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는 어느 누구도 수집해본 적 없는 규모와 범위로 미국 대중에 관한 데이터라는 ‘군수물자’를 확보했다.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의 데이터베이스는 18세 이상의 미국 내 모든 개인들에 대한 2000~5000개의 데이터 포인트(data point, 데이터 안에서 규명할 수 있는 요소)를 담고 있었다. 이것은 인구로 따지면 약 2억 4000만 명에 해당하는 규모였다.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는 사람들을 한 명씩 개별적으로 겨냥해서 그들이 과거와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고, 투표하고, 행동하도록 조종할 수 있었다. 알렉산더는 유권자들이 평소 생각과는 다른 돌이킬 수 없는 결정을 내리도록 만들고, 그들의 습관적인 행동을 바꾸는 것이 쉬운 일이라는 듯 말했다. SCL의 능력에 말문이 막혔다.
---「1장. 유리창 너머의 남자」중에서
“우리는 대통령이나 정당 또는 고객이 누구인지에 관심이 없습니다. 우리가 관심을 갖는 건 대중이죠.” 그가 가리킨 슬라이드에는 극장에서 화면을 응시하는 한 관객의 사진이 있었다. “고객에게 더 많은 콜라를 팔고 싶으시죠?” 나이지리아 고객은 고개를 끄덕였다. “광고 회사를 찾아가 계획을 물어보면 그들은 ‘콜라에 대한 브랜드를 구축하고, 영화 시작 전에 광고를 해야 한다’라고 말할 것입니다. 온통 콜라에 관한 이야기뿐이죠.”
그리고 이것이 선거운동의 문제라고 말했다. “고객에게 ‘어떤 환경에서 콜라를 더 많이 마시고 싶어지나요?’라고 질문한다면 갈증이 날 때 콜라를 마실 확률이 더 높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입니다.” 그는 잠시 뜸을 들인 뒤, 슬라이드를 넘기면서 말했다. “그렇다면 이제 해야 할 일은 그저 영화관의 실내 온도를 높이는 것입니다.” 슬라이드에는 온도계의 붉은 수은주가 거의 터질 정도까지 올라가 있었다.
---「3장 나이지리아의 권력」중에서
사람들이 페이스북의 ‘캔디 크러시(Candy Crush)’ 같은 게임을 하려고 접속해 서드파티 앱(third-party app, 제3자가 제공하는 앱)에 대한 서비스 이용약관에 ‘네’라고 답할 경우, 의도하지 않게 앱 개발자 및 앱 개발자가 정보를 공유하겠다고 하는 모든 사람에게 자신과 친구들의 데이터를 몽땅 무료로 제공하는 것에 동의하게 된다. 페이스북은 모든 곳에서 데이터 법률을 위반하는 악명 높은 그래프 API(Graphs API)를 통해 이런 식의 접근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5장. 서비스 이용약관에 동의하시겠습니까?」중에서
웹페이지들이 “쿠키를 허용해야 합니다”라고 요구할 때 그게 정확히 어떤 것에 대한 허용을 의미하는지 궁금해한 적 있는가? 쿠키는 말 그대로 컴퓨터나 휴대전화로 당신이 하는 모든 것을 추적하고 있다. 얼마나 많은 회사들이 당신의 온라인 활동을 추적하는지 알고 싶으면 브라우저의 부가 기능을 사용해 확인해보라.
내가 얼마나 많은 회사들이 나를 추적하는지 알아보려고 처음으로 라이트빔(Lightbeam) 앱을 사용했을 때, 1분 동안 단 두 곳의 뉴스 페이지를 방문했을 뿐인데도 제3의 웹사이트 무려 174곳에 내 정보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빅 데이터 수집 기업에 당신의 데이터는 광고 기계를 작동시키는 연료 역할을 한다.
---「5장. 서비스 이용약관에 동의하시겠습니까?」중에서
크루즈 상원의원이 선거 운동을 시작했을 때 그의 이름을 아는 사람은 미국인의 5퍼센트에 불과했다. 상원에서도 그는 대체로 무시당했고, 대중은 물론 의회에서조차 지지자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선거 운동이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형태로 발전하면서, 비밀 데이터를 이용한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의 마법이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크루즈를 추종하는 사람들이 급격하게 늘어났고 오바마 선거 운동을 연상시키는, 소액을 기부하는 대중 기반의 선거 운동이 진행됐다. 우리는 크루즈 선거 운동 본부로부터 대중 참여가 폭증했으며 소셜미디어 팔로워도 늘어나고 예비선거에서 크루즈에게 투표하겠다고 약속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는 보고를 받았다.
---「9장. 악마와의 협상」중에서
소셜미디어 기업들은 종종 선거 운동에 도움이 될 새로운 툴과 서비스를 우리에게 소개했고, 새로운 기술뿐 아니라 운영 인력도 제공했다. 페이스북, 구글, 트위터 등의 회사에서 직원이 파견되었다. 페이스북은 ‘맞춤 타깃(custom audience)’을 만들고 특정한 사람들만이 볼 수 있는 콘텐츠인 이른바 ‘거짓 광고(dark ads)’를 제작하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트위터는 ‘대화형 광고(Conversational Ads)’라는 새로운 상품을 만들었는데, 해시태그를 클릭하면 해시태그는 물론 광고도 자동으로 리트윗됐다.
