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怒함이 많으면, 즉 화를 많이 내면 간을 상하게 한다. 대체로 혈기 왕성한 사람이 노하기 쉬운데 혈기가 거슬러 올라가면 사람이 노하게 되고, 크게 노하면 혈액을 손상시켜 간이 열을 받게 된다. 또 간과 밀접한 쓸개에도 영향을 미친다. 양이 음을 이기는 것이 화의 감정이므로 열을 담당하는 심장에도 영향을 미치며, 음기운을 다스리는 신장을 침범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노한 감정은 결국 간, 담, 심장, 신장 등 네 가지 장기에 영향을 미친다.
우憂, 즉 근심은 감정이 침울한 상태로 지나치면 폐가 상한다. 사思, 즉 정신이 집중되어 생각을 지나치게 많이 하면 정신력을 소모시키고 의지를 산란하게 만든다. 생각은 비장을 주관하기 때문에 지나친 심려는 비장을 상하게 한다. 어떤 일에 매달려 골똘히 생각하는 경우 밥맛을 잃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바로 비장의 기능이 저하됨을 보여주는 것이다. ---p.17
간은 당겨지는 것을 괴로워하는데 그것은 스트레스를 받아 단단하게 뭉쳐지는 것을 말한다. 모든 혈액은 간장으로 모이는데 간장이 긴장하면 혈액이 간장에 오래 머물러 흩어지지 않고 뭉쳐서 혈액 순환이 안 된다. 근육에 젖산과 같은 노폐물이 많이 쌓이고 산소가 부족해져 살몸살이 난다. 그래서 여기저기 몸이 쑤시고 아픈 것이다.
한방에서는 서근활락이라 해서 간장의 긴장을 풀어서 근육이 굳어진 것을 풀어주는 명약으로 백작약(함박꽃뿌리)이 들어 있는 쌍화탕을 쓴다. 노권상이라고, 일을 많이 해서 간장피로로 근육이 굳어 온몸이 쑤시고 아픈 것을 풀어준다. 쌍화탕은 무조건 감기라고 해서 다 좋은 것이 아니고, 일을 많이 해서 감기 증상과 같이 몸살이 났을 때 사용해야 효과가 좋다. ---p.85
호두는 피로로 인한 불면증에 효과적이다. 호두알을 갈아서 끓는 물에 넣고 쌀과 대추를 넣어 죽을 쑤어 먹어도 좋다. 특히 호두죽은 불면증에 시달리던 청나라 서태후가 애용했을 정도로 효과가 있다.
심장 불안증과 신경쇠약 등으로 인한 신경성 불면증일 때는 보혈안신탕, 귀비온담탕, 안매탕, 육공단 등과 같은 약을 복용하여 심신을 편안하게 해주어야 한다. 불면증 치료 환자 중에는 신경안정제의 복용 여부를 묻는 경우가 많은데, 평소 상복하고 있었다면 한 번에 끊지 않는 것이 좋다. 심장이 좋지 않은 경우 갑자기 끊으면 금단 증세로 인한 고통으로 오히려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p.103
한의학에서는 일시적으로 혈압을 낮추는 강압제를 사용하지 않고, 혈압이 오르게 된 원인을 찾아내어 치료한다.
예를 들어 화를 잘 내고 성격이 급해 다혈질인 사람은 간이 열을 받아 내열이 위로 올라 혈압이 상승한 것이다. 이때는 간장의 울혈과 내열을 식히면 자연스럽게 간열이 내리고 그에 따라 혈압도 내려간다.
안면홍조, 눈의 충혈, 정신불안, 불면, 초조 등의 증상을 보이고, 가슴이 팽만하거나 압박되는 느낌이 있으며, 코피나 치질 등의 출혈이 있는 고혈압 환자는 스트레스와 정신불안증으로 심장에 열을 받아 신경계가 과민해진 것이다. 이 경우에는 황련이나 황금이 섞인 약재를 써서 불기운을 가라앉히면 심장이 편해져 잠을 푹 잘 수 있다. ---p.201
간혹 산채의 독특한 맛 때문에 먹기를 꺼려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옛말에도 쓴 약이 더 잘 듣는다고 했다. 음식의 맛은 맛의 특성에 따라 몸에 유용하게 작용한다. 쓴맛은 심장에 이롭고, 신맛은 간장을 돕고, 단맛은 비장에 좋고, 매운맛은 폐에 좋으며, 짠맛은 신장을 이롭게 한다. 따라서 약간 쓰기도 하고 쌉쌀하기도 한 고들빼기, 씀바귀, 취나물, 도라지, 더덕 같은 산채는 심장을 강하게 하며 밥맛이 없을 때 식욕을 돋우는 촉진제 역할을 하기도 한다. ---p.205
현대의학에서는 어떤 증상이 나타나면 곧바로 병으로 진단해서 약물치료나 수술로 연결시킨다. 그러나 한의학에서는 몸의 비정상적인 증상 자체가 곧 몸이 자연치유를 시작하겠다는 신호로 본다. 몸은 말한다.
“지금 내가 아파 이겨내려고 합니다.”
그리고 몸은 스스로의 자연치유력으로 이상이 생긴 부위를 치유하기 시작한다. 예를 들어 설사는 장의 점막이 못마땅한 식품이나 세균의 이상 자극으로 통증을 느끼게 되었을 때, 장으로부터 독물이나 세균을 배설시켜서 장을 깨끗이 청소한다. 또한 설사로 인한 탈수 현상을 막기 위해 물을 많이 찾게 되고, 소변도 적게 보게 된다. 이러한 현상 모두가 자체 조절기능, 즉 자생력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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