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사쿠라 스미레. 벚꽃과 제비꽃에서 따온(일본어로 사쿠라는 벚꽃, 스미레는 제비꽃이 라는 뜻-옮긴이) 웃기는 이름이 아니라, 영어의 ‘스마일Smile’을 철자 그대로 읽어서 ‘스미레’라고 지었다고 한다. 시즈오카 현 시골 마을에서 전통을 지키며 간장을 담그는 간장 공장의 외동딸인 나. 예전부터 엄마에게 ‘소심한 어리광쟁이’라는 말을 들으며 자랐지만, 올해부터는 다르다. 료가 ‘약간 빈약?’하다고 놀렸던 이 가슴 안에 최고로 멋진 미래에 대한 야망을 품기 시작했다. 감출 게 뭐람? 나는 잠들지 않는 대도시 도쿄의 레코드 회사 ‘(주)스마일뮤직’을 이끄는 ‘보스’이자 ‘우두머리’이자 ‘CEO’이자 ‘대표이사’인 여사장이다. 뭐, 직원은 0명이지만. ---「워커홀릭 좀비」중에서
‘앞이 보이지 않아 불안할 때일수록 미래에의 희망을 그려야 할 시기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현기증을 느낄 만큼 자유롭다.’이 두 가지가 료의 인생철학이다. 그는 내가 회사를 차리겠다고 했을 때도 이런 말로 응원해주었다.
“인간은 누구나 360도 지평선만 보이는 대초원 한복판에 서 있어. 거기서 어느 쪽을 향해 걸어도 좋아. 달려도 좋고, 멈춰서 낮잠을 자도 좋고, 물구나무서서 소변을 봐도 좋고. 스미레에겐 자유가 있잖아? 하고 싶은 일을 하다가 도중에 그만두고 싶으면 그때 다시 생각해봐도 되지 않을까?” ---「워커홀릭 좀비」중에서
문제는 날씨도 운세도 아니었다. 오늘 라이브 개장 시각은 저녁 7시. 공연은 7시 반부터 시작될 예정인데, 7시가 넘어도 DEEP SEA 멤버가 한 사람도 나타나지 않는 것이었다. 원래 5시까지 와서 리허설을 하기로 했는데……. 관객들이 벌써 속속 모여들기 시작했다.
“사쿠라 씨, 밴드 아직 안 왔어요?”
초조해진 스태프들이 몇 번이나 재촉했다. 나는 고개를 숙이면서 몇 번이나 몇 번이나 후유미, 슈스케, 류지에게 차례로 전화를 걸었지만 아무도 받지 않았다.
혹시 이쪽으로 오는 도중에 사고라도 당한 건 아닌지…….
혼자서 최악의 사태를 상상하니 구역질이 날 것 같았다. ---「오늘은 흐림」중에서
“이렇게 착해빠져서 어쩔래!”
미사키에게 이렇게 자주 야단맞는 나는 그래도 사람들에게 미움받지 않고 비교적 사랑받으며 산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속거나 이용당하는 횟수가 사랑받음으로써 득을 보는 횟수보다 훨씬 많다(라고 미사키가 야단친다). 그럴 때마다 마음에 상처를 입고 도시에서 살 자신감을 잃었고, 인간에 대한 가벼운 불신감에 시달리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면 나는 도쿄라는 도시의 온갖 ‘과잉’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으로 공간을 밀어젖히며 살아왔던 것 같다. (중략) 주위에 사람이 많아서 즐거울 텐데도 문득 마음 안쪽을 들여다보면, 어두컴컴한 곳에 외톨이가 된 내가 무릎을 끌어안고 앉아 있을 때가 많았다. ---「이름의 의미」중에서
“웃는 건 말이야, 원래 자기 자신을 위한 게 아니래.”
“응……?”
“웃는 건, 늘 타인을 향해서잖아? 우선 타인을 웃게 하기 위해 내 웃음이 존재하고, 그래서 타인이 웃어주면 그 웃음이 내게도 돌아온다는 거야.”
“흐음…….”
“그러니까, 주위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게끔 늘 웃는 딸로 자라주길 바랐던 거지. 그러면 결국 너도 행복해질 테니까. 아버지는 그렇게까지 생각해서 ‘스미레’라는 이름을 지어준 거야.
