.”
권세 있는 자들 때문에 고통과 억울함을 감히 말하지 못하는 백성들을 말 못하는 어린아이에 비유한 다산은, 백성들의 호소를 부모가 자식 대하는 마음으로 들어 주어야 한다고 보았다. ---「제1장 목민관의 임무와 자세」

다산은 조선의 법 집행이 용서와 관용만을 앞세우거나 사건 조사를 정확하게 하지 않는 바람에, 응당 벌을 받아야 할 자를 처벌하지 않음으로써 정의구현에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물론 그렇다고 다산이 엄벌을 능사로 여기거나 자살에 대한 책임을 지우려는 데 골몰한 것은 절대 아니었다. 그는 진정 정의로운 정치란, 사건을 먼저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조사한 뒤에 엄한 형벌과 관용을 적절하게 베푸는 데서만 가능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제6장 정확한 사건 조사가 필수이다」

“옥사는 인명과 관련이 있으니 최선을 다해 판결해야 할 것이다. 최근에 덕을 베풀어야 한다는 이야기에 미혹되어, 다들 죄 있는 자를 풀어주는 등 천박한 풍습에 사로잡혀 있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들의 그릇된 판결 때문에 선량한 자들이 원통함을 품게 된 것은 생각하지 않으니 이는 가장 나쁜 일로서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사람을 불쌍히 여겨 그냥 넘어가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용서할 수 없는 죄를 저지른 경우라면 마땅히 의로써 판결해야 한다.” ---「제13장 법이란 정확하고 또 정확해야 한다」

조선 후기에 사적인 복수의 범람을 누구보다 우려한 이가 바로 다산 정약용이었다. 그는 사적인 복수 대신 국가의 공적 처벌을 누누이 강조했다. 그렇다고 해서 다산이 국가의 공적 처벌만을 인정하고, 모든 사적 복수를 금지했다고 오해해서는 안 된다. 다산은 복수의 조건을 갖춘 경우라면 이를 허용함으로써 유교사회의 윤리와 도덕의 근거가 훼손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나친 사적 폭력은 사회를 위태롭게 하지만 정의로운 폭력은 사회를 건강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제멋대로 남을 죽여서는 안 되지만, 아버지의 원수를 갚는 일처럼 정의로운 폭력[殺而義]이라면 문제될 게 없다고 본 것이다. 이것이 바로 다산의 복수론의 핵심이다. ---「제17장 복수의 조건」

영조는 아들 사도세자의 광증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렸을까? 사실 아들을 죽이려는 아버지를 찾기란 하늘에 별 따기만큼 어렵다. 설사 아들이 자신을 죽이려고 할지라도 같은 방식으로 대응하는 아버지는 사실상 없다는 얘기다. 영조 또한 마찬가지였는데, 그는 사도세자를 뒤주에 가두는 유배형을 내린 뒤 유배 중인 죄수가 반성하기를 바랐던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사도세자는 뒤주에 갇힌 상태에서 죽고 말았다. 영조의 후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은 이후 정치사를 복잡하게 만들었다.
정조는 사도세자가 광증을 보여 많은 문제를 일으켰지만 사형을 받을 정도는 아니었다고 보았다. 다시 말해서, 그는 노론 벽파들 일부가 영조를 충동질해 사도세자를 죽이도록 몰아갔다고 생각했다. 이 때문에 왕위에 오른 정조는 노론 벽파 가운데 사도세자의 죽음과 관련된 일부 인사들의 죄를 묻게 되었다. ---「제30장 미치광이 처벌」

조선 후기에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자신들이 감형의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고의로 사람을 죽이고도 과실이라고 주장하는 자들, 미치지 않고서도 광증이라고 주장하면서 처벌을 면하는 자들, 사람을 죽여 놓고도 정의로움을 주장하는 자들이 바로 그들이었다. 하지만 가장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 자들은 지방의 사족들과 왕실의 외척들이었다. 조선시대 지방 사족들의 횡포는 다산이 보기에 도를 지나친 상태였다. (중략) 특권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면 예외를 적용받을 수 있는 ‘특권층’을 매우 좁게 규정해야 한다. 다산은 아무나 특권을 주장하거나 요구하지 못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보았고, 이것이 바로 그가 ‘법 적용의 예외’를 주장한 이유이다.
---「제31장 맹자가 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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