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의 집중폭우를 잘 견딘 넓은 들녘을 보노라면, 아직도 한낮의 뜨거운 태양은 30도를 웃돌고 있지만 무엇인가 완연한 변화가 일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뜨거운 태양 아래서 아직도 녹색의 싱그러움을 자랑하는 벼들이 한여름인 7월과 8월의 빛깔과는 다르게 보일 듯 말 듯 노란 빛을 머금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24절기를 계산해 보니 벌써 처서를 지나고 백로를 향하고 있었습니다. 입춘, 우수, 경칩, 춘분... 입추, 처서, 백로, 추분... 절기를 꼽다 보니 한 가지 중요한 원리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대동강의 물이 녹는다는 우수나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이 지나야 봄이 오는 것이 아니고, 봄이 오니 대동강의 물이 녹고 겨울잠을 자던 개구리가 깨어난다는 것입니다. 가을도 같은 이치요 순서입니다. 더위가 물러가니 가을이 오는 것이 아니고 가을이 오고 보니 더위가 물러간다는 처서가 따라오는 것입니다.

계절의 움직임을 느끼면서 절기를 생각해 보노라니 우리의 신앙생활에 대해서도 중요한 순서가 있는데 우리들이 잘못 생각하는 것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자연 질서에서도 봄이 오면 추위가 물러가고, 가을이 오면 무더위가 사라지듯이, 그리고 빛이 비추면 어두움이 물러가듯이 참빛으로 오신 예수님이 우리에게 오실 때 우리의 삶에 드리운 어두움의 그림자가 사라진다는 사실입니다. 죄의 문제도 이와 같습니다. 죄를 해결하고 난 후에 예수를 믿는 것이 아니라 조의 해결자이신 예수님을 영접하고 믿어야 죄의 문제가 해결된다는 사실입니다.

성경은 반복해서 이 진리를 우리에게 가르쳐 줍니다. 사랑도 우리가 먼저 사랑한 것이 아니고 하나님께서 먼저 우리를 사랑하셔서 그 증거로 독생자를 십자가의 고난과 죽음을 당하게 했다고 말씀합니다.(요일 4:10, 롬 5:8) 주님은 우리에게 친히 말씀하셨습니다.
"너희가 나를 택한 것이 아니요 내가 너희를 택하여 세웠나니 이는 너희로 가서 과실을 맺게 하고 또 너희 과실이 항상 있게 하여 내 이름으로 아버지께 무엇을 구하든지 다 받게 하려 함이니라"(요 15:16)
열매도 믿음도 사랑도 항상 주님의 은혜가 먼저입니다. 신앙생활의 순서를 잘 기억하고 먼저 은혜를 구하고 누립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