(130p, ‘이름의 의미’에서)
결과물은 나무랄 데 없이 훌륭했다. 하루토 말처럼 ‘음 하나 하나에 신이 깃들었다’고 표현하고 싶을 정도다. 이제 마스터링 엔지니어가 음을 최종 보정하고 완성된 데이터를 CD에 수록하면 우리의 앨범은 완성이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나는 라이브 구성과 준비, 배치도 제작, 라이브하우스 스태프와의 회의, 광고지와 앨범 재킷 제작, 라이브와 CD 프로모션, 각 매체와의 협력 기획과 영업, 서포트 뮤지션들과의 회의 등 여러 일을 병행했기에 잘 시간도 거의 없었다. 물론 미사키와 링코도 만나지 못했다. 솔직히 말하면 몇 번인가 그날처럼 길바닥에 쓰러져 좀비가 될 뻔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하루하루가 즐거워서 미칠 지경이었다. 편안함을 좇으면 괴로워지고, 꿈을 좇으면 즐거워진다. (202p, ‘스마일 콤비’에서)
마침내 참가자가 모두 모였다. 이제 최종 리허설을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한 찰나, 휴대전화로 메시지가 왔다. 이런 타이밍에 오는 메시지라면……. 예상대로 아버지였다.
‘꿈을 현실로 만든 사람 대부분은 스스로 꿈을 향해 다가간 사람이다.
꿈이 꿈으로 끝난 사람 대부분은 꿈이 다가오기를 기다린 사람이다.
BY 사쿠라 데쓰하루’
요즘 어째 메시지가 뜸하다 생각했는데, 이런 글귀를 짜내고 계셨던가……. 게다가 ‘BY 사쿠라 데쓰하루’라니, 아버지는 유명인이 아니잖아요. ---「네 잎 클로버」중에서
조명이 쓰윽 어두워진다.
암흑에 감싸인 꽉 찬 객석.
캄캄한 무대.
색을 잃은 공간이 조금 술렁거린다. 그와 동시에 객석 전체로 두근두근 긴장감이 퍼져나간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예고도 없이 탁탁탁, 하는 드럼 스틱의 마른 소리가 났다.
첫 번째 곡이 시작된다.
암전되었던 조명이 무대를 확 비춘다. 객석에서 환호성이 작렬한다. 영혼을 움켜쥐고 강제로 뒤흔드는 듯한 하루토의 노랫소리가 공연장 안에 울려 퍼졌다.
조금 전까지 공터 한가운데에 핀 불안한 민들레 같던 남자가 아우라를 눈부시게 발산하는 카리스마로 변신했다. 몇 번을 봐도 하루토의 이 변신에는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경탄을 금할 수가 없다.
첫 곡이 시작되고 20초가 지나자, 하루토는 관객들의 심장을 화살로 쏘고 모르핀으로 감각을 마비시키기 시작했다. 1분이 지났을 때는 관객들의 심장이 모두 하루토의 손 안에 있었다. ---「네 잎 클로버」중에서
늦잠의 행복을 음미하며 지난밤의 라이브를 생각했다.
하루토, 밋치, 도시짱, 링코와 미사키, 서포트 멤버들, 관객, 점장과 유키 씨, 음향과 조명 담당. 그리고 나. 많은 눈물과, 그보다 더 많았던 웃음.그곳에 있는 사람 모두가 공통으로 느꼈던 그 신비로운 기분은 대체 무엇이었을까?
잘 표현할 수는 없지만, 영혼의 어떤 근원 같은 부분이 다정한 온기에 스르르 녹아 어느새 모두 하나로 연결된 듯한, 그런 달콤하고 신선한 쾌감이었다.
밋치와 도시짱이 무대를 장악한 그 시점 이후부터 공연장 안은 마치 꿈의 세계처럼 황홀했다. 무대는 뜨거웠고, 관객은 마지막까지 열광적인 호응을 보냈다. 내 계획대로, 아니, 기대를 훌쩍 뛰어넘도록 하루토는 그 순간을 기점으로 한 껍질 벗고 날아올랐다. ---「어떤 해피엔드」중에서
“클로버가 네 잎을 가지게 되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 설이 있는데, 가장 유명한 것은 사람들에게 밟히는 동안에 성장점을 다쳐서 잎이 한 장 더 나와버린다는 거야. 그래서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길에서 찾으면 발견할 가능성이 높대.”
“호오. 밟혀서 그렇구나.”
“응, 사실인지 아닌지 조금 의심스럽지만 말이야. 과학적으로는 유전자 문제라는 설이 유력해. 네 잎을 가진 꽃끼리 교배하면 또 네 잎이 나올 확률이 높다고 하니까.”
---「어떤 해피엔드」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