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학은 사회, 즉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연구의 핵심대상은 사람들 사이에 일어나는 협력과 갈등 그리고 그것들의 변화 과정이다. 많은 사회학자들은 사회 밖의 자연과 환경은 연구 대상에서 제외하고 사회 속에서 어떤 현상의 원인을 찾고 그 의미를 해석하려고 노력한다. 사회 안에서 사회라는 눈을 통해 사회를 설명하고 해석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급속한 공업화의 영향으로 20세기 후반에 이르러 대기오염, 수질오염, 자연생태계 파괴, 기후변화와 같은 문제들이 사람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사람들은 과학기술과 경제성장을 통해 인류의 영원한 번영과 발전이 가능할 줄 알았지만, 환경오염과 자원고갈이라는 복병을 만나게 되었다. 사회학자들은 이러한 변화에 주목하고 환경문제를 사회학의 눈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환경문제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왜 똑같은 환경문제에 대해 사회마다 다르게 대응하는가?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람들은 환경운동을 조직하는가? 아니면 개인적으로 환경위험을 피하는가? 환경문제에 대한 사회적 대응은 환경문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이러한 질문들이 환경사회학자들이 씨름하는 연구 문제들이다.--- pp.40-41
인간중심주의와 이에 대한 생태중심주의의 비판, 그리고 생태중심주의의 치우침을 교정하려는 다양한 ‘사회적’ 생태론의 대립은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둘러싼 논쟁의 윤곽만을 보여줄 뿐이다. 이 장의 목표는 이러한 ‘윤곽’을 넘어서 환경사회학이 대결해야 할 좀 더 세부적인 문제들을 찾아내고 논의하는 것이다. 왜 우리는 사회학의 시야를 자연으로까지 확장해야 하는가? 사회학의 시야를 자연으로까지 확장하는 것은 실천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일까? 존재론적으로 자연이 인간사회와는 독립적으로 존재한다는 인과적 설명은 인간의 독특성과 문제해결능력을 부정하는 것일까? 인간사회의 독특성과 자연의 독자성을 동시에 설명할 수 있는 길은 없는 것일까? 이 모든 질문에 답하는 것은 자연주의와 인간주의 사이에 놓인 좁고 위험한 길을 찾는 어려운 작업과 대면하는 것이다.--- pp.104-105
생태학적 위협은 우리가 사회와 자연 간의 관계를 보는 방식이 과거와 달라진 까닭에서 연유한다. 사회와 자연의 관계는 이제 단순한 대립구도로부터 벗어나 체계의 환경에 대한 적응맥락에서 이해되기 시작한다. 이는 사회에서 기능체계들의 현실적인 상호작용에 의해 사회와 그 환경의 관계가 생산되고 재생산되는 것을 의미한다. 기능적 사회분화 이론의 시각에서 접근한다면, 이는 체계와 환경의 차이가 다시 기능체계들의 내부에서 반복되면서 동일성과 차이에 의한 분화를 거듭하는 것이다. 그때 포괄적인 전체로서의 사회는 기능체계들의 형성을 위한 주변 환경이 된다. 즉 기능체계들은 궁극적으로 자연과 같은 외부환경에 대해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체계분화에 의한 여과작용의 강화를 통해 고도의 체계 복잡성을 달성하게 된다. 만일 주변 환경의 어떤 요소가 체계분화를 통해 체계의 통제 아래 놓이게 된다면, 그것은 체계의 다른 요소들과 상호관계를 갖는 체계 내부의 구성요소가 될 것이다.--- pp.159-160
