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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선이 치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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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선이 치유한다

한영조 저 / 김선무 사진 | 정은출판 | 2019년 03월 18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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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3월 18일
쪽수, 무게, 크기 220쪽 | 426g | 153*225*20mm
ISBN13 9788958243878
ISBN10 8958243872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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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매자 :   stayy5   평점4점
  •  시로 엮은 제주 오름왕금 이야기
  •  특이사항 : 한국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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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2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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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는 368개의 오름을 거느린 ‘오름왕국’이다. 한라산 백록담 정점에서부터 바닷가까지 이어진 능선 따라 크고 작은 오름들이 제주 전역에 걸쳐 분포해 있다. 오름과 오름들 사이로는 계곡이 있고 숲길이 있고 구릉지가 있고 나무가 있다. 마치 하나의 관계망처럼 능선으로 연결된 대가족이다.
물론 오름왕국은 화산 활동에 의해 만들어졌음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설화로 이야기할 땐 오름왕국 창조인물 설문대할망을 빼놓을 수 없다. 설문대할망은 흙을 지어 날라 한라산을 만들고 나르면서 떨어진 흙들이 오름이 되고 구릉지가 됐다는 설화가 전해지고 있다.
이렇게 해서 건설된 오름왕국은 타원형을 이루고 있다. 그 평면도를 보면 동쪽에서부터 서쪽으로 낮아지면서 비스듬하게 놓여 있다. 마치 달걀과 같은 모양이다. 달걀은 생명이며 탄생이며 둥지를 상징한다.
오름왕국 중심에는 한라산 어머니가 있다. 일반적으로 한라산을 어머니의 산이라고 부른다. 한라산이 어머니라면 오름들은 그 자식이 된다. 그리고 오름보다 나중에 태어난 알오름은 어머니의 손자가 된다. 오름들은 나름대로 가정을 일구며 오순도순 살고 있다. 도시를 이뤄 집단적으로 모여 살기도 하고 홀로 독립해 살기도 한다. 또는 알오름과 함께 살기도 한다.

오름에는 마그마가 솟구쳤던 분화구가 있다. 이를 다른 말로는 굼부리라고 한다. 액체 용암이 흘러내리는 방향에 따라 굼부리 모양도 다양하다. 원추형·원형·복합형·말굽형 등이다. 이 중에 원추형 오름은 숫메라고 한다. 남자(선비)를 상징한다. 나머지 오름은 암메라고 한다. 여자(부인)를 상징한다. 각 가정의 세대주다. 그리고 가정마다 정원을 가꾸고 있다. 고도 권역별로 가꾸는 식물이 다양하다. 해안저지대, 중산간지대, 저고산지대, 고산지대별로 특징을 이루고 있다.

그곳에는 사람들도 살고 있다. 해안가나 구릉지 등에 터를 잡고 있다. 오름에 기대어 오름에서 나고 오름에서 자라고 오름으로 돌아가고 있다. 관광객들도 오름왕국이 제공하는 아름다움을 보기 위해 찾아온다. 치유를 받기 위해 찾기도 한다. 이처럼 오름왕국은 거대한 공동체를 이루며 모두를 끌어들이는 에너지를 품고 있다. 세계에서 유일한 치유의 에너지가 흐르고 있다.
여기, 그 이야기를 연다. ---「오름왕국을 열며」중에서

제주의 탄생은 화산활동에 의한 것이라는 것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엄연한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제주는 이렇게 해서 만들어졌다는
오래전부터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초자연적인 인물묘사 이야기-설문대할망 설화를
오늘에 이르러 새롭게 조명하며 그 찬란한 오름왕국을 연다.

백팔십만 년 전쯤부터 시작됐다고들 한다.
이유도 영문도 모른 채 컴컴하고 음습한 저 깊은 바다 속에서
지치고 힘든 고단함을 참아내며 수많은 나날을 숨죽여 지내다
어느 날 “나를 깨워 달라.”는 무언의 외침이 하늘로 전해질 때
엄청난 힘을 가진 전설 속 인물 설문대할망이 하늘에서 내려와
“세상에 나가 큰일을 하라.”며 새 생명을 불어넣는 순간
천지가 흔들리고 거대한 불덩이가 치솟기를 수없이
마침내 평평하고 타원형처럼 생긴 물체가 물위로 떠오른다.

