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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됭의 마귀들림
중고도서

루됭의 마귀들림

: 근대 초 악마 사건과 타자의 형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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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3년 10월 31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432쪽 | 736g | 138*222*30mm
ISBN13 9788954622714
ISBN10 8954622712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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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매자 :   stayy5   평점4점
  •  근대 초 악마 사건과 타자의 형상들
  •  특이사항 : 교양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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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감수 : 이성재
서울대학교 역사교육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서양사학과 및 중앙대학교 연극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프랑스 파리8대학에서 「무대에서의 양성의 형상」으로 연극학 박사학위를, 사회과학고등연구원에서 「16~17세기 프랑스 성직자들의 정신세계에 나타난 빈민의 형상과 구원의 추구」로 역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충북대학교 역사교육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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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것들은 보통 우리 발밑에서 은밀히 돌아다니게 마련이다. 하지만 위기가 닥치기만 하면 이들은 홍수라도 난 것처럼 곳곳에서 지상으로 올라와, 하수구 뚜껑을 들어올리고 지하실에 스며들며 급기야는 시가지를 침범한다. 야음夜陰의 존재가 난폭하게 백주대낮으로 밀려오는 것은 낮의 주민들에게 언제나 놀라운 일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지하의 삶이, 뿌리 뽑을 수 없는 내부 저항이 드러난다. 사회를 위협하는 어떤 힘이 덮칠 기회를 노리며 웅크리고 있다가 사회의 긴장 상황을 틈타 잠입하는 것이다. 별안간 이 힘이 긴장을 가중시킨다. 그 힘은 사회의 장치와 통로를 이용하는데, 이때 이 장치와 통로는 어떤 ‘불안’을 위해 사용된다. 그리고 그것은 멀리서 오는 예기치 못한 불안이다. 그 힘은 울타리를 부수고 사회의 배수로를 범람하고 길을 뚫는다. 나중에 물이 빠지면 그 길 끝에는 다른 풍경, 다른 질서가 나타날 것이다.
--- p.9

악마의 발현이라는 위기 상황에는 이중의 의미가 있다. 이 위기는 한 문화의 균형이 깨졌음을 폭로하는 한편 그 변화 과정을 가속화하기도 한다. 이것은 단지 역사적 호기심의 대상이 아니다. 여기서 무엇보다 확연히 드러나는 것은 한 사회가 기존의 확실성을 잃어가고 새로운 확실성을 만들려 하는 와중에 이 확실성들과 대면하는 과정이다. 모든 안정성은 불안정한 균형에 기초하고 있으며, 이 균형을 더 안정적으로 만들려는 모든 노력은 이 균형을 교란한다. 특정한 사회 체제에서 마녀 사건과 마귀들림 사건은 어떤 균열이 갑자기 난폭하고 극적인 형태로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 p.11

마귀들림 사건은 과학과 종교가 대립하고, 확실과 불확실에 대한, 이성에 대한, 초자연적인 것에 대한, 권위에 대한 논쟁이 벌어지는 거대한 공개 재판장이 되었으며, 식자들의 저작과 대중 언론은 이러한 논쟁을 진두지휘했다. 이 사
건은 프랑스의 호사가들은 물론이요 거의 전 유럽의 관심이 쏠리는 ‘연극의 무대’가 되었으며, 당시의 재판기록에 숱하게 나오는 표현처럼 신사들의 즐거움을 위한 서커스였다.
--- p.12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와 ‘그것을 어떻게 말할 것인가’라는 두 질문은 사실은 하나이며 어떤 공통의 장소의 존재를 가리킨다. 이 이야기의 수수께끼는 마귀들림에 대한 단일한 담화가 가능하냐는 것이다. 처음에 마귀들림은 구마사들이 마련한 성스러운 담장 안에서 확실한 것으로 간주되면서 스스로 어떤 초자연적 언어를 제공했다. 하지만 일단 유통되기 시작하면 이 피안의 말들은 인간의 말로 전락한다. 피안의 말들은 이제 어떤 지옥의 장소를 설정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이 말들을 갖겠다고 서로 다투고 상이한 지적 체계들이 차례로 이 말들을 접수하면서 이 피안의 말들은 어떤 장소?토론의 대상일 뿐 아니라 차후 이 말들을 해결할 원칙인 장소?를 가리킨다. 그 장소는 바로 광장이다.”
--- p.89

