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아, 오늘 무스거 배웠니?”
“체육임다. 난 뽈 차는 게 젤 좋슴다. 내 동무 민구 있잖슴까? 그 동무가 아부질 압디다. 옛날에 일등 곱잡이랬다구.”
“하하하! 그 동무가 뭘 좀 아는구나. 그 동무하고 친하게 지내라.”
준이 아버지는 기분이 좋은 듯 어깨를 으쓱하곤 자전거 페달을 힘차게 밟았습니다. 자전거는 이리저리 꿀렁거리며 마을 길을 빠져나갔습니다. 미선이네 집에 가는 내내 준이와 준이 아버지의 이야기는 쉼 없이 이어졌습니다. --- p.16


“준이야! 아부지다! 아부지!”
그렇게 보고 싶던 아버지 목소리가 들리자 준이는 진짜 꿈만 같았습니다.
“아부지, 엄마가……, 엄마가…….”
준이는 눈물이 터져 나와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안다 준이야. 안다. 울지 마라 준이야.”
“내 잘못했슴다. 아부지랑 약속한 거 지키지 못했슴다.”
“일없다. 일없어 준이야. 그 아저씨 말만 잘 들으면 아부지랑 인차 만난다. 울지 마라 준이야, 인차 만난다.”
“아부지 너무 보고 싶슴다.”
“그래, 아버지도 우리 준이가 너무 보고 싶다. 너무…….”
준이도 준이 아버지도 이를 악물고 눈물을 참으려고 애셨지만 소용없었습니다. 그리고 통화가 끝난 뒤에도 준이와 준이 아버지는 휴대폰을 꼭 쥔 채 한참 동아 그리움에 사무친 눈물을 흘렸습니다.

동화 『크로싱』의 주인공인 준이는 축구 하기를 좋아하는 동네 장난꾸러기입니다. 왕년에 축구 대표 선수였던 자랑스러운 아버지와 자신을 끔찍하게 아껴주시는 엄마와 함께 사는 평범한 북한의 어린이지요. 같은 학교에 다니는 예쁜 친구 미선이를 좋아하는 우리나라의 여느 아이들과 다를 것 없는 친구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가 병에 걸리고, 북한에서는 그 병을 고칠 약을 구할 수 없게 되자, 준이 아버지는 약을 구하러 두만강을 건너 중국으로 가게 됩니다. 그러나 아버지는 돌아오지 않고, 준이는 홀로 아버지를 찾아 중국으로 떠나게 됩니다.
아버지를 찾아 나선 탈북 여정에서, 준이는 가족과 헤어져 꽃제비가 되어있는 미선이를 만나게 되고, 함께 붙잡혀 집결소에 갇히게 됩니다. 그러나 준이는 이에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어려움을 헤쳐 나갑니다.
준이는 아버지를 만날 수 있을까요?

탈북 가족의 감동실화를 어린이 동화로 엮다!<br/><br/> 동화 『크로싱』은 탈북자와 그 가족의 실화를 바탕으로 북한과 탈북에 대해 본격적으로 다룬 최초의 어린이 동화입니다. <br/> 뉴스를 통해서 접한 북한과 탈북에 관한 이야기들은 무겁고, 어둡기만 합니다. 하지만 우리 민족의 반쪽이 겪고 있는 아픔에 대해 우리 아이들도 그 실상을 제대로 알아야 하겠지요. 그들은 뿔 달린 빨간 도깨비도 아니고, 한없이 순박하고 천진한 하얀 양도 아닙니다. 10 여 년 동안 계속되는 굶주림에 지쳐 가족의 행복과 사랑마저도 잃을 듯 한 위기 상황에 놓여있는 우리의 동포입니다. <br/> 동화 『크로싱』은 굶주림과 병으로 사랑하는 가족과 헤어져야 했던 북한 소년 준이와 준이 아버지, 용수의 애타는 그리움과 안타까운 엇갈림을 어린이의 시선으로 따뜻하게 그린 어린이 동화입니다.<br/><br/>가장 가깝지만 가장 먼 나라 북한, 그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요? <br/><br/> 1945년 이후, 남과 북으로 나누어진 대한민국과 북한은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입니다. 2008년, 현재 이르러 ‘그 절반의 땅’ 북한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가깝지만 가장 먼 나라가 되어버렸습니다. <br/> 1996년 이후, 극심한 식량난을 겪은 많은 북한주민들은 가족의 죽음을 목격하고, 죽음의 선을 넘나들면서 까지도 하나 둘, 살던 땅을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우리는 민족의 절반이 겪고 있는 그러한 고통과 시련을 알지 못하거나 무관심합니다.<br/> 이제 우리는 그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왜 그들이 그곳을 떠나야만 했는지, 그들의 눈물과 사연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한민족의 비극적인 헤어짐 이후, 그곳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지독히도 무관심했던 우리, 이것이 ‘크로싱’의 시작입니다. 살기 위해 헤어질 수밖에 없었던 한 가족의 안타까운 엇갈림을 통해 ‘절반의 땅, 그곳’에 사는 그들의 눈물과 사연을 이야기합니다.<br/><br/>그림과 함께 읽는 북한 소년의 아빠 찾아 삼만리, 같은 듯 다른 재미난 북한말 여행<br/><br/> 동화 『크로싱』은 가족을 위해 탈북한 아버지를 찾아나서는 준이의 힘겨운 여정과 준이 가족의 따뜻한 사랑 이야기를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게 쉽고 재미있게 그렸습니다. 이야기와 함께 꾸며진 귀엽고 정감어린 그림들이 감동을 더해줍니다. <br/> 남과 북이 나뉘어진지 50년이 넘었습니다. 같은 말을 쓰지만, 같은 듯 다른 차이가 있습니다. 낯설지만 재미있는 북한의 축구 용어, 준이가 살고 있는 북한 함경도 지방의 사투리를 동화 『크로싱』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