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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의 책꽂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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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의 책꽂이

: 건축가 서현의 인문학적 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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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5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24쪽 | 294g | 128*188*20mm
ISBN13 9788958721604
ISBN10 895872160X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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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매자 :   stayy5   평점4점
  •  건축가 서현의 인문학적 상상
  •  특이사항 : 인문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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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ㅅ이 늘어나니 사람들이 소주 말고 쏘주를 마셨고 취해 뱉는 욕들이 ㅆ으로 가득 찬 쑥대밭이 되었다. 남는 ㅡ를 ㅅ에 덮어 ㅈ을 만들었다. 아무리 자장면이라 계도해도 백성들은 남는 ㅈ을 더해 기어이 짜장면을 비볐다. 봄철이면 멀쩡한 주꾸미가 쭈꾸미로 변태했다. ㅡ를 ㅣ로 돌려쓰니 냄비가 눌어붙고 애기들이 앵앵거렸다. ㄱ도 지천이었다. 대학생들은 꽈사무실에 들러 꽈비를 내고 꽈티와 꽈잠을 주문했다. 다 공짜로 얻은 글자들 덕에 생긴 일이다. 아니지, 꽁짜로 얻은 글자들.
--- p.18

지금도 내게 그 일기장이 있는지 궁금할 것이다. 그 일기장은 책꽂이가 아니고 가슴속에 꽂아두는 것이다. 책상 서랍이 아니고 마음속에 넣어두는 것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일기장은 더 많은 마음 아픈 사연들로 채워졌다. 일기장은 흰 부분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채워졌다. 시간이 지나면서 쓸 곳이 부족해지자 일기장이 커지기 시작했다. 밤마다 조금씩 커진 일기장이 책상을 덮었고 방 밖으로 삐져나갔다. 매일 더 커진 일기장은 하늘을 덮었다.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본다. 오늘의 일기장이다. 이처럼 어두운 것을 보니 세상의 구석에 웅크린 이들이 여전히 애절한 일기를 저기 써넣고 있는 모양이다.
--- p. 24~25

연못으로 갔지. 도끼를 연못에 던지고 꺼이꺼이 하고 있는데 금도끼, 은도끼를 다 든 산신령이 정말 나타났어. 물속에서 홀연히 나타난 건 아니고 연못 주위를 배회하고 있더라고. 그런데 대본과 달리 이걸 안 주겠다는 거야. 옥신각신해서 뺏어들고 집에 왔는데 순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져. 어디서 이런 애들 장난감을 갖고 왔냐면서. 보니까 합판에 금박지, 은박지 입혀놓은 가짜 도끼야. 아무리 세상에 믿을 인간이 없다고 하지만 산신령이 이런 사기를 쳐도 되는 거야? 앞으로는 금도끼 이야기도 내용을 바꿔야 하는 거 아냐? .
--- p.87~88

심판자의 침묵, 그것이 가장 두려운 취조다. 네 죄를 네가 알렷다. 내가 답을 알 길이 없었다. 나는 학력고사 세대기 때문이다. 수능 세대인들 얼마나 다르랴. 내게 익숙한 물음은 이렇다. 다음 중 당신이 지은 죄에 해당되지 않는 것은 무엇인가. 다음 중 당신의 죄로 가장 큰 것을 고르시오. ‘다음’ 밖에는 답이 없고 ‘다음’ 안에는 답이 하나였다.
어이없는 문제들이었다. 다음 중 전당포 노파를 죽인 라스콜리니코프가 느꼈을 감정을 고르시오. 러시아에서는 3번 ‘정의감’이라고 써도 되는 모양이었다. 도스토옙스키가 한국에 왔다면 대학 입학은 어려웠을 것이다. 한국의 정답은 2번 ‘죄책감’이니까. 출제자 수준을 넘는 상상력, 논리적 추론, 감수성 발휘 금지.
--- p.121~122