이는 남성과의 대결이지만 사제와의 대결이기도 하다. 과거의 마녀들과 달리 마귀들린 수녀들은 구마사들 앞에서 공손하고 온순하게 굴지 않는다. 수녀들은 구마사들을 욕하고 조롱하고 때리는데, 주교조차 예외는 아니다.
--- p.182

진실과 거짓말이, ‘참된 진실’의 증인들과 ‘거짓말쟁이’가 육탄전을 벌이느라 서로 몸이 밀착되어 누가 누구인지 알 수 없다 보니 마귀들린 여인들 앞에 선 구마사는 자기가 마주하고 있는 것이 ‘타자’인지 ‘동일자’인지 알 수가 없다. 어쩌면 자신의 입장을 확고히 하기 위해 적을 철저히 이해하려다 보니 자기 꾀에 넘어가 자기 확신의 수단을 잃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구마사는 ‘거짓말쟁이’에게 진리를 증언케 하려고 너무나 많은 계략을 쓰고, 속임수 자체에 너무 몰입하다 보니 이제 자기가 자신의 계교에 속은 것인지 ‘적’의 계략에 당한 것인지, 자기가 미망에 빠져 자신의 진리가 변질된 것인지 아니면 반대로 자기가 사기꾼을 속여 거짓말을 강요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이야말로 진리를 수호하겠다고 나섰으면서 진리가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고 자백하는 꼴이 아닌가?
--- p.248

마법사와의 싸움과 대중 선교 사이에서 그는 루됭의 이야기에 영성의 시간을 도입하는데, 이 시간 역시 단편적이고 일시적이다 보니 여러모로 모호하다. 하지만 이 신비주의적 사건은 나름의 방식으로 루됭의 정상화正常化를, 행동에서 말의 정규적 기능으로의 점진적 변화를, 마귀들림에서 선교로의 이행을 준비하며, 이를 통해 마귀들린 여인 잔 데장주를 교묘히 신의 기적의 증인으로, 계시를 받아 신탁을 전하는 무녀巫女로, 영성 지도자로 변신시킨다.
--- pp.331~332

역사가는 사회로부터 구마사의 임무를 받았다. 역사가는 타자라는 위험을 제거할 것을 요청받는다. ……우리의 사회는 무시무시한 사람들을 일시적으로든 최종적으로든 특별히 준비된 시설에 격리시킴으로써 사회체 밖으로 축출하는 것이다. 루됭에 나타났던 이 위협적 타자성이 전설이나 과거, 제거된 현실에 불과하다는 것을 입증하라고 요청받는다는 점에서 역사 서술은 이러한 ‘시설’ 중 하나로 간주될 수도 있다.
--- pp.383~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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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를 모르는 지성.
로제 샤르티에 (아날학파 역사가, 사회과학고등연구원 교수)
우리 시대에 가장 대담하고, 가장 비밀스러우며, 가장 예민한 정신의 소유자.
쥘리아 크리스테바 (문학비평가, 정신분석가)
명민하고 혁신적이다. 세르토의 저서 가운데 가장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가장 놀라운 책.
스티븐 그린블랫 (하버드대 교수, ‘신역사주의’ 창시자)
주체가 타자를 배제하는 과정, 즉 정상과 비정상, 이성과 광기의 분리에 초점을 맞춘 푸코의 시각에서 벗어나 세르토는 이 책을 통해 타자가 주체에 도전하면서 만들어내는 ‘놀이’에 주목하고 있다. 그는 민중을 지배 권력에 저항하는 혁명적 투사로 보지 않는다. 다만 일상 속에서 기존 질서와 지배 문화를 비웃고, 흠집을 내고, 조롱하는 배우들로 민중을 상정한다. 20세기 후반기에 세르토가 다시금 주목을 받은 것도 바로 이러한 새로운 시선 때문이다. 잔 데장주, 그리고 이후 쉬랭에게서 나타나는 미시 전복의 놀이는 그런 점에서 우리에게 기존에 맛보지 못한 해방감을 선사한다.
이성재 (충북대 역사교육과 교수, 파리 사회과학고등연구원 역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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