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버스에는 고통스럽도록 감미로운 화면이 펼쳐진다. 오렌지빛으로 반짝이는 눈동자, 그리고 젖꼭지, 그가 나의 젖꼭지를 깨문다, 입을 굳게 다문 채 캔버스 위에서 잘근잘근 씹는다, 붓은 젖꼭지를 세우고 멀찍이 골반께로 옮겨간다, 음모에 불을 지르고, 물감이 나의 허벅지를 타고 흐른다, 욕망으로 몸이 무거워진다, 다리를 벌려 그를 위한 자리를 마련한다, 그가 내게 다가와 바지를 벗고 내 안에서 고통스럽게 벌어지고 있는 동굴을 채워주었으면. 시선을 내려 여자의 발 같은 부드러운 그의 발이 나에게 다가오는 것을 바라본다, 그는 나의 얼굴을 위로 들어올리고 붓을 물에 흔들어 그의 흰 풀오버에 쓱 닦는다, 그 자리에 붉은 얼룩이 남는다, 다시 움직이는 그의 붓질에 나의 목이 흠칫 떨고 붓은 미끄러져 나의 가슴을 훑어 내리더니 거칠게 보이지 않는 원을 그리며 젖꼭지 주변을 맴돈다, 빠르게, 점점 더 빠르게, 돌 하나가 물에 풍덩 빠져들기라고 한 것처럼 벌거벗은 나의 몸은 커다란 원이 되어버린다, 바닥 깊은 곳에서 다시는 그 진귀한 광석을 꺼내지 못하리라, 그리고 부드러운 붓모가 음모를 간질여 맹렬하게 펄럭이며 호흡하는 감미로운 불꽃으로 화한다, 그 시간 내내 그는 나의 육신에서 알아보기 어려운 하나의 색을 찾아내려 몰두해 있다, 그의 얼굴은 내 바로 앞으로 숨어들고 그의 한숨은 나의 무릎에 닿아 있다.
--- pp 83
왜 그는 털어버리지 못하는 걸까? 일생 동안 모은 굉장한 보물이라도 되는 듯 그 상처를 단단히 움켜쥐고 경계를 늦추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 네가 대체 뭘 잘못한 거지? 차분하고 듣기 좋은 안나트의 음성이 들린다, 나는 반발한다, 네게는 아무 것도 아닌 사소한 일이 그에게는 전혀 다르게 보이는 거야, 그는 그 일로 많이 다쳤어, 안나트가 웃는다, 그렇겠지, 그가 그걸 원했으니까, 상처를 불리고 불렸겠지, 그가 그 상처를 이용하고 있다는 걸 모르겠니? 죄의식의 불로 너를 고문하고 있다는 걸? 평생 동안 너는 그의 분노를 무마하며 살아야 해, 그 사람이 너의 심판관이라도 되니? 하지만 그는 나를 한번도 배신하지 않았어, 나는 그를 변호한다, 그리고 그가 얼마나 상처받기 쉬운 사람인지 넌 몰라. 상처받기 쉬운사람이라구? 그녀가 말한다, 그걸 내가 왜 모르겠니, 하지만 그런 사람이 왜 너에게는 그렇게 행동하지? 너 역시 상처받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왜 모르는 척 하는 거지? 그는 네게 죄를 일깨우려는 욕망에 사로잡혀 있고 너는 죄의식에 사로잡혀 있어.
--- pp 122~123
셋이서 처음 맞이한 겨울을 우리는 한 방, 한 침대에서 났다. 하루 종일 난방을 한 그 방에서 잠시라도 벗어나면 집 안의 나머지 공간은 너무 추워 마치 다른 나라에 온 것 같았다. 나는 노가가 우디의 벗은 배 위에서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는 침대로 서둘러 달려와 머리를 그의 팔에 누이고 손을 노가의 작은 엉덩이를 덮은 기저귀 위에 얹었다. 그리고 아이에 대한 그의 사랑에 둘러싸여 달콤하고 따스한 행복으로 빠져들었다. 세공이 잘된 거울처럼 우리는 아이에 대한 우리의 사랑을 두 배, 세 배로 다투어 반사했고 그 사랑의 불꽃은 다시 우리를 비추었다. 따사로운 애정과 보호에 대해 경이로운 감사를 느끼며 나는 우디에게 절대적인 신뢰를 바쳤고 그가 집을 비우면 어쩔 줄 모르고 불안했다. 노가와 함께 어린 아이가 되어버린 나의 귀에 그는 행복에 겨운 자장가를 속삭이며 등을 토닥였다. 그 충만한 행복은 대체 어디로 숨어버린 것일까? (...)
