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후안 라몬 히메네스(Juan Ramon Jimenez)
1881년 스페인 남부 항구도시 모게르(Moguer)에서 출생했다. 유년 시절 그는 친구들과 놀기를 싫어하고 그림과 글쓰기를 중독에 가까울 만큼 좋아하던 병약하고 수줍은 소년이었다. 열네 살에 처음으로 시를 쓰기 시작해서, 그의 시가 고향의 문학잡지에 게재되기도 했다. 1900년 마드리드로 이주했고, 얼마 후 시집 ≪슬픈 아리아≫를 발표했다. 그 이전에도 잡지에 산발적으로 시를 발표했지만 시인에게는 공식적인 첫 시집이었다. 이후 다시 건강 때문에 모게르로 귀향하게 되는데, 귀향한 지 얼마 후 아버지의 죽음을 경험한다. 이즈음 신경쇠약과 호흡 장애 등으로 요양소에 입원, 장기 치료를 받았지만 다시 건강을 회복해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여행했으며 프랑스에서는 상징주의 시를 접하게 된다. 1905년부터 1912년까지 고향 모게르에서 ≪봄의 발라드≫, ≪소리 나는 고독≫, ≪엘레지≫, ≪미로≫, ≪일요일≫ 등의 시집을 발표했다. 1912년에 건강을 회복한 시인은 마드리드로 돌아오는데, 이번에는 당시 스페인 마드리드 국립대학 기숙사이며 전위주의 예술의 산실이었던 레시덴시아 데 에스투디안테스(Residencia de Estudiantes)에 거주하게 된다. 그는 여기서 몇 년 후배였던 가르시아 로르카(Garc? Lorca),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 루이스 부뉴엘(Luis Bu?el) 등과 교분을 맺으며 그들에게 큰 예술적 영향을 미친다. 시인으로서는 ≪영적 소네트≫와 ≪여름≫ 같은 시집이 나온 때로, 같은 유형의 반복적인 시가 나오면서 새로운 미학을 모색하고 있던 시기였다. 1916년은 시인의 생애 중 가장 변화가 많았던 한 해였다. 생애 처음으로 미국 여행길에 올랐고, 그곳에서 세노비아 캄프루비 아이마르(Zenobia Camprub?Aymar)와 결혼하게 된다. 그녀는 아내 이상의 지적 동반자였고, 인도를 비롯한 동양 세계에 관심이 높아, 인도 시인 타고르의 시를 스페인어로 번역하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히메네스 시에 동양적 범신론이 나타나는 것은 사실이지만, 범신론적인 우주관을 자유시 형식에 담아내는 새로운 변화는, 미국 시인 월트 휘트먼(Walt Whitman)의 명시 <풀잎(The leaves of grass)>으로부터 깊은 영향을 받은 측면이 있다.
1917년 다시 마드리드로 돌아온 시인은 스페인 내란이 일어나는 1936년까지 이곳에 거주하면서 창작 활동을 한다. 초기 감상적인 시어들이 철학적이고 사념적인 색채를 띠어 간다. ≪신혼 시인의 일기≫, ≪돌과 하늘≫, ≪완전한 계절≫ 같은 시인의 대표적 작품들이 쏟아졌던 시기였다. 시인의 고유한 목소리가 절정에 이르고 난해하면서도 대중적인 매력을 가진 작품들이 탄생했다. 1936년 스페인 시민전쟁이 발발했다. 조국으로 돌아가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한 그는 카리브 지역을 떠나 미국의 플로리다에 거주하게 된다. 몇 년 후 동부의 워싱턴 DC로 거주지를 옮기고, 듀크대학과 메릴랜드대학의 칼리지 파크(College Park) 캠퍼스에서 강의에 전념했다. 일상적 언어를 가진 시와 지극히 관념적인 시를 동시에 썼던 시기로, ≪바다 저쪽에는≫, ≪내면적 동물≫, ≪욕망받는 신과 욕망하는 신≫ 그리고 마지막 시집 ≪떠나가는 강물≫이 출판되었다. 1952년 첫 망명지였던 푸에르토리코로 돌아간 시인은 이따금 대학에서 강연이나 강의를 했지만, 건강이 악화되기 시작한다. 1956년 스웨덴 한림원은 그에게 노벨문학상을 수여했지만, 수상의 기쁨도 채 지나기 전에 아내 세노비아가 세상을 떠난다. 아내가 유명을 달리한 후 급격히 건강이 악화되고 마침내 1958년 5월 29일 고국으로 끝내 돌아가지 못한 채 눈을 감는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스페인어과를 졸업하고 스페인 마드리드 국립대학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스페인어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사랑에 대한 연구≫(풀빛, 2008), ≪사랑의 행진≫(박영률출판사, 2007), ≪벽에 그려진 얼굴들≫(니카노르 파라 선집, 고려원, 1994) 등 여러 권의 역서가 있고, 저서로 ≪세계의 소설가≫(2000), ≪환멸의 세계와 매혹의 언어: 붐 이후 라틴아메리카 소설≫(2005), ≪스페인 이미지와 기억≫(2010), ≪알모도바르 영화≫(2011)가 있다. 전공 분야는 스페인 현대문학으로, 전후 스페인 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스페인 사회시 연구> 외에 중남미 현대소설에 대한 다수의 논문이 있고, 현재는 스페인 황금세기 문학과 스페인 및 중남미 영화와 영화이론 그리고 스페인 문화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