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은 우리 생각처럼 그리 가볍거나, 약한 존재가 아니다. 인간이 만들어낸 콘크리트나 다른 재료들보다도 훨씬 더 강하고, 견고하고, 따뜻하고, 인내심이 있는 것이 바로 자연에서 온 것들이다. 흙이나 돌, 그리고 나무 같은 것들이 그러하다. 이것이 바로 100년 된 집에서 발견한 나무가 우리에게 들려준 이야기이다.
---「나무가 들려준 이야기」중에서
오늘의 우리는 버림에 익숙하다. 새로운 것들이 너무 많이 시장에 나오기 때문일까? 조금만 낡거나 혹은 유행이 지났다는 이유로 많은 것들을 너무 쉽게 버리고 있다. 과연 귀하게 여기는 무언가가 하나라도 있을지 궁금하다. ‘귀하다’는 것은 그 존재만으로도 가치가 있어 아끼고 보살피게 되는 것이다. 낡았다는 이유로 버릴 수 없는 그 무엇. 옛것들은 또한 그래서 더욱 가치가 있다. 누군지 모를 그 누군가에게는 매우 귀한 무언가였을 것이기 때문이다.
---「옛것들의 가치」중에서
남편 J는 천성적으로 잠시도 가만히 쉬지 못하는 사람이다 보니, 잠깐 눈에 안 보인다 싶으면 어느새 밖에 나가 뚝딱이며 무언가 새로 만들고 있다. 시골에 산다는 것은 이런 재미가 있는 것 같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으니, 내 손으로 무언가 뚝딱뚝딱 만들 수 있다는 것. 멋지거나 근사하지 않아도 괜찮다. 누구도 못났다고 타박하지 않는다. 직접 땀 흘리고, 손에 흙먼지 묻히며 해볼 수 있는 것, 살아볼 수 있는 삶.
---「비포 앤 애프터」중에서
우리 양옆 집에는 할망들이 혼자 사시는데, 어떤 날엔 서쪽 집 할망이 장아찌를 담가둔 유리병 뚜껑을 열어달라며 찾아오시고, 하루는 동쪽 집 할망이 텔레비전이 고장 났다며 J에게 도움을 청하신다. J가 가서 보자 전원 코드가 빠져 있어서 꽂았더니 TV가 멀쩡하게 나오더란다. 그리고 하루는 휴대폰이 고장 났는지 켜지지 않는다며 봐달라고 가져오셔서 전원 버튼을 꾸욱- 누르자 멀쩡하게 켜지기도 했다. 우리에게는 너무도 쉬운 일들이 할망들에겐 이제 어려운 일이 되었나 보다.
---「다정한 할망들」중에서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은 분명 누군가에게 작은 영감이 되고, 영향을 준다. 그 작은 영감은 그림으로, 노래로, 혹은 글이나 사진으로 표현되고, 그것들은 또 다른 누군가에게 영향을 미친다.
삶이란 그런 것이 아닐까. 우리 모두 끊임없이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고, 그 영향으로 조금씩 좋은 방향으로 바뀌어간다면 언젠가 좋은 삶, 좋은 인생이 되지 않을까?
---「봄날 밤의 작은 공연」중에서
제주의 숲은 언제나 푸른 잎을 가지고, 와중에 붉거나 노란 단풍잎도 보인다. 때때로 자연은, 숲은, 나무는 인간이 줄 수 없는 위안을 주고, 맑은 숨과 기운을 주고, 한겨울에도 포근한 숨을 내뿜는다. 숲은 거칠지만 부드럽고, 어지럽지만 고요하고, 날카롭지만 포근하다. 제주에 살면서 전보다 숲에 가는 일이 훨씬 많아졌는데, 그 안에 들 때마다 숲은 나를 정화시키고, 겸손하게 만든다.
---「곶자왈」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