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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 그랜트도 모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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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11월 17일
쪽수, 무게, 크기 436쪽 | 544g | 145*210*30mm
ISBN13 9791186748756
ISBN10 1186748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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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3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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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 이머진이야. 몇 가지 물어보려고.”
“왜 전화한 거죠”
귀가 먹었나? 이머진은 다시 한 번 천천히, 약간 큰 소리로 다시 말했다. “몇 가지 물어보고 싶어서.”
“알아요. 들었다고요. 왜 이메일을 쓰지 않은 거죠”
“전화가 더 빠르니까.”
“요즘 누가 전화를 해요? 이메일을 주세요. 문자를 하든지. 나 지금 정신없이, 어, 그러니까, 쉰 가지쯤의 일을 동시에 처리 중이라고요. 제발 전화하지 말아요.” --- p.35

이머진이 글로시의 신품종 처녀들을 무책임한 바보들로 치부해버리려던 찰나, 그들도 자신만의 치밀한 사업 계획을 펼쳐놓기 시작했다. 누구 하나 야심에 들끓지 않는 이가 없었다. (…)
편집장이라거나 CEO 같은 지위에 관심 있는 사람은 없었다. 오직 회원 수와 투자 유치, 상장과 지분 확보 등에 대해서만 이야기했다. 수십억 달러를 거론하고 있는 것이다. --- p.54~55

이머진은 문득 궁금해졌다. “이중에 자기보다 어린 상사랑 일하는 사람”
반 정도 되는 엄마들이 손을 들었다.
이머진은 다시 질문했다. “동료 중에 테크비치가 있는 사람은”
모두가 손을 들었다.
맙소사. 이머진은 이게 자기만의 문제인 줄 알았다. 모든 업계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 줄 몰랐다. --- p.166

‘밀레니얼 세대 고용주에게 정말 뛰어나시다고… 매일 말해주는 거 잊지 마세요.’
‘문법 오류 고쳐주지 말아요.’
‘어떤 일이 있어도 그들 부모가 회사에 오게 하면 안 돼요.’
‘되도록 밀레니얼 세대한테는 전화 걸지 말아요. 기겁하니까.’ --- p.169
물론 이 새로운 세상에도 이머진이 좋아하게 된 것들이 있었다. 인스타그램과 트위터를 통해 맺어진 완전히 새로운 사람들과의 순간적 교감은 카페인의 효과만큼이나 중독적이었다. 좋아요, 담아두기, 리트윗 같은 것들이 이상하게도, 새로운 인정 욕구를 채워주었다. 현실에서 받는 비웃음과는 딴판이었다. 인스타그램으로 보정된 세상 속에선 모든 것을 완벽하게 만들어주는 황금빛 매력으로 감쌀 수 있었지만, 그 필터 밖으로 나오면 가끔씩 숨을 쉬기조차 힘들었다. --- p.221~2

“--- p.…) 대부분 5만 달러 이상 받는 애들을 자르고 3만 5천이나 4만 달러 받는 직원을 더 많이 고용할 거예요. 더 많은 직원은 곧 더 많은 콘텐트를 의미하고, 즉 더 많은 트래픽을 의미하니까.”
“하지만 콘텐트 질이 떨어지는 건 어쩌고? 몇몇 애는 정말 좋은 글을 쓰잖아.”
이브는 이머진이 딱하다는 듯, 어차피 이해할 거라 생각하지도 않았다는 듯 쳐다보았다.
“더 많은 건 언제나 더 좋은 거예요.” --- p.293

왜 이머진의 이름이 플라스틱 장난감에 씌어 있는 거지?
이브가 눈치채고 잠시 당황하는 듯했다. 그러나 그 순간은 짧았다. 이브는 브론토사우르스를 집어 들었다. “내가 이머진이라고 이름 붙였어요.” 한 손으로 높이 쳐들고 잠깐 춤까지 추어 보였다. “왜냐하면 당신은 우리 회사의 공룡이니까.” 이브의 입꼬리가 잔인한 미소를 지으며 올라갔다. --- p.311

직원들 보고 네 친구가 되라고 강요하는 것은 정상이 아니야. 우리 모두에게 밤까지 남고 게임을 하라고 하는 것도 정상이 아니야. 우리 모두 진실 게임을 하게 만든 것도 정말 이상했어. 우리는 자매가 아니고 가족도 아니야. --- p.314

“어차피 이것들은 거의 누구에게나 새로운 기술들이잖아요. 10년 전만 해도 없던 것들이에요. 5년 전만 해도 90퍼센트가 존재하지 않던 기술들이죠. 지금 테크 분야에서 사용하고 있는 많은 기술이 겨우 5분 전에 발명된 것들이에요. 어지러운 속도로 새로운 산업이 나타나고 또 사라져요. 우리 모두 매일 새로운 것에 적응해야 해요.” --- p.324

개인적으로 악인뿐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과 어떻게 공존해나갈까 하는 문제를 고민해보도록 해주었다. 어떤 형태로든 인간은 함께 살 수밖에 없고 누구와든 함께 사회를 풍요롭게 만드는 길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옮긴이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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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 치료를 받고 6개월 만에 돌아온 소중한 내 잡지가 쇼핑몰 같은 ‘앱’으로 바뀌었다면? 과거의 내 어시스턴트가 편집장이 되어 전횡을 휘두른다면? 패션은 참을 수 없는 것이라 6개월마다 한 번씩 바꿔줘야 한다는 오스카 와일드의 말은 밀레니얼 세대에게는 ‘6분’으로 재창조되었다. 이 소설은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역전 버전이다. 위트 있고 선한 편집장 ‘이머진’과 방문자 수, 전환율에 목숨 거는 소시오패스 ‘이브’의 대결이니까 말이다.
패션쇼장의 첫 줄을 차지하던 디자이너와 편집장들은 이제 유튜브 스타와 파워 블로거들에게 자리를 내준 지 오래다. 하지만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뒷줄에서본풍경’이란 해시태그를 달아 소통하는 그녀는 이제 자신을 멸종 위기의 ‘공룡’이라 부르지 말라고 선언한다. 벤모, 구글글래스, 스피릿 사이클과 셀피에 열광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복잡함과 속도를 알 수 있는 흥미로운 소설이다.

백영옥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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