그러나 너무 오랫동안 물속에 잠겨 있던 터라
어떤 생명도 살아남지 못하고 불모지 형체만 덩그러니 남아 있어
“이를 그냥 놔둬서는 안 된다. 어떻게 해서라도 숨 쉬는 곳으로
되돌려놓아야 한다.”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끝에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번뜩이는 영감이 그녀의 뇌리를 스친다.
“바로 이거야, 이것이야말로 영원한 존재로 남을 수 있는 보금자리
만물이 나고 자랄 수 있는 둥지, 오름왕국이 제격이로구나!”

마음을 굳게 먹은 그녀는 곧바로 도구를 챙기고 설계를 시작한다.
동서로는 길고 넓게, 남북으로는 짧고 가파르게 기초를 다지고
백록담에서 해안까지 곳곳에는 들판·계곡 골고루 채워놓고
부드러운 곡선으로 아름다운 오름과 능선 더한 후
균형 맞춘 중심에는 불멸의 기둥 한라산 백록담을 점정하니
세계에서 찾아볼 수 없는 웅대한 왕국 그 설계도면이 그려지다.

이제부터는 필요한 자재를 준비하고 흙을 옮겨 놓고
도면에 따라 구조물을 하나씩 쌓아 올리는 일
“이 어마어마한 공사를 어떻게 하면 제때에 완성할 수 있을까.”
그녀는 또 다시 걱정 속에서 밤낮을 뜬 눈으로 지새운다.
그때 “아! 이걸 몰랐구나. 등잔 밑이 어둡긴 어둡네.” 중얼거린다.
아무리 무거운 물건이라도 쉽게 들어 옮길 수 있을 정도로
대단한 힘을 지니고 있는 사실을 잠시 잊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머뭇거릴 시간 없이 서둘러 허리 동여매고 집짓기에 나선다.
흙을 일곱 번 치마에 담아 날라 한라산을 만들고, 나르면서
여기저기 흘린 크고 작은 흙덩어리 368개가 고스란히 오름이 되니
그렇게 바라고 바라던 오름왕국, 그 위용이 세상에 드러나다.

수십만 년이 흐른 지금에 이르러 오름왕국을 재조명하면
그녀의 깊은 뜻은
생명의 고귀함과 영속성을 말하고 있음이 아니던가.
제주지형은 달걀 모양처럼 둥그렇고 미끈한 입체미를 갖추고
물은 쉽게 비웠다 다시 채울 수 있도록 바다와 잇는 경사를 이루며
방사형처럼 둘러싼 자식과 손자 오름들은 손에 손을 마주잡고
어머니의 산 한라산을 중심으로 대가족인 오름왕국을 이루니
그 자락에서 나고 자란 만물은 거칠거나 날카로움 없이
유연한 능선과 곡선을 타고 어머니 품 같은 포근함을 엮어내다.

그렇게 살아가는 이곳에서도 여느 지역과 마찬가지로
수많은 생명들과 별반 차이 없이 함께 어울리고 부딪히며
슬픔과 기쁨, 성냄과 다툼의 이야깃거리가 만들어지고 쌓이고
그럼에도 남다른 무엇 하나 있다면 그것은 다름 아닌
작은 생명 하나라도 가벼이 하지 않고 가족처럼 소중하게 보듬는
순하고 착한 마음씨가 그 밑바닥에 서려 영원히 샘솟고 있음이니라.

그래서 오름왕국은 탄생의 출발지이며 성장의 보금자리,
치유의 고향, 사후 세계의 정착지로 이어지는 공동체의 산실임을
오름을 자주 만나 마음을 열고 친하게 지내면서
알게 된 깨달음이다.
---「오름왕국 탄생」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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