기후변화사례는 과학과 환경문제의 복합적인 관계를 잘 보여준다. 기후변화의 주된 원인이 과학지식과 결부된 산업기술의 발전이었다는 점에서 과학은 지구기후변화라는 환경문제를 일으킨 주요 원인의 하나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기후변화사례는 과학이 지구기후변화라는 환경문제를 인지하고, 이것을 사회·정치적 쟁점으로 부각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했음을 잘 보여준다. 특히 후자의 역할에 주목하면서 실재론에 입각한 환경사회학자들은 주류 기후변화과학의 타당성과 확실성을 주장한다. 이들에 따르면 기후변화과학의 불확실성을 강조해 과학지식을 상대화하는 구성주의적 환경사회학자들은 의도하지 않게 지구기후변화 문제의 해결을 오히려 방해하고 있는 것이다.--- p.195
주류 경제학 논리에 매우 충실했던 서머스의 메모 내용은 지배계급의 환경 이데올로기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이는 환경문제에 대한 논의가 결코 정치·경제적 맥락과 분리되지 않는다는 점을 알려준다. 무엇보다 지배계급의 환경 이데올로기는 사회정의와 환경정의의 측면, 즉 가난한 국가의 사회적 약자의 입장을 전혀 반영하고 있지 않다.--- pp.239-240
지속가능발전의 개념과 함의는 ‘인간은 기본 욕구가 충족되어야 하고, 욕구충족을 위한 활동이 경제이고, 경제활동은 자연에 의존하고 있으며, 욕구충족은 현세대뿐만 아니라 미래 세대까지 지속되어야 한다’에 기초하고 있다. 이것은 곧 지속가능발전은 ‘자연보전의 목표’, ‘경제발전의 목표’, ‘형평성의 사회적 목표’로 함축된다. 따라서 지속가능발전지표는 이 셋을 포괄할 수 있는 핵심적 지표들로 구성되어야 할 것이다. 지속가능발전의 구성요소들이 각기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인과적 메커니즘 속에 있기 때문에 지속가능발전지표도 지표들의 단순한 합이 아니라 이 인과적 메커니즘에 기초한 프레임워크에 기초하여 개발될 필요가 있다.--- p.322
하지만 기후변화문제는 더 이상 자연과학의 문제나 공학의 문제가 아니며 단순히 경제학적 계산이나 기술공학적 처치를 통해 풀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그에 대응하는 사회적 의지와 실천을 필요로 하는 문제이며 보다 깊이 있는 정치경제학적이며 사회학적인 이해와 분석이 필요한 문제다. 앞서 언급했듯이 기후체계의 변화는 기상의 변화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경제적 변화를 야기하며 안보를 포함한 정치군사적 문제까지도 야기할 수 있다.--- p.366
신자유주의는 이러한 문제를 은폐하기 위하여 ‘자유’시장, ‘자유’무역을 강조한 것처럼, ‘녹색성장’은 환경위기와 환경불평등을 은폐하기 위하여 ‘녹색’과 ‘저탄소’를 전면에 부각시키고 있다.
이러한 은폐를 통해, 신자유주의화 과정은 자연환경을 대상으로 새로운 ‘탈취에 의한 축적’ 메커니즘을 작동시키고자 한다. 오늘날 자본주의경제는 세계적 공유물인 물과 공기, 바람, 태양 등과 같은 자연환경의 구성물들을 자본축적 과정에 새롭게 편입시킴으로써, 이들을 대규모로 사적 소유로 전환시키고, 시장가격으로 판매되고 수급이 조정되도록 상품화하고, 나아가 질적 효율성을 증대시킨다는 명분으로 이들을 가공·조작하여 산업화하고 기술화하고자 한다. 심지어 탄소배출권과 같이 자연 상태에서 존재하지도 않는 환경오염 권리에 의제적 가치를 부여하여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시장으로 만들어나가고 있다.--- pp.462-463
시민들이 자신의 의사와 의지를 자유롭게 표명할 수 있고, 개별/집합환경행동을 억제하는 사회구조와 문화에 대하여 자유롭게 논의할 수 있는 사회적 제도는 이런 복합적이고 다차원적인 환경문제, 환경담론, 그리고 사람들의 환경의식을 수용해낼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은 환경문제에 관한 사회적인 논의가 정책과 사회구조적 변화로 이어질 수 있는 평의민주주의(deliberative democracy)의 구현으로 나타날 것이다. 시민들은 이 과정에서 스스로의 복합적이고 다차원적 환경의식을 바로 이곳의 사회구성원임과 동시에 지구시민으로서 더욱 생태적이면서도 민주적인 지향에서 성찰하고 수정할 수 있을 것이다.
--- pp.493-4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