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정확히 1년 전 리더십 과정을 진행했던 기업에서 또 다른 과정으로 교육을 진행해 달라고 요청이 왔다. 교육을 마친 후 다시 강사를 불러 주는 것은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그 고마움에 보답하기 위해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아 이번 과정을 준비했다. 사전에 교육 담당자와 미팅을 하고 수차례 메일과 전화를 주고받았다. 꼭 필요한 내용들을 강의에 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회사 측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좀 더 철저히 강의 내용과 제반 과정을 점검해 나갔다.
최고 의사 결정자이신 대표이사를 뵙고 이번 교육에 대한 기대감과 당부의 말씀을 듣는 자리도 가졌다. 두 번째 하는 교육이라 거는 기대가 더욱 커 보였다. 모든 참가자를 대상으로 사전 온라인 설문 조사를 진행해 그들의 필요를 교육 과정 전반에 반영했다. 이런 일련의 준비 과정이 두 달 정도 걸렸다.
드디어 교육이 시작되는 날이었다. 학창 시절 전날 숙제를 완벽하게 끝내면 다음 날 교 가는 발걸음이 가벼웠듯이, 그동안 철저한 준비로 무장을 했기 때문에 빨리 과정을 시작하고 싶었다. 조금 걸리는 게 있다면 교육 장소가 좀 먼 거리에 있다는 점이었다. 거기다 강의 시간이 업무가 끝난 후인 저녁 7시부터 10시 30분까지였다. 그렇게 6주 동안 6회를 진행해야 했다. 그래도 그런 것은 별로 문제가 되진 않았다.
강의 시작 전 그 회사의 전무님을 만나서 미리 인사드리는 자리를 갖기로 되어 있는 데다 교육 첫날이라 여유 있게 준비하기 위해 서둘러 오후 3시경에 출발했다. 출발 전, 교육 과정에 필요한 물품을 모두 차에 실었다. 매뉴얼, 책, 교육 보조재, 상품, 문구 상자 등 물품이 많았다. 회사의 지원 부서에서 모든 물품들을 다 내 차에 실어 주었다.
설레고 기대되는 마음으로 출발했다.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어서 운전도 평소와는 달리 천천히 했다. 한 시간 정도 달렸을 무렵,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 회사였다.
“이사님, 지금 어디쯤이세요? 긴급한 상황이 벌어졌는데 어쩌죠?”
무슨 이야기가 나올지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오늘 교육 매뉴얼을 차에 싣지 못했습니다. 물품들을 다 실었다고 생각했는데, 매뉴얼 상자 두 개를 싣지 못했어요.”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몇 시간 뒤면 교육 시작인데 교재가 없다니…. 학교 수업을 두고 교과서가 준비 안 된 상황인 거다. 이번 교육을 얼마나 정성 들여서 준비했던가. 철저히 준비한다고 했는데, 정작 차에는 가장 중요한 물건이 없었다. 눈앞이 캄캄했다.
너무나 속상했고 화가 치밀었다. 어떻게 제일 중요한 매뉴얼은 놔두고 다른 것들만 차에 실었는지, 화가 났다. 중요한 교육 첫날인데 어떻게 이런 어이없는 일이 벌어진 것인가.(중략)
이 사태가 벌어진 것은 바로 ‘나(I)’ 때문이다. 내 책임이지 절대 누구의 책임이 아니다. 문제의 원인을 ‘나’로 돌리면 화가 난 감정을 추스를 수 있다. 감정이 누그러져야 이성적으로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있다. 감정이 정리되었다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 최상의 해결책을 얻었다면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없다. 바로 ‘실행(Implement)’으로 옮겨야 한다. 이 방법이 맞을지, 아닐지 더 이상 고민하고 있을 시간이 없다. 충분히 고민하고 선택했다면 다른 대안들을 너저분하게 펼쳐 놓고 어지럽게 고민해서는 안 된다. 바로 행동으로 실천해야 한다. 그래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중략)
내가 늘 사용하는 ‘쓰리 아이즈(3Is)’ 방법은 탁월한 효과가 있다. 문제의 상황을 해결하는 첫출발은 항상 ‘나(I)’다. 나에게서 문제의 책임을 찾고 물어야 한다. 다음으로는 ‘아이디어(Idea)’를 최대
한 많이 끄집어내야 한다. 그래야 그 속에서 효과적인 해결책을 선택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선택했다면 망설이지 말고 즉시 ‘실행(Implement)’으로 옮겨야 한다.
문제 상황을 문제 그 자체로만 인식하면 삶은 우울해지고, 그 문제 자체에 패하게 된다. 문제 상황에 맞서 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때 비로소 문제의 상황을 넘어 스스로 성장하고 발전하게 된다.
나, 아이디어, 실행, 즉 ‘쓰리 아이즈’를 사용할 때 인생에 닥쳐오는 어떤 어려움이라 할지라도 잘 이겨 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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