이 때문에 트럼프 선거 캠프의 트윗이 리트윗되는 수가 힐러리를 확실하게 압도하는 경향을 보였다. 구글의 공화당 팀은 사용자들이 구글을 검색했을 때 처음 노출되는 결과를 통제하기 위해 구글 키워드를 구매하는 데 많은 광고비를 지출했다. 사용자가 ‘트럼프’, ‘이라크’, ‘전쟁’을 검색하면 첫 번째 검색결과에 “거짓말쟁이 힐러리 이라크 전쟁에 찬성 투표 잘못된 판단”이라는 배너가 있는 슈퍼 팩 링크와 함께 “힐러리 이라크 전쟁에 찬성 투표, 도널드 트럼프는 반대”가 나타났다. 사용자가 ‘힐러리’와 ‘거래’라는 검색어를 입력하면 ‘사기꾼 힐러리(lying-crookedhillary.com)’ 웹사이트가 검색 결과 최상단에 노출됐다.
우리가 유도한 검색 결과를 클릭해 열어보는 비율도 놀라울 정도로 높았다. 구글은 매일 트럼프 선거 캠프에 키워드 목록을 판매했고 인기 있는 유튜브 채널에 언제 새로운 독점 광고를 게재할 수 있는지 알려주었다. 구글은 트럼프 선거 캠프에 검색어를 활용하는 시스템을 팔았고, 결국 새로 유입된 지지자들이 무더기로 투표에 나서는 데 톡톡히 기여했다.
---「10장. 트럼프 캠프와 거대 기술 기업의 협력」중에서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자”는 모자를 쓴 지지자들이 트럼프가 백악관의 주인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건물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알렉산더도 연회장에 도착했다. 그는 나에게로 다가와서 나를 껴안으며 “오늘 저녁에는 술을 한 잔도 안 마셨는데 이제 좀 마셔야겠군요!”라고 속삭였다. 알렉산더는 모든 사람들이 들을 수 있도록 “오늘은 굉장한 밤이 될 거예요! 리베카, 내가 브리태니를 발굴했어요!”라고 소리쳤다. 어느새 나는 정장을 말쑥하게 차려입은 리베카와 로버트 사이에 서 있었다.
새벽 2시 10분, TV 화면에 [워싱턴 포스트]가 트럼프의 승리를 선언했다는 자막 뉴스가 나왔다. 리베카 머서는 고개를 돌려 로버트 머서의 눈을 쳐다봤다. 처음으로 보는 기분 좋은 놀라움의 표정이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어렴풋이 느꼈다. 자신들이 매우 위험한 도박을 했고, 대성공을 거두었다는 것을 말이다.
---「12장. 위험한 도박이 성공을 거두다」중에서
“트리니다드토바고에는 두 개의 주요 정당이 있습니다. 하나는 흑인들의 정당이고 다른 하나는 인도인들의 정당입니다. 우리의 고객은 인도계였죠.” SCL은 젊은이들의 정치에 대한 무관심을 키우는 방식으로 선거운동을 진행했다. “조사 결과, 인종과 무관하게 모든 젊은이들이 박탈감을 느끼고 있었고, 흑인들과 달리 인도인들은 가족 내 위계질서가 강했습니다. 이 두 가지는 전체 선거 운동에 영향을 미치기에 충분한 정보였습니다.” 이에 따라 SCL은 “그렇게 하자(Do So)” 운동을 시작했다. “그렇게 하자”라는 것은 투표를 하지 말라는 의미였다. 투표는 멋진 일이 아니니까.
“젊은 사람들은 경찰에 쫓기면서 전국을 돌아다니며 투표 반대 포스터를 붙였습니다. ‘Do So’ 춤을 만들어 함께 추고 공유하게도 했죠.” 젊은이들은 동영상을 만들어 유튜브에 올렸고, 장관의 집은 온통 낙서투성이가 됐다. 모든 것이 아수라장이었다. 이런 혼란은 5개월 동안 지속됐다. 투표가 시작되자 SCL이 의도한 효과가 나타났다. 인도인 청년들도 ‘Do So’ 운동에 참여했지만, “투표소에 가서 투표 하라”는 부모의 말을 따라 인도계 후보에게 투표했다. 결국 이들의 투표 참여는 6퍼센트 차이로 선거의 승패를 갈랐다. 이로 인해 인도계 후보는 원하던 승리를 거뒀다.
---「15장. 무너진 신뢰」중에서
우리는 실리콘밸리가 우리를 조용히 약탈하는 것을 내버려두고 있다. 우리는 디지털 생활을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플랫폼에 자랑스럽게 게시하면서 스스로 동의해 표적이 되어왔다. 우리는 인종차별주의와 편협함이 증가하고, 시민사회가 붕괴하며, 입소문을 통해 가짜 뉴스가 전파되고, 이것이 결국 폭력과 살인으로 이어질 때 현실 세계에 미치는 영향을 보아왔다. 지금 우리는 중요한 변곡점 위에 서 있다. 지금을 변화의 기회로 삼을지, 아니면 밝은 미래를 놓쳐버린 탁상공론가로 역사에 남을지는 우리의 선택이다.
---「20장. 당신의 데이터를 소유하라」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