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도 정치적 변화와 함께 다른 사회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실현 가능한 사회체제를 모색하거나 구체적인 정책 대안을 찾으려는 시도에서 다른 사회의 경험과 제도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커졌다. 특히 2008년 미국 금융위기 이후 신자유주의 체제의 모순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면서, 새로운 대안으로 유럽 사회모델과 함께 스웨덴을 포함한 북유럽 사회민주주의가 다시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최근 한국에서도 정치인이나 일반 시민들이 스웨덴에 관심을 많이 갖기 시작했다. 때로 이러한 관심이 지나쳐서 스웨덴 사회체제와 제도에 대한 오해가 생기기도 한다. 스웨덴을 마치 복지천국이나 이상향처럼 여기는 것이다. 스웨덴은 포괄적인 복지뿐만 아니라 공공기관과 이웃에 대한 높은 수준의 신뢰, 권위를 내세우지 않는 정치인, 부정부패가 적은 매우 투명한 사회, 높은 수준의 평등과 삶의 질, 상당한 정도의 양성평등 등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많은 한국 사람에게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다. 하지만 최근 스웨덴에서 복지체제의 변화와 더불어 ‘스웨덴 민주당’으로 대변되는 극우 정치세력이 세를 확장해 사회적.정치적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서 스웨덴 사회의 어두운 이면도 드러나고 있다.--- p.7
.
마지막으로 네 번째는 북유럽에서 등장한 사회민주주의이다. 선거를 통해 집권한 노동자계급 정당이 평등선거 제도와 의회주의를 인정하지만, 경제적으로 국가의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 평등과 연대를 실현하고자 한 정치체제이다. 사회민주주의는 제도적으로 노동의 탈상품화, 친노동계급적 경제정책을 실시하는 케인스식 경제체제와 복지정책이 결합된 정치경제체제였다.--- p.17
두 번째는 사민당의 선거정치로서 선거에서 계급성을 완화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스웨덴 사민당은 아담 셰보르스키--- p.Adam Przeworski)가 정확하게 지적한 프롤레타리아트 선거주의 딜레마--- p.the dilemma of the proletarian electoralism)에 직면해서,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노동계급만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노동계급을 포함한 ‘대중을 위한 정책’을 선택한 것이다. 평등선거 제도가 도입되어 노동계급 정당이 선거에 참여하는 경우, 노동계급 정당이 유권자의 과반수를 차지하는 못하는 노동자들만의 지지로는 의회 내에서 다수당이 될 수 없었다. 그래서 노동계급 이외의 유권자들에게서도 지지를 얻어내기 위해 선거에서 다른 계급 유권자들의 이해를 어느 정도 고려해야만 한다. 즉, 선거에서 패배를 무릅쓰고서라도 노동계급성을 엄격하게 고집할 것인가, 아니면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노동계급성에 대해서 유연성을 보일 것인가를 선택해야 했다. 이것은 사민당이 모든 사회 집단으로부터 지지를 얻고자 하는 대중정당--- p.catch-all party)으로 변화하려 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러한 논의의 출발점은 노동계급 성원이 전폭적으로 노동계급 정당을 지지할 것이라는 점을 가정하고 있다.--- p.24~25
이러한 케인스식 자본주의 경제체제와 사회주의 계획경제체제의 중간 형태의 경제체제가 스웨덴식 경제체제이다. 이러한 점에서 스웨덴식 경제체제의 모형은 흔히 ‘중간적인 방식--- p.the middle way)’ 혹은‘제3의 길’로 불렸다. 스웨덴식 경제체제는 국가의 경제개입이 매우 강하고, 개입의 형태도 화폐정책이나 금융정책을 통한 간접적인 시장개입이 아니라 노동시장정책과 조세정책을 통한 직접적인 개입으로 특징지어진다. 거대한 정부가 곧 민주주의의 쇠퇴라고 본 밀턴 프리드먼--- p.Milton Friedman)과 같은 자유주의 경제 학자들의 주장과는 달리, 거대한 정부가 존재함에도 스웨덴은 가장 완벽한 참여민주주의를 실시하고 있다. 그리고 프리드먼은 국가의 시장개입에 따른 비효율적인 경제로 디스토피아가 나타날 것을 예상했지만, 스웨덴은 가장 경쟁력 있는 시장경제체제를 구축해 정치적 차원뿐만 아니라 경제적 차원에서 최고의 복지국가를 건설했다.--- p.116~117
정치적으로 복지제도의 안정성은 복지제도에 대한 일반 국민의 지지에 달려 있다. 특히 세계화로 경제적 불안정이 커지기 때문에 복지재정 문제가 자주 대두되고 있어서, 복지재정에 필요한 세금 부담과 관련된 국민들의 태도가 복지제도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데 중요하다. 이러한 점에서 본다면, 스웨덴 국민들의 스웨덴 복지제도에 대한 지지는 매우 견고하다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도 복지정책에 소요되는 재정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개인들이 세금을 부담하는 것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지속적으로 높아졌다.--- p.167
비교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스웨덴의 고등교육제도는 중앙정부에 의한 규제를 상대적으로 강하게 받고 있다. 오랜 기간 국가가 평등을 교육의 목적으로 제시하고 교육정책을 추진해왔다. 미국처럼 학교가 입학생 수나 학교 운영에 정부의 규제를 받지 않는 나라들과는 달리, 스웨덴에서는 정부가 대학 정원을 통제하고 있다. 정부가 학교의 재정뿐만 아니라 졸업에 필요한 학점과 같은 세부적인 부분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그러므로 국가는 교육정책을 통해서 불평등을 약화할 수 있는 수단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국가의 교육정책이 스웨덴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p.180~181
2004년 10월 새로운 보수당 당수로 선출된 프레드릭 레인펠트는 2004년 4월 빌트의 노선을 거부하고, 새로운 보수당 노선으로 친복지, 친노동을 강조하는 ‘새로운 보수당--- p.De Nya Moderaterna)’을 선언했다. 2003년 레인펠트는 보수당 내의 친기업, 반복지, 반노조 노선이 스웨덴의 주류에 반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자신들을 ‘새로운 보수’로 부르는 한편 복지를 옹호하며 노동계급에 반대하는 정당이 아니라 친노동자 정당임을 선언했다. 그리하여 레인펠트의 새로운 보수당은 ‘사회민주당에서 이데올로기를 뺀 것과 같은 것’ 같다는 의미에서 사민주의 이데올로기를 뺀 사민당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p.291
스웨덴 민주당과 같이 단일 이슈 중심의 정당들이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는 이유는 기존 정당들이 특정 이슈에 대해서 냉담하거나, 무능력하게 대처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상대적으로 관심이 낮은 이슈를 정치적인 이슈로 부각하고 그에 기초해 지지를 확보하는 새로운 정당들의 전략은 정치적으로 주변화된 이슈를 활용하는 틈새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틈새전략은 새로운 정당의 지도자 개인의 인기로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고 있었다.
--- p.3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