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돈나의 이상을 가진 사람이 소돔의 이상으로 끝을 맺고 소돔의 이상을 가진 사람이 마돈나의 이상을 불태운다는 사실이 끔찍하다.?”
이 말은 도스토예프스키의 장편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 나오는 드리트리의 말이다.
열 살, 스무 살, 서른 살, 마흔의 나를 떠올린다. 쉰 살, 여생의 나를 떠올린다. 어느 세월의 굽이에서 나는 마돈나의 이상을 버리고 소돔의 이상으로 몸과 마음이 바뀌었을까?
부모, 형제, 친인척, 이웃, 해와 달과 물과 불과 공기와 흙과 구름과 바람과 나무와 산과 강 그리고 바다와 논과 밭과 언덕과 길과 또 꽃, 벌레, 풀, 새, 돌과 집과 친구, 연인, 학교, 직장, 목욕탕, 모텔, 노래방, 복덕방, 책, 티브이, 영화, 컴퓨터, 핸드폰, 비행기, 기차, 전동차, 섬…… 우주 안에 편재하는 것들과의 관계가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
훗날 내 이상의 추는 진자 속 마돈나와 소돔 사이 그 어디에서 멈춰 있을 것인가? 생각하면 두려운 일이다.
이 책의 제목 『집착으로부터의 도피』?는 에리히 프롬의 저서 『자유로부터의 도피』?에서 빌려온 것임을 밝힌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