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의사 와다 히데키 씨를 취재하기 위해 그의 자택을 방문한 일이 있다. 그런데 그의 서재에 들어가 보니 갖가지 종이가 널려 있었다. 그는 원고를 쓸 때 주변에 항상 정보지도를 펼쳐 놓는다고 한다. 컴퓨터 주변의 여유공간이나 보조책상위, 그리고 방바닥에 미리 철해 놓은 정보재료를 늘어놓는 것이다. 이는 요리의 달인이 조리장 주변에 미리 다듬어 놓은 재료를 늘어놓고 요리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와다 씨는 이렇게 말했다.

"이런 방법으로 원고를 쓰면 정보의 활용성이 높아진다. 이에 비해 컴퓨터 화면에 비친 디지털 정보는 정보의 활용성이 크게 떨어진다. 완성된 원고를 퇴고할 때도 원고를 카드처럼 책상 위에 늘어놓고 문장의 흐름이나 구성을 체크할 필요가 있는데, 컴퓨터 화면에서는 이런 일을 할 수 없다."

특정 정보만 사용할 때는 빠르고 손쉬운 인터넷 검색이 효율적이다. 그러나 특정 정보에 주변 정보를 부가하거나 복수의 정보를 종합하여 커다란 정보의 틀을 짜야 할 때는 활용도가 높은 종이 정보가 훨씬 더 효율적이다.

네덜란드 스키폴 공항의 남자 화장실에는 가짜 파리가 붙어 있는 소변기가 있다. 소변을 볼 때면 자신도 모르게 눈 앞의 표적에 조준하게 되는 심리를 이용, 화장실의 청결을 유지하도록 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장치이다. 무심코 간과하기 쉬운 이 사소한 심리를 어떻게 누군가는 기발한 제품으로 탈바꿈시킬 수 있었을까? 그것은 뛰어난 상상력의 소유자의 머리에서 '번뜩 떠오른' 아이디어에 지나지 않을까?<br/><br/>사실 '떠올랐다'는 말부터가 오해를 부르기 쉽다. 전혀 새로운 생각이 과학자의 머릿속에, 혹은 기획자의 책상 앞에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는 일은 있을 수 없는 법이다. 그보다는 평소에 보고 듣고 느낀 경험이나 그 이상의 고민과 노력들로부터 '얻어졌다'는 설명이 훨씬 정확할 것이다.<br/><br/>가령 그 재미있는 소변기를 고안한 사람은 장난감을 모으는 취미를 가졌거나 어린 아들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는 자상한 아버지인지도 모른다. 집안에 파리가 늘 들끓든가 반대로 지저분한 것은 질색인 사람일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사물과 사람과 일상을 대하는 모든 습관들이 -본인이 깨닫든 그러지 못하든- 그가 만든 모든 기획의 원천이라는 사실이다. 따라서 누구든 좋은 습관을 취하고 나쁜 습관을 버린다면 우리 눈 앞에 황금 기획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획력을 깨울 수 있다.<br/><br/>기획력을 깨우는 다섯 가지 습관<br/><br/><기획력을 깨우는 습관 혁명>은 자칫 생산의 노예가 되기 쉬운 기획자들을 창조의 주인으로 안내하는 지침서이다. 창조의 주인이 되기 위해서는 일상 생활 속에서 끊임없이 기획을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심지어 사소한 불편이나 불만, 아주 사적인 고민까지도 기획의 중요한 씨앗이 될 수 있기에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습관들을 반드시 익힐 필요가 있다.<br/><br/>우선 세상의 흐름보다 항상 반 걸음쯤 앞서가는 사고 습관이 중요하다. 지나치게 유능하기보다는 말이 많은 사람에게, 일만 하는 사람보다는 즐길 줄 아는 사람으로부터 좋은 기획이 나오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누구든 체험하지 않은 일을 머리로 이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줄이 길게 늘어선 식당이나 극장에는 기어이 끼어 들거나, 수다스러운 친구를 옆에 두는 것도 이 같은 한정된 관심사를 극복하는 좋은 방법이다. <br/><br/>둘째, 효율적인 정보수집 습관은 일에서 동떨어진 장소나 여가를 활용하는 데서 시작된다. 일본의 신간선이 샐러리맨을 죽인다는 말은 단지 빡빡한 출장 일정으로 혹사당할 것을 우려하는 것이 아니라 견문을 넓힐 기회가 박탈당할 것을 꼬집는 목소리였다. 기획자라면 출퇴근 시간이나 자주 가는 가게, 혹은 전화번호부에서도 시대의 흐름을 파악하고 사람을 관찰하는 노력을 소홀히해선 안 된다.<br/><br/>사람을 활용할 줄 아는 대인관계 습관 역시 기획자에게 다양한 기획 재료를 제공해 준다. 사람은 곧 가장 확실한 정보원이기에 기획자는 얼굴을 맞대고 나누는 대화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수많은 히트 상품들이 소비자들의 불만에서 태어났다는 점 역시 주목해야 한다. 아내나 자녀의 불평이나 술자리에서 쏟아지는 친구들의 불만에 귀를 기울이는 일은 그래서 중요하다.<br/><br/>기획자들은 또한 놀이감각이나 다른 히트 상품으로부터 히트의 에센스를 발견해내는 행동-발상 습관을 갖출 필요가 있다. 실제로 히트의 에센스가 업종의 벽을 넘나들며 또 다른 성공을 만들어 낸 예는 수없이 많다. 일회용 라이터는 일회용 카메라의 영역으로 확산되었고, 건강에 대한 관심은 충치의 원인이라던 검을 충치 예방 식품으로 탈바꿈시켰다. 따라서 주목을 받은 상품을 볼 때마다 그 이유를 생각하려는 습관은 '사람의 욕구'를 간파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br/><br/>끝으로 요구되는 분석-정리 습관은 발상을 방해하는 나쁜 습관으로부터 기획자를 지켜주고 자문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비난이나 실패를 두려워하거나 아이디어나 유행, 미디어 등을 주관 없이 막연히 좇는 기획은 실패하기 쉽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br/><br/>국내 Top 기획자들의 기획 노하우와 습관들<br/><기획력을 깨우는 습관 혁명>은 국내 Top 기획자들의 기획 노하우와 일상의 습관들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김동희(박카스 광고) 김상유(햇반) 이원근(위니아 딤채) 김건영(아트박스) 김성욱(음악도서관) 제품 개발과 동시에 모든 가정의 필수품이 되어버린 김치냉장고와 햇반의 기획자를 비롯하여, 박카스 광고로 2003년 광고대상을 거머쥔 광고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최고의 기획자로 손꼽히는 그들만의 비결들을 엿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