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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의 탈식민적 주체성
중고도서

한국문학의 탈식민적 주체성

: 이식문학론을 넘어

배개화 | 창비 | 2009년 06월 26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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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9년 06월 26일
쪽수, 무게, 크기 325쪽 | 600g | 153*224*30mm
ISBN13 9788936413149
ISBN10 8936413147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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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매자 :   stayy5   평점4점
  •  특이사항 : 사회학 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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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배개화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ㅏ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1년부터 2년간 하바드-옌칭 연구원에서 방문연구원으로 박사논문 주제를 연구했으며, 현재 단국대학교 천안캠퍼스 교양학부에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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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로 문학을 한다는 것의 의미

필자는 2001년 9월부터 2003년 1월까지 하바드 엔칭연구소(Harvard-Yenching Institute)의 초대로 하바드대학교에서 박사학위 논문을 준비한 적이 있었다. 한국문학 중에서도 현대문학 전공자였던 필자는 몇 년 동안 취미 삼아서 영어회화를 배우러 다녔던 덕분에 우연찮은 기회를 얻어서 미국행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하지만 미국 생활은 그다지 쉽지 않았다. 전공이 전공인지라 영어 책을 많이 볼 일도 없었고 지금은 흔한 어학연수도 받아본 적이 없어 영어로 의사소통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 적응하기가 매우 힘들었다.
당시 필자가 박사논문의 주제로 생각하고 있었던 부분은 1930년대말 출판된 「문장」 잡지의 전통논의였다. 하지만 막연한 생각만 있었을 뿐 구체적으로 어떻게 써야겠다는 계획을 잡지 못했던 상황이었다. 더구나 당면한 ‘영어 전용’이라는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느라 몸과 마음이 여러 가지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었고, 새로운 교육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 이런저런 과목들을 청강하느라고 바쁜 시간을 보냈다. 덕분에 애초 미국 방문의 이유였던 박사논문 연구에 집중하지 못했다.
그러나 미국 생활이 박사논문 준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 그 도움은 책상 앞이나 강의실에서 온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곳에서 보낸 일상 자체가 박사논문 주제를 좀 더 구체화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미국은 영어가 공용어이고 대학에서도 모두 영어로 교육한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어’는 아무런 의미도 없다. 즉 상대적으로 내가 잘 할 수 있는 언어는 한국어지만 그곳에서 그것은 아무런 가치도 없었다. 한국어를 사용하는 나는 매우 지적일 수 있지만, 영어를 사용하는 나는 그렇지 않을 수 있었다. 한국어로 논문을 써봤자 읽어줄 독자가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내 생각을 전달하기 위해서 짧은 영어로 힘들게 논문을 써야 했다. 그곳에서 나는 한국어의 가치하락을 온몸으로 경험했다고나 할까.
또 하나의 계기는 내 연구 대상 자체에서 왔다. 1930년대는 한반도가 일본의 식민지 통치를 받던 시기로 근대 국가로서의 ‘조선’이나 ‘대한민국’ 등이 성립할 수 없었던 시기였다. 때문에 그곳에서 만난 외국인들에게 내 전공을 설명할 때면 나의 말은 항상 “한때 한국은 일본의 식민지였다”라고 시작되었다. 이 점은 내가 국내에 있을 때는 그다지 의식되지 않았던 것이다. 물론 근대 한국문학의 환경으로서 ‘일제의 식민통치’(1910~1945)를 필자가 무시한 것은 아니지만 그러한 환경이 문학의 생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실감’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데 짧은 기간 동안이긴 하지만 한국어가 공용어가 아닌 환경 속에서 ‘한국문학’에 대해서 외국어로 이야기하고 쓰다 보니, 나 스스로가 마치 식민지 지식인이 된 것 같은 투사가 일어났다.
덕분에 이중언어 환경, 즉 일본어가 공용어인 상황에서 ‘조선어’로 말하고 ‘조선문학’을 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라는 생각과 ‘일본어’의 중압을 조선인 문학자들은 어떻게 극복했을까 하는 의문이 생겨났다. 이런 의문은 ‘식민지 상황이 근대 조선어와 조선문학 형성에 미친 영향과 그 결과를 연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되었다. 이러한 연구를 통해서 모더니스트나 리얼리스트 또는 민족주의자든 맑시스트든 근대 조선어와 조선문학에 대한 자기 나름의 모델을 가지고 있었고 그 모델을 실현할 방법을 제시하고자 노력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나의 연구는 ‘탈식민주의’(post-colonialism) 문학 연구의 하나라고 할 수 있지만 연구의 방향은 ‘영연방 문학’으로 말해지는 ‘영어’ 위주의 문학 연구의 일반적 방향과는 조금 다르다. 영미권의 탈식민주의 연구는 일반적으로 영어 또는 영어와 식민지어의 잡종어(크레올)로 쓰인 문학에 대한 연구들이다. 하지만 조선문학의 경우는 ‘조선어’로 쓰인 것이 대부분이고 일부 예외적인 경우만 ‘일본어’로 창작되었다. 조선인과 일본인의 차별을 없애고 일본어로만 교육하기로 결정한 제3차 조선교육령이 발표된 1938년 4월 1일 이후에 창작된 조선인의 일본어 작품들은 ‘영연방 문학’을 중심으로 한 탈식민주의 연구 방법을 그대로 이식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으며, 현재 다수의 한국문학 연구자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연구가 수행되고 있다. 반면에 나의 연구는 ‘조선어’와 ‘조선문학’ 자체가 지닌 ‘탈식민성’에 초점을 맞추었다.
이 책은 필자의 박사학위 논문을 수정, 보완하여 출판하게 된 것이다. 박사학위를 2004년 2월에 받았으니, 논문이 책으로 나오기까지 5년여의 시간이 지났다. 그 사이에 부족한 부분을 고치고 다시 쓰기도 했으나, 여전히 부족하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부족한 대로 이 책이 식민지 기간 동안 조선어로 문학을 하는 것의 의미와 중요성을 이해하고, 선배 문학인들의 고민과 열정을 이해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이 책이 나올 수 있도록 도와주신 많은 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석사 때부터 지금까지 어버이 같은 사랑으로 지도해주신 박동규 선생님, 미국에 갈 수 있도록 도와주시고 큰 관심을 베풀어주신 권영민 선생님, 연구에 큰 지지와 도움을 주신 최원식 선생님, 박사논문 심사와 그 밖에 많은 도움을 주신 조남현 선생님과 장사선 선생님, 늘 애정과 지지를 보내준 방민호 선생님을 비롯한 연구실 선후배들, 그리고 힘들 때나 기쁠 때나 말없이 곁을 지켜준 사랑하는 가족에게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 더불어 이 책이 출판될 수 있도록 지원해준 서남재단에도 감사드린다.

2009년 6월
배개화
--- 「저자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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