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이루고자 하는 자들의 결기는 시대와 역사의 흐름을 바꿉니다. 그렇기에 이 책은 끝없이 꿈꾸는 영원한 소년으로 살았던 아름다운 영혼들의 삶을 배우고자 합니다. 시대의 어둠을 외면하지 않고 공동선을 위해 온몸을 바쳤던 이들의 얼굴을 닮고자 합니다. 이는 잘못된 구조와 제도에도 맞서 싸울 수 있는 시민이 될 수 있는 힘을, 그와 동시에 자기 삶을 사랑하고 작고 아름다운 것들을 감싸 안을 수 있는 사랑의 힘을 줄 것입니다. 수능성적에 “죽어보자!” 목숨 거는 것이 아니라, 정의로운 삶에 온 힘을 다하는 공부가 지금 이 자리에서 시작되길 희망합니다.
--- p.7
그녀는 독일 녹색당을 창당한 사람으로 유명하다. 그녀가 녹색당을 만들려고 했던 이유는 단순하다. 기성 정당이 더 이상 정의롭지 않으며, 희망을 걸 수 없기 때문이다. 기존의 것들 중 어느 것 하나 나은 것을 선택하기에는 그 어느 것도 옳은 가치를 내포한 것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중요시했던 가치들은 녹색(자연), 평화, 평등, 민주주의 그리고 여성이라는 근본적인 차원의 것들이었다. 켈리가 유독 많이 쓰고 있는 ‘근본적’이라는 개념은 여성이라는 가치에서 찾을 수 있다.
그녀는 자신이 여성이기 때문이 아니라, 여성이라는 성(性)이 가지는 특성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여성성은 생명을 잉태하는 능력, 생명을 기르는 온화함, 그리고 생명을 보호하려는 강한 힘과 같은 생명성에 대한 것이다. 생명의 탄생과 보살핌은 늘 새롭고 여리지만, 동시에 혁신과 혁명이라는 거대한 가능성을 의미한다. 그녀가 말하는 근본적인 것들은 바로 탄생의 순간이 갖는 신성함이다. 그래서 ‘항상 패배자가 존재할 수밖에 없는’ 기존의 형식들은 이와 반대되는 것들이다. 켈리에게 그것들은 ‘정신적인 불임상태’이다.
--- p.22
케냐의 키쿠유족은 남자들이 교육을 받고 있을 때 여자들은 농사일과 가사일을 도와야 하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왕가리 마타이는 여성이라는 신분만으로 제한된 사회의 틀을 깨고자 했으며, 학교에서 다양한 사람들과의 접촉과 소통을 통해 자신은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가를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교육은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든지 간에 사람들을 땅과 멀어지게 해서는 안 되며, 오히려 땅에 대한 경외심을 더 많이 심어줄 수 있어야 한다. 많이 배운 사람일수록 자기 나라에서 무엇이 사라지는지를 이해하는 위치에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 pp.36-37
오웰은 인류애와 인간의 존엄성, 그리고 인간 본연의 발현을 믿고 개개인이 인간적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사회를 이끌어오고자 펜을 들었다. 나는 감히 그가 언제나 신념을 굽히지 않았다고 믿는다. 어떠한 글에서도 그는 정의를 향한 불굴의 의지를 보였으며, 사회주의자라고 자신을 소개했지만 언제라도 사회주의를 향한 날카로운 비판을 던질 수 있었다. 그의 어조는 강하고 뚜렷하나, 오웰의 『동물농장』이나 에세이 등의 작품을 읽을 때 그가 알량한 이익을 위해 독자를 이리저리 흔들려고 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분명히 받을 수 있다. 자신의 이익을 뛰어넘어 인간 본연을 실현하고자 하는 사람의 글은 강하면서도 아름다울 수밖에 없다. 그러한 오웰의 모습을 통해 정치적인 글이 미학적일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 pp.71-72
이회영은 젊은 시절, 한 가지 의문에 사로잡혔다. 자신에게 주어진 이 한 번뿐인 젊음과, 한 번뿐인 인생을 도대체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그는 시대를 바라보았고, 그 질문과 시대의 어려움에 답하기 위해 하나의 선택을 내렸다. 그 선택의 무게는 엄청난 것이어서, 그의 남은 인생을 통째로 이끌어갔다. 오직 올바르기 때문에 추구하고 믿기 때문에 행동했던 삶이었다. 결국 젊은 날의 자신의 물음에 그는 65년의 삶으로 답을 한 것이다.
--- p.85
슈마허에게 그의 유일한 관심사이자 진짜로 그가 해야 했던 유일한 일은 자신을 돌볼 수 없는 힘없는 사람들을 최선을 다해 보살피는 것이었다. 사회에서 혼자 힘으로 설 수 없는 약자들은 들어가 살 집과 입을 옷과 약간의 문화 같은 아주 소박한 것을 원하기 때문에, 같은 공동체에 사는 이웃으로서 우리가 가진 일부나마 이들의 소박한 요구를 보살피는 데 쓸 수 있다면 길은 순탄할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나누어야 하고 그 일은 누구나 함께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다.
--- p.113
작가는 아픈 눈을 뜨고 있어야 하며, 귀를 열고 있어야 한다는 게 그녀의 생각이다. 그리고 날마다, 낡아빠지고 뻔한 것들이지만 소중한 그 어떤 것을 새롭게 이야기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랬다. 아룬다티 로이는 지금껏 그렇게 살아왔다. 특유의 섬세하고 예리한 시선으로 인도의 나르마다 강의 대규모 댐건설이 결국 가난한 사람들의 삶의 터전을 빼앗고, 생태계를 파괴하며, 거기에 대한 이익은 거의 없다는 것을 발견하고는 에세이 「더 큰 공공선」을 쓴다. 이 에세이로 그녀는 법원의 존엄성을 훼손했다는 이유로 소송까지 받게 된다. 이에 “강이 작가를 필요로 하듯이, 작가는 강을 필요로 한다고 나는 믿는다”며 그녀는 국가가 아니라 강과 계곡으로부터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고 한다.
--- p.136
말할 수 없는 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 이것은 자본을 갖고 있지 않은 자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사회에 대한 비판과 더불어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삶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주제다. 이와 비슷한 질문을 《더 프로그레시브 The Progressive》 의 인 터뷰어 데이비드 바사미언이 갈레아노에게 묻는다. “목소리 없는 사람들을 대신하여 몸을 바치기로 결심한 이유가 무엇입니까?” 갈레아노는 이렇게 말한다. “모두가 할 말이 있고,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목소리를 들려줄 권리가 있습니다. 따라서 나는 목소리 없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되겠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소수만이 말할 자격이 있는 것처럼 전개되는 세상이 문제입니다.”
--- p.158
윌리엄 캄쾀바에게 상상이란 그 자체로도 충분히 빈곤한 현실을 이겨내게 하는 희망이었다. 그렇기에 그것을 한없이 헤기만 하는 저 먼곳의 별들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 별을 따는 사람처럼 무모해보일지라도 도전을 거듭했던 것이다. 빛이 없어 일찍 잠을 자야했던 그가 남보다 더 꿈을 오래 꾸어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그에게 상상력이란 생존과 맞닿아 있는 문제였고, 그래서 그가 책에서도 썼듯이 그는 살기 위해서 창의적으로 변해야 했을 것이다. 우리는 누구와 경쟁하여 이겨야 하기에 이토록 무모한 상상력을 갈구해야 하는지 문득 바람을 길들인 풍차소년이 그리워진다.
--- p.1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