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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뜨겁게 만드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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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뜨겁게 만드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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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03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400쪽 | 430g | 130*190*30mm
ISBN13 9791161303604
ISBN10 116130360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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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분, 아프면 다른 병원으로 가 보세요. 여긴 소아과입니다.”
차트를 넘기던 가을이 무심한 목소리로 읊조리자 그는 웃음기가 역력한 목소리로 답했다.
“창구에서 접수했으니 나도 환자입니다.”
틀린 말은 아니었으나 안타깝게도 이곳은 소아과였다. 서른넷의 건장한 사내가 찾아오는 병원이 아니란 뜻이다.
고개를 든 가을이 그의 깊은 눈망울을 보다 말고 긴 한숨을 내뱉었다.
남자의 육탄공세가 이어진 지 한 달이 지났다. 처음엔 한두 번 찾아오고 말 것이라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남잔 지친 기색도 없이 오늘도 자신의 앞에서 웃고 있다.
다른 여자였다면, 아니, 솔직히 말해 평범하게 첫 만남을 가졌다면 이 남잘 이토록 밀어내진 않았을 것이다. 그는 객관적으로 보아도 잘생겼고, 돈도 아주 많았다. 거기에 겪어 본 바론 성격도 나빠 보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좋은 쪽에 속했다.
그럼에도 이 남자에게 마음을 열지 못하는 것은 그의 행실 때문이었다. 안전을 추구하는 자신에게 있어 너무 잘난 남자는 칼로리 폭탄인 음식에 가깝다. 먹을 땐 맛있고 좋지만, 후에는 감당이 안 돼 후회하는.
그러니까 밀어내야 한다. 달콤하다고 무조건 입에 넣고 보면 분명 탈이 날 테니까.
“김현수 씨. 이거 엄연한 영업 방해예요.”
“야박하긴.”
서늘한 음성에 현수가 틱틱거렸다.
“해가을 선생님. 내가 귀찮죠?”
“아시면 이만 가 주세요.”
“싫어요.”
짧게 잘라 말한 그가 얼굴을 가을에게 바싹 들이밀었다. 하지만 가을은 뒤로 물러서는 기색 없이 그를 빤히 본다. 이미 익숙하다는 듯이. 그리고 바보 같게도 믿음 비슷한 것도 있었다. 그가 무례하게 입을 맞추지 않을 거라는 믿음 말이다.
역시나 예상대로 그는 일정 거리를 두고 멈췄다. 그러더니 가을을 빤히 보며 싱그럽게 웃는다.
“나랑 불장난하자니까요?”
“내가 왜요?”
보는 것만으로도 얼굴이 붉어지는 남자의 웃음에 가을이 당황한 얼굴로 뒤늦게 고개를 뒤로 뺐다. 얼굴을 밝히진 않았지만 몸의 반응까진 막을 수가 없었다.
그녀의 물음에 현수의 표정이 180도 변했다. 방금 전의 웃음은 모두 거짓이었다는 듯이. 가면을 홀라당 벗어 버린 남자의 웃음이 씁쓸해 입안이 떫어졌다.
“……반했으니까.”
반했다며 짓는 웃음이라고 하기엔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는 계절처럼 쓸쓸했다. 그럴 수밖에. 처음으로 첫눈에 반한 여자에게 계속 거절을 당하고 있는데 그 여잘 눈앞에 두고 있다고 하여 마냥 기쁜 마음만 드는 건 아니었다.
시선을 옮긴 현수가 가을을 본다. 순진한 눈망울을 보자 이 여자가 자신을 받아 줄 거라는 일말의 기대감보단 우울함이 몰려왔다.
“내가 해가을 씨에게 반했어요.”
나의 짝사랑은 결코 이루어지지 않겠구나.
그러한 생각을 하며.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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