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에뜨가 행복한 것으로 나는 만족해야 할 터인데 어째서 나의 마음은 억제할 수 없는 우울에 사로잡히는 것일까? 내가 느끼는, 아니 적어도 내가 바라보는 이 고장의 아름다움조차 오히려 나의 설명할 길 없는 슬픔을 더해 줄 따름이야. 네가 이탈리아에서 내게 편지하던 그 무렵, 나는 너를 통하여 모든 것을 볼 수 있었어. 그런데 지금은 네가 없이 나 혼자서 바라보는 모든 것이 마치 내가 너한테서 훔쳐내고 있는 것만 같아. 결국 나는 퐁그즈마르나 르아브르에서 울적한 날에 대비하여 저항할 수 있는 힘을 기르고 있었던 거야.

그런데 여기 와서 보니 그 힘은 이미 아무런 소용도 없어졌어. 그리고 그것이 쓸모없게 되었다고 느끼니 늘 불안한거야. 사람들의 웃음소리나 이 고장의 즐거움도 내 기분을 거슬리게 하는구나. 어쩌면 내가 슬프다고 부르는 상태란, 단순히 그들처럼 떠들썩한 상태가 아니라는 것에 불과할지도 몰라. 아무래도 전에는 나의 기쁨에 무슨 오만 같은 것이 깃들어 있었던 모양이야. 왜냐하면 지금 이 지방의 즐거운 분위기에 싸여 있으면서도, 내가 느끼는 것은 굴욕과도 같은 감정이고 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