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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채에 미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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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채에 미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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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1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352쪽 | 430g | 138*197*18mm
ISBN13 9788998791902
ISBN10 899879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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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50세 데뷔 후 나오키상과 시대소설 대상을 석권한 작가 이사이 마카테의 소설. 남편을 잃고 하녀가 된 지사토와 야채 상인회 독점 타파를 꿈꾸는 상인회 대표 큰아들 세이타로의 이야기를 그렸다. 당찬 에도 여자와 야채에 미친 열정을 가진 남자가 함께 벌이는 일과 사랑이 담긴 유쾌한 소설. - 소설 MD 이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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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얼른 에도로 돌아가든지. 그렇게 싫은 곳에서 툴툴거리고 있을 거 없잖아. 안 그래?”
“암요, 그렇고말고요.”
세이타로의 말에 관리인이 요란하게 맞장구친다. 다시 머리로 피가 확 몰리는 기분이었다.
“돌아갈 수 있었으면 벌써 한참 전에 돌아갔지. 못 돌아가니까 이딴 데서 고개나 숙이고 있잖아요. 그런데, 그런데…… 오사카에는 인정이란 것도 없냐, 이 얼간이 벽창호들아.”
와글대던 골목이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조용해지고 나가야 부인들과 북 공방 사람들, 아이들까지 입을 멍하니 벌린 채 이쪽을 보고 있었다.
--- p.25

눈을 감고 맛을 음미하니 토란은 끈끈하여 깊은 맛이 나고 당근은 살짝 단맛이 나며 무는 국물이 듬뿍 배어 혀 위에서 녹는 듯하다. 저도 모르게 신음을 흘릴 뻔했다. 지사토는 이곳에서 일하고부터 먹는 낙을 되찾았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오코코라 불리는 절임으로 젓가락을 뻗었다. 오늘은 순무 아사즈케인데 고추로 매콤하게 맛을 다잡았다.
--- p.48

“생으로 먹으면 살짝 매운 맛이 나지만 익히면 그게 단맛으로 변해서 아주 맛있다는 얘기를 마을 노인한테 들은 적은 있어. 우리 집은 전대가 일찍 돌아가셔서 더 자세히 물어볼 사람도 없었지. 씨앗도 남아 있지 않다면 성질이 약하거나 재배가 까다로운 거겠지. ……이름도 없는 희소종으로 사라져 버린 전설의 채소라고나 할까.”
--- p.104

“덴진마쓰리 때는 수박 먹는 게 관습이거든. 어느 집에서나 열 통, 스무 통씩 사다가 차게 재워 두지. 요즘은 시장에 수박 배가 들어오면 정말 볼 만해. 이렇게 커다란 수박을 배에서 휙휙 던지면 인부가 그걸 하나도 놓치지 않고 받아서 척척 쌓아나가지. 고개를 들고 봐야 할 정도로 높다란 수박더미가 시장 여기저기에 생겨.”
서늘한 부엌 마루에 앉아 한입 크게 베어 먹었다. 향까지 달달하고 싱싱하다.
“아아, 살 것 같다.”
--- p.143

“다들 잘 들어. 이런 것이 가와치야의 채소라고 당당하게 내놓을 만한 물건이 아니라면 절대로 팔면 안 된다. 눈앞의 이문에 눈이 멀어 그런 짓을 하다가는 하루아침에 신용을 잃는다. 알겠냐? 신용이라는 것은 쌓는 데는 수십 년이지만 잃는 데는 한순간이다. 그것만 명심해라.”
--- p.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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