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한국외국어대학교 러시아어과 명예교수, (사)한국학술협의회 이사이다. 한국외국어대학교 대학원에서 「러시아 專制政治의 起源」으로 정치학 박사학위 받았다. 저서로는 『소련 정치ㆍ경제 사전』(공저)『러시아, 위대한 강대국 재현을 위한 여정』(공저) 등이 있다. 역서로는 『러시아의 역사』 『암병동』 등이 있고, 논문으로는 「뿌쉬낀의 詩에 나타난 底抗精神」 「러시아의 外交政策 전망과 한반도」 「모스크바-제3로마論 硏究」 「뾰뜨르大帝의 改革과 볼쉐비끼革命의 比較硏究」 「푸틴의 중앙집권화에 관한 고찰」 등 다수가 있다.
이처럼 광대무변한 땅을 운명적 생활무대로 하고 살게 된 러시아인들은 처음부터, 스스로의 생존을 위해, 인간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거대한 자연에 대해 도전하기보다는, 미르(mir: ‘농촌공동체’라는 말로 ‘우주, 세계’ 및 ‘평화’라는 의미를 동시에 갖고 있다)라는 공동운명체적 집단을 이루어 살면서 외경하는 마음으로 묵묵히 자연환경에 적응해 가는 인종과 순응의 자세를 먼저 습득하게 되었다. 바꾸어 말하면, 러시아 민족은 처음부터 자연이라는 절대자에 대해 반항보다는 일종의 종교적 신앙심과도 같은 순종의 태도를 가지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바로 이러한 광막한 대평원과 관련해 20세기 초 러시아가 자랑하는 종교철학자 니콜라이 A. 베르쟈예프(Н. А. Бердяев)는 이미 “러시아 민족은 그 영토의 무한함과 불가피한 자연환경의 힘에 의한 희생자”라고 적절히 지적한 바 있다. --- pp.8-9
러시아는 9세기 중엽 국가가 창건된 이후 13세기 중엽부터 18세기 초 표트르 대제(표트르 1세, 1682~1725) 시기까지 그리고 다시 1917년 10월 혁명부터 1991년 말 소련 붕괴 시기까지 외부 세계와 철저하게 단절되어 있었다. 또한 러시아는 격동의 역사 속에서 세 차례에 걸쳐 결정적인 개혁의 고비를 겪었는데, 그것은 바로 표트르 대제의 개혁과 알렉산드르 2세(1855~1881) 및 고르바초프(1985~1991)의 개혁이다. 그리고 이 세 개혁들은 바로 1917년 10월의 볼셰비키 혁명 및 1991년 말의 소련 붕괴와 직·간접으로 인과응보의 관계에 있다. 러시아 역사의 고비마다 전개되었던 개혁들의 인과관계를 집단주의와 집권주의의 맥락 속에서 비교·고찰해 보았을 때 우리는 보다 더 깊이 러시아의 현재를 잘 이해할 수 있다. --- p.27
러시아의 이러한 집단주의적 만장일치제 중앙집권주의는 제정 러시아에서는 전제주의적 성격을, 소비에트 러시아에서는 전체주의적 성격을 띠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강력한 중앙집권주의를 통해 러시아의 역대 통치자들은 국정을 효과적으로 수행하면서 민족적 위기를 극복하거나 국가를 새롭게 개혁?발전시켜 왔다. 그래서 또한 러시아의 역대 통치자들은 끊임없이 중앙집권적 통치 권력을 확보·강화하고자 노력했으며, 푸틴 전 대통령도 역시 여러 조치를 통해 지속적으로 강력한 중앙집권주의를 추구했었다. 그 결과 푸틴 전 대통령은 집권 이후 오늘날까지 소비에트 러시아의 붕괴와 더불어 와해된 중앙의 권력을 복원하고 강화시키는 데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어 러시아를 강성대국으로 부활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