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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디픽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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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디픽션

: 몸에 관한 일곱 가지 이야기

김병운 등저 | 제철소 | 2017년 03월 17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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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03월 17일
쪽수, 무게, 크기 216쪽 | 266g | 130*205*13mm
ISBN13 9791195658589
ISBN10 1195658583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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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김병운
1986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014년 [작가세계]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나푸름
1989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014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양선형
1990년 광주에서 태어났다. 2014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했다.

유재영
1981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013년 [세계의 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이진하
1988년 경기 광명에서 태어났다. 2011년 대산대학문학상과 이듬해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지은 책으로 『포롱의 즐거운 정원』, 『작은 새의 친구 찾기』, 『어리석은 치치』, 『다람쥐의 보은』, 『호랑이를 꿴 아이』, 『지팡이가 만든 발리 해협』, 『외계인 전학생 마리』가 있다.

임현
1983년 전남 순천에서 태어났다. 2014년 [현대문학] 신인추천으로 등단했다. 단편 「고두叩頭」로 제8회 문학동네 젊은작가상 대상을 받았다.

차현지
1987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01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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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테 할 말이 있는 사람이라. 죽어서도 내 목을 조르고 있을 만큼 나한테 맺힌 게 있는 사람이라. 만웅은 피해 같은 건 주지도 받지도 말자는 생각을 종종 하곤 했으므로, 그리고 그 생각을 별 무리 없이 실천하며 살아왔다고 자신했으므로 누군가에게 원한을 살 만큼 잘못한 적은 없는 것 같았다. 에이, 나한테 그런 사람이 어딨다고. 있을 리 없잖아. 아닌가. 있을 수도 있나. 있는 건가.---「말 같지도 않은」중에서

“당신, 내 앞니가 좋다며.”
“내가?”
“그래, 연애할 때 몇 번이나 귀엽다고 했어.”
“그렇지만 당신도 나이를 먹을 거 아냐. 중년이 되고서도 앞니가 나온 게 귀여울 수는 없어.”
말을 마친 그는 슬쩍 고개를 들어 그녀의 표정을 살폈다. ---「틈」중에서

그가 열쇠로 방문의 잠금장치를 해제하고 방 안으로 들어섰을 때 소년은 알몸이었다. 방은 싸늘했다. 소년은 침대에서 굴렀던 모양인지 바닥에 몸을 밀착하고 누워 있었다. 전신이 참혹하게 멍들어 있었는데 모두 구타의 흔적을 연상시켰다. 그는 소년의 맥박을 쥐어보았다. 맥박이 경미하게 뛰고 있었으며 그는 큰일이 났다고 생각했다. 큰일이 났다. 그는 장롱에서 몽둥이를 꺼냈다. 소년의 갈빗대를 겨냥해 몇 차례 휘둘렀다. 소년의 몸이 미약하게 동요했다. 숨이 멎었다. 그는 몽둥이를 내팽개치고 소년의 면전에 무릎을 꿇었다.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불능의 천사」중에서

첫 번째 대상자가 왔다. 관에서는 방문 일시와 특이 사항에 관해서만 언급했다. 자동 번역 장치를 켜두고 대상자의 요구 사항을 청취할 것. 이양 직후 매뉴얼에 따라 적응 교육을 실시할 것. 그날 공소에서 목하와 내가 처음으로 맞이한 종은 고양이였다. 이따금 마른 빵 부스러기와 물을 내주곤 했는데, 문득 그 고양이가 현관문을 앞발로 긁고 있다는 걸 알았다. 고동색 태비 무늬의 성묘였다. 목하와 나는 자동 번역 장치를 통해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대화를 이어갔다. ---「목하의 세계」중에서

미라 씨는 가방소녀를 위한 것이라면 뭐든지 했어요. 매일 새로운 장난감을 가방 안에 넣어주었고 동화책도 하루에 스무 권씩 읽어주었지요. 저녁이면 가방을 끌어안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자장가를 불러주었어요. 가방소녀가 잠들 때까지 몇 번이고 말이에요. 가끔은 이런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엄마 몸속에 네가 지내던 가방이 있단다. 그만큼 안전하지는 않겠지만 이 가방도 아주 튼튼해. 너를 지켜줄 거야. 네가 어른이 될 때까지 말이야.” ---「가방소녀」중에서

이성적으로 생각하자. 그래,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하나씩 차근차근 이해해보자. 이런 결과를 만든 원인을 찾아보자. 인과적으로. 그래, 인과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도대체 왜 나한테 이런 일들이 생겼나? 문을 열었는데 진짜 유제호의 시체가 누워 있으면 어떡하나? 그러니까 내가 어쩌다가 여기까지 오게 된 건가? 나를 몰락시키려는 게 다 누구 때문이야? ---「엿보는 손」중에서

도는 자신이 꾸려왔던 삶을 점검해보기 시작했다. 타인의 생을 뒤적거리며 벌어들인 돈과 명성. 친구의 자살마저 질투하던 젊은 시절. 병치레를 감당하지 못해 쫓아내듯 요양 시설에 가둔 아내. 그럴듯한 실패 없이 삶을 연명해왔다는 열패감. 했어야 할 일들을 차마 하지 못한 채 놓쳐버린 시간. 자신이 추려낸 인생의 꼭지에는 밑줄 그을 만한 게 아무것도 없었다. 그때였다. 무의식적으로 엄지를 만지던 도는 드디어 자신이 지독한 시기에 당도했다는 걸 깨달았다. 아무런 촉감도 느껴지지 않는 엄지처럼, 모든 게 둔감해져버린 시기에 비로소 안착했다는 걸.
---「트릭」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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