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벨의 포스트모더니즘 건축이 지향하는 심미주의, 즉 건축의 특이성에 대한 추구는 아이러니하게도 기능주의가 팽배한 모더니즘의 획일화된 양식보다 더 장소성이 결여된 형태로 나타난다. 가령 오늘날 우리 사회를 대표하는 공간인 슈퍼마켓, 백화점, 호텔, 공항 등의 공간은 국적과 장소성이 완전히 상실된 ‘비-장소’의 사례들이다. 이렇게 보자면 우리가 흔히 말하는 포스트모더니즘 공간은 ‘초근대주의’ 공간일 뿐이다.
-1장
이 작품은 인간이 자신의 몸을 유지하기 위해 하는 모든 행위, 즉 먹기, 씻기, 배설하기를 모두 한 자리에서 할 수 있도록 최적화시킨 디자인 유형이다. 이 작품에 대해 미술가이자 평론가인 앨런 맥컬럼은 “과연 어떤 사람이 먹는 행위와 배설하는 행위를 한 공간에서 하길 원하겠느냐, 이것은 디스토피아를 추구하는 작품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작가는 이 작품이 실제 사용하기 위해 제작한 것이 아니라 하나의 최적화된 생활 방식을 실험적인 유형으로 제시한 작품이라고 답했다. 그리고 자신은 디스토피아를 추구한 것이 아니며 다만 이 작품이 특수한 상황에서는 오히려 유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3장
이 퍼포먼스의 목적은 바로 시간으로부터의 도피였다. 작가는 일주일 동안 외부와 차단된 공간에서 시계 없이 살아 봄으로써 시간으로부터의 도피라는 판타지를 실현시켰다. 그리고 이때 자신의 몸과 정신에 어떠한 변화가 생기는지 알아보려 했다. 즉 표준화된 시간 규약에 길들여진 우리의 몸과 정신이 시계로부터 도피하여 오로지 신체의 생체 리듬에 의존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를 확인하고자 한 실험이었다.
-3장
인간의 경험은 테크놀로지와 뗄 수 없는 경험을 동반한 것으로, 풀러에 따르면 인간이라는 유기체는 가장 정교한 로컬 테크놀로지다. 이것은 그의 개인적 경험과 연관되어 있다. 그는 하버드 대학교 2학년을 다니면서 시험을 포기하고 뉴욕으로 뮤지컬을 보러간 벌로 캐나다의 방직 공장에서 일하게 되었는데 그때 기계를 처음 접했다. 이는 사실상 그가 기계에 눈을 뜬 계기가 되었다. 그는 하버드에서 두 번 퇴학을 당했던 이력을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계기를 통해 공학, 기술 등을 경험하게 되었다. 풀러는 이후 해군으로 일했고, 항공 등의 분야에도 종사하면서 테크놀로지와 이동성에 대해 지식을 더욱 심화시켰으며 직접 공학을 공부하기도 했다.
-4장
홍수와 산사태, 대지진, 쓰나미, 전쟁 등의 재해는 이후의 주민 삶을 심히 위협한다. 추위와 공포 및 각종 불편으로부터 온전한 삶을 영위하기 위한 최소한의 주거는 적정기술과 함께 갑작스런 재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필수 요소로서 쓰임새가 주목 받고 있다. 일본 건축가 시게루 반은 1994년 르완다 내전 난민을 위한 종이튜브 주택을 건설했으며, 페라라 디자인 회사는 저렴한 가설 주택 ‘글로벌 빌리지 쉘터’ 7백 채를 2004년 허리케인 피해를 입은 그레나다섬에 제공했다. 2011년 일본 대지진 때에는 6만 2천여 채의 임시 주택이 지어져 재난을 극복하는 과정에 쓰였다.
쉘터의 유용성은 재난 상황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점점 확대되는 현대 생활의 노마드적 속성과 도시 공간에서 벌어지는 각종 임의적이고 임시적인 이벤트 상황들은 점점 더 이동성과 설치 용이성이 뛰어난 구조물인 쉘터의 필요를 촉진하고 있다. 보행 전용 지구에 설치되는 키오스크형 판매대, 푸드 트럭, 커피 트럭 등 상업적 목적으로 설치되는 구조물뿐만 아니라 뉴욕 현대 미술관이 기획한 《홈 딜리버리》전시회처럼 예술 표현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6장
스마트 시티는 모든 도시 문제를 해결해 줌과 동시에 현재와는 현저하게 다른 희망적 미래를 가져다줄 수 있을 것 같은 기대를 갖게해 주었다. 스마트 시티 세상의 단편적 모습으로 소개되고 있는 의료, 교통 등 기술 기반 체험 시뮬레이션으로부터, 도시 마케팅의 일환으로 소개되는 화려한 그래픽 이미지까지, 스마트 시티는 영화 속 암울한 미래 세상보다는 차라리 긍정적인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 그러나 과연 관념적으로 이해되는 스마트한 세상이 실제로 어떤 모습일지에 대해선 아직도 명쾌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스마트 시티는 이제 이론적, 개념적 연구의 단계에서 계획과 건설을 위한 실천적 단계로 접어들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7장
유엔난민기구는 지원하는 난민을 난민 캠프의 난민과 도시 난민으로 구분하고 있으며, 전체 난민의 50퍼센트가 도시 난민이라고 보고하고 있다. 이중 도시 난민은 일반적으로 난민 캠프에서 5년 정도 거주한 후 도시로 유입된 난민으로서 이들은 도시 내에서 거주 공간을 공유 하거나, 적절한 거주 환경이 제공되지 않는 공공건물, 집단 수용 시설, 빈민가 등에 정착하고 있으며, 그들의 익명성과 공동체의 편견으로 인하여 적절한 도시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 도시 난민은 난민 캠프의 난민과는 다른 문제인 도시 속에서 지속가능한 생활을 회복하기 위한 도전에 직면한다.
-8장
1969년 2월, UCLA 대학의 레너드 클라인록 교수와 스탠포드 대학의 엥겔바트 교수 사이에서 세계 최초의 컴퓨터 시스템을 활용한 원거리 간 데이터 통신이 이루어졌다. ‘Login’이라는 다섯 글자를 전송하며 사물 간 데이터 통신이 인터넷 공간에서 시작되는 계기가 되었다. 최근 우리의 환경은 모든 사물에 마이크로칩 형태의 컴퓨터가 탑재되면서 일반적인 컴퓨터 형태를 띠지 않는 작은 사물까지 서로 주요 정보를 교환하고 소통할 수 있는 IT환경인 사물인터넷? 환경이 구축되면서 사용자의 생활 공간에 활용되고 사용자의 패턴을 파악하여 최적의 스마트 환경을 구축하고 있다. 인터넷에 연결되어있는 사람보다 더 많은 주변의 사물들이 스스로 인터넷의 공간을 통해 정보를 주고받는 시대가 되었으며 이를 스마트 환경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9장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