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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비낚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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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비낚시

: 김영하 영화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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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0년 10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161쪽 | 216g | 148*210*20mm
ISBN13 9788989351009
ISBN10 8989351006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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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YES24 리뷰 YES24 리뷰 보이기/감추기

--- 김정희 candy@yes24.com
소설가 김영하가 영화산문집을 냈다. 그는 「당신의 나무」, 「사진관 살인 사건」,「바람은 분다」,「호출」 등의 단편소설에서 보여준 깔끔한 문체와 도시적 우울함, 재기 발랄함을 통해 이미 한국 문학의 차세대 대표작가로 인정받은 바 있다. 그가 썼다면 못해도 실망할 수준은 아니지 않을까? 그의 글을 성큼 고르기에는 전혀 주저함이 없었다.

그의 주력 업종(?)인 소설은 아니지만, 일단 김영하의 『굴비낚시』에는 주목할만하다. 그래서일까? 그의 절친한 친구이자 『바람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한다』로 유명한 시인 유하는 헌사를 통해 거침없이 말한다.

「김영하는 오늘도 영화를 낚는다. 이름하여 '굴비 낚시' 그러나 그의 글들을 읽다보면, 그가 낚는 어종들이 어떤 것이든 그건 별로 중요치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여기에 등장하는 영화들은 그에 의해 낚여 올려지는 순간 모두 '김영하의 영화'가 되기 때문이다. 그는 궁극적으로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 게 아니다.

영화는 그만의 거침없는 입담과 유머감각, 경쾌한 사유들을 펼쳐 보이는 데 하나의 통로에 불과하다. 여기엔 영화는 없고 영하적인 것들로 가공된 영화만 있다. 말하자면 김영하표 굴비인 셈이다. 사실 그와 난 영화 보는 취향이 많이 다르다. 그가 낚은 영화들 중에도, 내 경우엔 그저 그렇게 본 것들이 꽤 있다. 하지만, 그가 만든 굴비들은 아주 맛있다.」

이를테면 '영화쟁이들은 어선에서 부려진 신선한 조기를 가져다가 지느러미를 발라내고 염장하여 일일이 꿰미에 꿰어 햇볕 좋은 바닷가에 넣어놓는 이들'이고, 이렇게 만들어진 굴비가 바로 영화이다. 그리고 그 영화를 보고 글을 쓰는 일이 그에게는 굴비낚시이다. '그저 낚싯대 하나 드리우고 낚이지도 않을 굴비를 상상하며 나름의 생각에 빠져 허우적대는 것'이 김영하식 글쓰기인 것이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김영하가 낚은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가 주목할만 하다. 이 글을 통하자면, 이 나라에서 이뤄지는 인터뷰란 것은 '질문하는 자'와 '대답하는 자' 사이에 형성된 씁쓸하기 짝이 없는 권력관계의 또 다른 모습이다. 하지만 류승완의 평범하지 않은 인터뷰는 우리 사회의 잠재된 권력관계를 은근히 균열시키면서 묘한 쾌감을 자아나게 했다는 것에 점수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시네마 천국>이라는 굴비는 김영하에 있어서는 '신파'이다.

'세련을 피부 삼아 부착하고 다니는 모더니스트일지라도 혹은 카이스트의 공부벌레일지라도' 정신의 저항력이 약해졌을 때를 틈타 최루와 우울증이라는 증세를 겪게 하는 신파 말이다. 어느 날 수원 극장에서 그는 관객 두 명과 함께 <시네마 천국>의 완결편을 본다. 마침 그도 실연을 겪고 방황하던 참이라 영화 내내 눈물을 펑펑 쏟았고, 그 후로도 오랫동안 술집에서 <시네마 천국>의 음악만 나오면 추가주문을 쏟아내곤 했다고 한다. 총 18편의 영화를 가지고 풀어내는 이야기들은 모두 이렇듯 곧은 낚시로 낚은 굴비들이다.

이 책에 소개된 영화를 보았든 안 보았든, 그 영화가 재미있든 말든, 김영하의 영화산문은 매우 흥미롭다. 그는 영화 이야기를 하자는 게 아니라 그저 굴비 이야기를 하자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의 시선은 충분히 공감할 만한 것이고, 때론 유쾌하며 은근한 설득력을 지니고 있다.