벌써 몇 년 동안 나는 그 몇달의 기억을 떠올리지 않으려 애쓰며 살아왔다, 지금은 지나치게 짙었던 그때의 감미로움이 숨막히게 느껴질 지경이다, 구토가 목으로 올라온다, 밤마다 욕조에서 아이의 몸을 꼭 잡고 비누칠을 하던 그의 손이 어떻게 하루아침에 아이를 발코니에서 떨어뜨릴 수 있었던 것일까? 아이가 기적처럼 회복되었을 때 나는 그가 아이를 만지는 것을 더 이상 원치 않게 되어버렸다, 나 없이 두 사람을 집에 두는 것도 할 수 없었다, 시커먼 낭떠러지가 나로부터 그를 갈라놓았다. 노가는 내 쪽에 있다, 나는 내 것인 작고 흰 아이의 몸을 꼭 끌어안았다. 우디는 놀라울 만큼 빨리 노가를 포기했다, 아이를 차지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 박사 과정 수료가 코앞이던 학업을 나와 한 마디 의논도 없이 중단하고 여행 가이드 과정을 밟더니 긴 여행을 위해 집을 비우기 시작하고 돌아올 때면 차갑고 낯선 얼굴이 되어 더 이상 팔을 벌려 나를 포옹하지도 않게 되었다.
--- pp 73~75
무거워진 몸을 일으킨다, 마치 하루가 다 지나가버린 듯 피곤하다, 그러나 밤이 되려면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아 있다. 발끝으로 걸어 침실로 간다, 침대 옆에 서서, 완전히 무방비 상태로 누워 있는, 더 이상 감출 것이라곤 없는 아름다운 그의 몸을 바라본다. 어린 시절, 피어나지 않은 꽃봉오리 같던 그 몸이 나의 몸보다 작던 그 무렵부터 나는 이 육체를 안다, 그 시절 그가 인도를 걸으면 나는 항상 조금 떨어져 차도에서 걷곤 했다, 우리의 그림자가 합쳐지는 것이 부끄러웠던 까닭이다, 나는 인도와 차도를 가르는 잿빛 음영에 신경을 쓰느라 상체를 앞으로 숙이고 그와 나란히 걸었다. 바로 이 육체가 자라 성숙해지는 것을 나는 지켜보았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 그는 나를 인도로 잡아당겨 팔을 나의 어깨에 둘렀고 나는 우리의 그림자가 완성된 그림을 이루는 것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나는 믿음과 의지로 마침내 삶의 실체를 손에 넣은 양 스스로 무척 자랑스러웠다.
그의 몸이 움직여주기를 바라며 그를 바라본다, 약간 말려진 이불이 그의 옆에 놓여 있고 독서등이 천진하게 그의 위로 머리를 숙이고 있다, 밤마다 그를 둘러싼 우리의 싸움이 마치 전혀 없었던 일이라는 듯. 불 좀 꺼주면 안 돼? 잠을 잘 수가 없어, 나의 부탁에 그는 신경질적으로 반응한다, 나 아직 책을 읽고 있잖아, 책을 읽지 않으면 잠들지 못하는 거 알면서, 그러면 나는 은밀히 그 독서등을 저주하며 합선이라도 일으키기를 바란다, 어쩔 때는 이불과 베개를 팔 아래에 끼고 방에서 나와 추방당한 자처럼 거실의 소파로 꺼져들기도 한다, 다음 날 아침이면 그는 예외 없이 선수를 친다, 또 내게서 도망친 건가? 사소한 꼬투리만 생겨도 내게서 달아나려는 거야, 당신이란 사람.
--- pp 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