그 진리는 어떻게 찾을 수 있는 거냐. 여우는 당황스럽기도 해서 좀 더 말을 붙였다. 진실로 내가 네게 이르노니 오직 마음이 가난한 자가 진리에 이를 수 있느니라. 청년의 말은 여전히 종잡을 수 없었다. 여우는 아주 오래전에 만났던 어린아이가 갑자기 생각났다. 스스로 왕자라고 했다.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둥, 길들이는 게 어떤 것이냐는 둥 이상한 이야기를 늘어놓다 사라졌기에 기억에 남았다.
여우는 청년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그의 동공은 맑은 것인지 풀린 것인지 종잡을 수 없었다. 어린 왕자도 그런 눈을 갖고 있었다. 어쩌면 그 왕자가 나이를 먹은 것이 이 청년인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렇다면 이 청년은 지금은 왕이 되어 있어야 했다. 혹시 당신은 왕인가. 청년의 목소리가 좀 단호해졌다. 네 말이 옳도다. 다만 내 나라는 이 세상에 속한 것이 아니다. 오직 진리에 속한 자가 내 음성을 들을 것이니라. 여우는 도대체 이 청년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더 청년에 대해 묻는 게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 p.141

이후는 연속극에 수시로 등장하는 방식 그대로다. 우리는 정녕 사랑하였으매 그냥 가출하여 살림을 차렸다. 원룸 얻을 돈도 없었으므로 신단수 근처 궁벽한 반지하 동굴이었다. 요즘으로 치면 고시원에 가깝다고나 해야 할 것이었다. 시간이 좀 더 지나고 웅녀 배 속에 애가 들어섰다. 당연히 기뻤지만 걱정도 컸다. 이종교배불허의 처벌 조항에 태아 유산이 있었기 때문이다. 살림은 빡빡했지만 당시 제일 유명한 〈환웅(歡雄)산부인과〉에 다녔다. 이름 그대로 아들 잘 낳게 한다고 유명한 곳이었다. 그런데 흰머리의 여의사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의사의 처방전은 지금 생각해도 좀 이상했다. 자외선 쐬지 말고 식이요법에 주의하세요. 두 분 다 마늘과 쑥만 백일 동안 드세요. 피부과로 갈 다이어트 미용 처방전이 바뀐 건 아니었는지.
--- p.150

점장의 이야기는 하나도 내 귀에 걸려들지 않았다. 그 입가의 허연 게거품만 눈에 거슬렸다. 내가 사는 창 없는 고시원이 왜 강 보이는 강남 아파트보다 평당 월세가 높아야 하는지 굳이 묻지 않았다. 점장 같은 세대들이 우리들 옆구리에 빨대를 꼽고 있는 거 아니냐고 따지지도 않았다. 최저시급이라고 알려주면 최적시급이라고 알아듣는데 말을 섞어야 피곤할 따름이다. 이 알바에서 잘리면 나는 중국집 오토바이를 타야 한다. 최저시급은 글자 속에나 있게 되고 나는 고시원 월세 낼 일이 막막해진다.
점장이 원하면 우리는 한다. 열정을 기대하지는 마라. 점장의 말이 끝나면 나는 오토바이 열쇠를 꽂고 내달렸다. 신호, 차선 그런 건 묻지 마라. 내 인생의 목적지가 보이지 않는데 가는 길인들 보이겠느냐. 길이 보이지 않는데 무서울 건 있겠으며 아쉬울 건 있겠느냐. 세상에 내가 남길 게 있다면 오토바이의 브레이크 자국일 것이다. 나는 달린다.
--- p. 205~206

마침 작전 착수 여부를 판단할 만한 실험의 첩보가 입수되었다. 러시아 생리학자였다. 그가 개를 이용한 실험을 준비한다는 소식이었다. 우리는 즉각 작전을 세웠다. 파블로프의 실험은 간단했다. 우리는 그가 종을 치면 침을 흘려주었다. 파블로프는 종을 치면 개들이 침을 흘리더라며 이것이 조건반사라고 발표했다. 우리가 주목한 것은 종을 치는 파블로프였다. 파블로프는 그 이후 개만 보면 종을 치고 싶어 안달을 했다. 우리에게는 그것이 조건반사였다. 인간이 우리에게 완전히 예속되었다는 증거였다.
--- p.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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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표자명 : 오제웅
  •  사업자 종목 : 서점
  •  업체명 : 오제웅
  •  본사 소재지 : 광주광역시 서구 풍암동 802-1CU 뒤편 스테이 책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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