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컬시대의 문화콘텐츠...?

‘다양성 속의 조화(United in Diversity)’라는 유럽연합의 모토는 다양한 국가의 각기 다른 문화적 배경이 가져올 수 있는 갈등과 분열을 새로운 조화로 승화시켜 초국가적 힘을 발휘하려고 하는 의도를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유럽연합은 모든 문화는 고유하다는 사실을 내세우며 문화의 다양성을 역동성과 혁신, 창조성, 그리고 성장의 원천으로 보고 있다. 또한 유럽연합은 단순히 시장의 힘, 또는 특정국의 일방적인 행위에 의한 세계화에 반대하며 그들만의 고유한 해답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러한 유럽연합의 아젠다가 공통적으로 지향하고 있는 바는 무엇일까?
이 책은 유럽연합의 문화정책에서 세계화 방식 가운데 하나인 글로컬라이제이션 전략을 읽어보려는 시도이다. 유럽연합은 문화정책에 있어서 ‘교류’에 가장 중점을 두고 있다. 문화적 다양성이 존중되기 위해서는 상호 간의 대화와 소통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늘날 부상하고 있는 문화산업 부분에서도 풍부한 고유 문화유산을 글로벌화시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전략을 활용하고 있다. 더욱 흥미로운 부분은 그 동안 다져온 다양한 문화적ㆍ인적 교류 활동이 유럽 차원의 문화산업 정책의 근간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오늘날 사회가 직면한 환경 자체가 디지털화에 의해 급속도로 가속화된 세계화, 여기에 부가되는 문화다양성으로 요약된다. 그러므로 문화산업 정책에서도 이동과 교류가 화두가 되는 것은 필연적이라 하겠다. 유럽은 그동안 다져온 교류 활동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문화산업의 세계화를 모색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2010년 우리나라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함으로써 더욱 큰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하지만 유럽연합에 관한 학문적 논의는 부족한 편이다. 특히 유럽연합의 문화산업과 문화정책에 관한 연구는 그 비중과 중요성이 증가하고 있는 데 반해 여전히 미비한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 책은 문화에 중심을 두는 동시에 경제ㆍ정치ㆍ문화의 통합적인 시각에서 유럽연합에 관한 학술 연구를 시도하고자 한다.
세계화는 비단 어느 특정국에만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라 세계 모든 국가들이 초미의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주제이다. 그런데 여기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제기되는 주된 이유는 바로 미국 문화의 동질화 때문이다. 따라서 글로컬라이제이션과 같은 새로운 방식의 세계화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한 시점이라 하겠다. 이를 위해 이 책은 유럽연합의 문화정책 프로그램에 대한 최신의 자료와 정보를 활용하고 있다. 우리는 문화정체성이란 고정된 개념이 아니라 역동적인 것이라는 관점에서 유럽연합의 현재를 분석하고자 시도한다. 이 책에서 다루는 유럽연합의 문화정책을 중심으로 하는 논의는 결론적으로 유럽만의 고유한 글로컬라이제이션 모델을 도출해보는 데 의의를 두고 있다. 우리는 이를 통해 일반적인 글로컬라이제이션의 개념에서 보다 깊이 들어가 유럽연합이 지향하고 있는 글로컬라이제이션의 특성들을 이해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