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고개를 쳐들어 하늘을 보았다. 비록 똥구덩이에서 쳐다보는 것이라 할지라도 밤하늘의 별은 참 예쁘게도 반짝이고 있었다. 문득 그의 눈에서 까닭모르게 물기가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죄의식 같은 것은 들지 않았다. 지금이 아니라도 어차피 그가 언제든 치러야 할 일이니까. 그리고 마누라의 말대로 녀석이 순수한 인간이라면, 녀석은 그저 자신의 순수함에 대한 대가를 치르는 것 일 뿐이니까.
--- pp.180-181
"다음 정차할 역은 녹천, 녹천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왼쪽입니다."
으, 으, 으, ....... 준식의 옆자리에 앉은 민우의 입에서 신음 소리 같은 것이 흘러나왔다. 이 무덥고 복잡한 전철에 끼어앉아 졸고 있으면서도 무슨 악몽이라도 꾸고 있는 모양이었다. 군데군데 매달린 낡은 선풍기가 힘없이 날갯짓을 하고 있을 뿐 냉방 장치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차내는 숨이 막힐 듯이 무더웠다. 준식의 어깨에 고통스럽게 고개를 얹고 입을 반쯤 벌린 채 잠들어 있는 민우의 얼굴에는 기름 같은 땀이 번질번질 흐르고 있었다.
이 녀석이 과연 내 동생인가, 준식은 마음속으로 그렇게 반문했다. 며칠이나 세탁을 못 한 건지 구지레하게 땀에 절은 하늘색 셔츠에서는 시쿰한 땀냄새가 풍겨오고 있었고, 햇빛에 시커멓게 그을은 얼굴에는 텃수염이 함부로 삐죽삐죽 돋아나 있었다. 짙은 눈썹이라든가 곧게 날이 선 코 언저리에는 분명히 옛날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 같았다. 그것은 또 지금은 땅속에 묻혀 있는 아버지의 얼굴을 판에 박은 듯이 닮은 모습이기도 했다.
--- p.110
"다음 정차할 역은 녹천, 녹천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왼쪽입니다."
으, 으, 으, ....... 준식의 옆자리에 앉은 민우의 입에서 신음 소리 같은 것이 흘러나왔다. 이 무덥고 복잡한 전철에 끼어앉아 졸고 있으면서도 무슨 악몽이라도 꾸고 있는 모양이었다. 군데군데 매달린 낡은 선풍기가 힘없이 날갯짓을 하고 있을 뿐 냉방 장치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차내는 숨이 막힐 듯이 무더웠다. 준식의 어깨에 고통스럽게 고개를 얹고 입을 반쯤 벌린 채 잠들어 있는 민우의 얼굴에는 기름 같은 땀이 번질번질 흐르고 있었다.
이 녀석이 과연 내 동생인가, 준식은 마음속으로 그렇게 반문했다. 며칠이나 세탁을 못 한 건지 구지레하게 땀에 절은 하늘색 셔츠에서는 시쿰한 땀냄새가 풍겨오고 있었고, 햇빛에 시커멓게 그을은 얼굴에는 텃수염이 함부로 삐죽삐죽 돋아나 있었다. 짙은 눈썹이라든가 곧게 날이 선 코 언저리에는 분명히 옛날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 같았다. 그것은 또 지금은 땅속에 묻혀 있는 아버지의 얼굴을 판에 박은 듯이 닮은 모습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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