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씨에게 별들의 결혼에 대해 설명해주려고 했을 때 싱그럽고 가녀린 무언가가 가볍게 내 어깨 위로 내려앉았다. 리본과 레이스, 구불구불한 머리카락을 살랑이며 기대어 온 것은 잠결에 무거워진 아가씨의 머리였다. 날이 밝아 하늘의 별들이 창백해질 때까지 아가씨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가슴 깊은 곳의 떨림은 어쩔 수 없었지만 나는 그 투명한 밤으로부터 오직 아름다운 것만을 생각할 수 있도록 보호를 받으며 잠든 아가씨를 바라보고 또 바라보았다. 우리 머리 위로 별들이 양 떼처럼 조용하게 얌전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따금 이런 생각이 머리를 스치곤 했다. 저 수많은 별들 중 가장 가냘프고 빛나는 별 하나가 길을 잃고 내 어깨에 내려앉아 곤히 잠들었노라고….
--- p.36, 「별-프로방스 지방의 어느 목동 이야기」, 알퐁스 도데
조지는 패티에 대 한 절대적인 사랑을 노래로도 표현했다. 바로 비틀스의 1969년도 앨범 ‘아베이 로드Abbey Road’에 수록된 「썸씽」이 그것이다. 이 노래로 조지 해리슨은 존 레논, 폴 매카트니에 비해 작곡 실력이 뒤처진다는 세간의 평가를 완전히 뒤집으며 최고의 작곡가로 거듭났다. ‘그녀의 움직임에는 다른 여자들에게는 없는 무언가가 있어 나를 끌어당기죠. 나에게 사랑을 구하는 방법이 남달라요. 이제 그녀를 떠나고 싶지 않아요. 난 그녀를 믿어요. (중략)’
노랫말에 패티를 향한 조지의 따뜻한 사랑이 넘쳐흐른다. 미국의 전설적인 팝 가수 프랭크 시나트라는 「썸씽」을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러브송이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사랑의 힘이 만든 위대한 결과물이다.
--- p.51, 「아름다운 노래로 승화된 세기의 삼각관계」, 안재필
나를 향한 K의 비판은 너무도 정교하고 심오해서 때로는 그 비판의 내용보다 그 비판의 논리에 홀딱 반할 정도였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그건 뼈아픈 비판이었다. 그런데 그 비판의 수사학이 워낙 아름다워, 나는 그때마다 K의 현란한 말솜씨에 혀를 내둘렀다. 그렇게 그 비판의 정교함을 섬세하게 곱씹다 보면, 어느새 나는 나의 치명적인 단점들을 스스로 반추해 볼 수 있었다. 내가 나의 장점 탓에 우쭐하지 않도록 무심하게 칭찬해주고, 내가 나의 결점 탓에 질식사하지 않도록 열과 성의를 다해 비판해주는 것. 그것이 나를 향한 K의 진심 어린 우정임을 깨달은 것은, 사실 서른이 훌쩍 넘은 후였다. K의 칭찬을 수없이 곡해하고, K의 비판에 수없이 상처받은 후이기도 했다.
--- p.127, 「우정은 명사가 아니라 영원히 움직이는 동사」, 정여울
10년 전 이라크에서 온 편지에는 이라크 아이들이 겪는 전쟁의 비극이 그대로 담겨 있었고, 우리 아이들의 답장에는 그 비극을 다 헤아릴 수는 없더라도 진심으로 아파하는 마음이 담겼다. 한 번도 서로 만난 적 없지만 아이들은 영상 편지를 쓰다가 눈물을 쏟고, 선물 보따리를 풀다 울었다. 그때 편지를 주고받던 이라크 친구들 중에는 끝내 하늘나라로 떠난 친구도 있고, 아직도 평화가 먼 그곳 땅에서 청년이 되어 살아가는 친구도 있다. 우리 아이들 역시 대부분 노동자가 되었고, 더러는 대학생이 되었다. 그때 그 경험이 아이들을 평화 운동가로 만든 건 아니다. 그러나 한때의 경험은 이라크 아이들과 한국의 가난한 아이들이 서로를 기억하는 고리가 되었다.
--- p.167, 「평화를 이해하는 방식」, 김중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