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여 년 동안 국내외적으로 지역 클러스터에 관한 논문과 저술이 꾸준히 발표되었다. 이는 세계화와 지식정보 사회의 시대적 흐름 속에서, 지역을 기초 단위로 한 국가경쟁력의 중요성과 네트워크와 학습 그리고 혁신을 통한 상호 협력의 필요성에 대한 학술적 대응이었다고 본다.
국내적으로도 참여정부의 국가 균형발전정책 추진은 지역 클러스터에 대한 관심과 연구 활성화에 기여했으며, 이명박 정부의 광역경제권 활성화 전략도 지속적인 연구를 요구하고 있다고 본다.
지역 클러스터는 한국적 상황에서 다분히 실험이며 도전이다. 수평적 상호 협력과 상호 조절 능력이 미흡해서 마찰음이 자주 들리는 현실에서 산·관·학·연(産官學硏)의 파트너십 요구는 새로운 실험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지역의 혁신 기반과 역량이 채 갖추어지지도 않은 현실 여건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지닌 제품 개발의 기대와 이를 위한 창의와 혁신의 요구는 큰 도전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실험과 도전의 요소는 비록 지역 클러스터가 저자들에게 새로운 연구 영역이기는 했지만 학문적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원주 의료기기 클러스터가 바로 지척에 입지해 있었기에 관심은 곧바로 실천으로 옮겨질 수 있었다. 원주 의료기기 클러스터는 자생적으로 거의 무(無)에서 시작했고, 짧은 기간이지만 압축 성장하며 성공의 잠재력을 보여 주고 있기에, 원주 클러스터의 차별화된 특성을 설명해야 한다는 의무감도 없지 않았다.
지역 클러스터에 대한 국내 연구는 실용적 필요성에 부응해서 클러스터의 육성 방안, 발전전략, 성공 사례와 성공 요인 등을 주로 다루어 왔으며, 최근에는 클러스터의 거버넌스, 행위자 간의 연계 활동, 혁신 역량 강화 방안과 같은 좀더 세부적인 주제에 대한 연구를 추가하고 있다.
이 책은 원주 의료기기 클러스터의 사례를 대상으로 지난 12년간의 주요 발전 과정을 역사적으로 서술할 뿐만 아니라, 클러스터의 사회적 구조, 인접성과 그 효과, 사회적 자본과 전략적 제휴가 혁신과 학습에 미치는 영향과 같은 세부적인 쟁점에 맞춰 이론적 배경을 고찰하고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실증 분석을 실시함으로써 하나의 클러스터 사례에 대한 심층연구의 결과를 제시한다는 데 의의가 있다.
이 책은 저자들이 그동안 학술지와 세미나에 발표한 지역 클러스터 관련 논문들을 근간으로 한다. ?한국행정학보?의 “지역혁신 클러스터의 학습과 혁신: 사회적 자본과 전략적 제휴와의 관계”(2006), ?지방정부연구?의 “클러스터의 인접성과 그 효과에 관한 분석: 원주 의료기기 클러스터 참여자의 인식을 중심으로”(2006), 한국행정학회 학술대회 발표 논문 “원주 의료기기 클러스터의 발전 과정에 관한 연구”(2007), ?정부학연구?의 “혁신 클러스터의 발전과 집단화 전략: 원주 의료기기 클러스터의 사례”(2008)들을 수정 보완하여 포함시켰다.
저자들이 2007년에 재단법인 원주 의료기기 테크노밸리에서 원주 의료기기 산업의 10년사를 편찬하는 작업에 편집위원으로 참여하게 된 것은 좋은 기회였다. 과거 10여 년 간 기여했던 많은 공직자·교수·기업인들을 직접 인터뷰할 수 있었고 각종 보고서와 기타 자료들을 챙겨볼 수 있었는데, 모두 이 책을 집필하는데 귀중한 자산이 되었다.
저자들은 원주 의료기기 클러스터 내의 대학에 근무함으로써 연구 수행이 용이하고 편리했지만, 이로 인해 연구의 객관성이 상실되지 않도록 늘 유념했음을 또한 밝히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흡한 점이 있다면 이는 전적으로 저자들의 불찰에 연유한다.
책을 출간하면서 도움을 주셨던 많은 분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원주시의 김기열 현 시장님과 한상철 전 시장님, 원주시의 관련 부서 공무원들, (재)원주의료기기테크노밸리의 전현직 원장이신 연세대 의공학부의 윤형로·김영호 교수님, 연세대 의공학부의 여타 교수님들, 그리고 원주 의료기기 테크노밸리의 모든 직원들에게 이 기회를 빌어서 한번 더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책의 출간을 기꺼이 맡아 주신 대영문화사의 임춘환 사장님께도 감사를 드린다. 무엇보다도 한국연구재단의 후원이 없었다면 이 책이 세상에 나올 수 없었음을 밝힌다. 끝으로 출간의 기쁨을 가족과 함께 나누고 싶다.

2009년 10월
유평준·한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