다만 아쉬운 것은 굴비의 맛을 채 음미하기도 전에 이미 접시는 비어있다는 것이다.『굴비낚시』는 모 영화 잡지에 연재된 글을 모아 161페이지의 얇은 분량으로 엮어졌는데, 7,500원이라는 가격과 맞물려 어쩐지 온전한 책 한 권으로 뽑기에는 조금 모자란 느낌이다. 이럴 경우 책의 가격을 낮추거나 소장을 위한 양장본(일반 판형에 비해 평균적으로 1.5-2배의 제작비가 든다)으로 제작하는 게 정석이 아닐까? 물론 맛만 좋으면 되는 게 아니냐고 말한다면 사실 할 말이 궁색하긴 하다.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한때는 왜 우리나라의 인터뷰어들은 이토록 무책임하게 무성의한 질문들을 남발하는가를 진지하게 고민한 적이 있었다. 아마 우리나라 문화에서 질문자가 갖는 권력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우리의 선생님들은 '역사가 뭐라고 생각하느냐'같은 엉뚱한 질문을 던져놓고는 멀뚱멀뚱 앉아 있는 학생들을 한심하다는 듯 노려본 후, 흐믓한 얼굴로 '역사는 반복이다' 같은 황당한 대답을 내놓곤 했었다. ......잘 생각해 보면 이 땅에서 질문을 던지는 자들은 언제난 권력을 가진 자들이었다. 대부분의 인간들은 대답 잘한 궁리나 햐며 살았지 질문 잘한 궁리는 할 필요도 없었다. 그러니 질문의 기술이 발달하기는커녕 오히려 나날이 퇴보해간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 p.28-29---pp,16-21,4-8,---
지금도 스칼렛 오하라, 하면 자동으로, 난 꼭 대학에 가야겠어, 라고 말하던 그녀가 연상된다. 내게 있어서 스칼렛 오하라는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산부인과의 김 간호사다. 내 머릿속의 그녀는 산부인과가 아인 미국 남부의 어느 이름 모를 언덕빼기에 올라 치마를 휘날리고 서 있는 것이다. 이렇게 영화들은 심심찮게 내 삶과 얽혀들었다.
--- p.16
인간에 필요한 땅은 무덤의 넓이 정도라고 톨스토이는 말했지만, 그가 간과한 것은 살아 있는 동안 필요한 감방의 넓이였다. 우리라고 다를 거 있나. 우리도 어쩌면 일출 때부터 일몰 때까지 죽어라고 자기가 살아갈 구덩이를 파야 하는 처지가 아닌지 모르겠다. 사람에 따라 그 구덩이의 넓이와 깊이는 좀 다르겠지만.
그러니 우리의 꿈이란 별 게 아니다. 그저 단 하루만이라도 저 구덩이 밖 세상(뭐 거기도 좀 더 큰 구덩이일 뿐이겠지만)으로 힘차게 탈주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걸 못하니 영화나 보고 박수나 칠 수밖에.
아, 어쨌든 한 편의 탈주극은 끝났다. 신창원은 다시 0.75평의 구덩이로 돌아갔고 우리는 오늘도 구덩이를 파야 한다. 빨리 파자. 허리라도 펴려면.
--- p.82-83
왕이 있다. 왕의 자리는 고독하다. 형제들은 질투심에 사로잡혀 있으며 신하들은 언제나 모반을 꿈꾼다. 암살의 위협이 상존하며 영토를 노리는 적대국의 동태도 감시해야 한다. 그러므로 왕은 냉정해야 한다. 때가 되면 운명의 승부를 걸어야 하며 가족과 국가의 안위도 책임져야 한다. 때로는 가족이라해도 살해해야 하며 적이라도 껴안아야 한다. 그게 왕의 운명이다. 왕은 한순간이라도 쉴틈이 없다.

<대부>시리즈는 한 왕국의 전설이다. <대부>에는 위에서 말한 그 모든 것이 들어 있다. 그 지점에서 <대부>와 세익스피어가 만난다. 내게 있어 <대부>는 20세기의 세익스피어다. 한 외로운 인간이 온갖 역경을 디고 왕위에 오른다. 주변의 제국들은 그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그들은 합종연횡하며 신생제국의 성장을 저지한다. 결국 전쟁이다. 그 전쟁을 통해 새로운 승자가 등극한다.
그렇다고 영구한 평화는 아니다.

평화는 잠정적이다. 왕은 늙어간다. 배신자가 나타난다. 왕은 후계자에게 말한다.'누군가 네게 다가와 협상을 권하면, 그자가 바로 배신자다.' 그는 생물학적 죽음과 맞서며 동시에 사회적 죽음과도 대결한다. 자신이 건설한 왕국의 패망을 막기 위해 아들에게 사람과 조직을 다스리는 법을 전수해준다.
--- p.155-156
명동성당 언덕을 넘어서니 새로 단장한 중앙시네마. 표를 받아들고 낚지볶음을 먹고 들어간 시간이 8시 정각. 먼길을 걸어왔지만 피곤하지는 않았다. 게다가 <매트릭스>는 흥미로운 영화였다. 그것은 모든 것의 잡탕이면서 또한 그 모든 것의 조화였다. 주윤발의 롱코트와 서극의 와이어 액션, 오우삼의 비장미, <공각기동대>의 세계관, 할리우드의 특수효과가 한데 어울려 인상적인 장면들을 버무려냈다.

이 영화에서 환상과 실재에 관한 인식론적 문제를 질문하는 건 부질없는 짓. 그건 이미 익숙한 알리바이다. '세상은 거대한 환상'이라는 <매트릭스>의 메시지는 평론가를 위한 친절한 함정이다. <매트릭스>의 진정한 메시지는 당신이 보고 있는 영화야말로 한바탕 쇼라는 것이다. 내가 <매트릭스>를 본 것은 주윤발과 오우삼과 서극과 클리늩 이스트우드와 터미네이터의 그림자였다. 다시 말해서 키아누 리브스는 영화라는 뻑적지근한 꿈속에서 그들의 이미지를 대신해 살아가는 것이다. 컴퓨터를 통해 '단기완성'된 쿵푸 실력처럼 영화 속에선 그 모든 일이 '단기완성'으로 가능하다. 두 시간 동안만 유지되면 되는 유쾌한 판타지. 그게 영화 아닌가? 내가 나비의 꿈을 꾸는 건가 나비가 내 꿈을 꾸고 있는 건가, 따위의 장자적 세계관을 대입하는 것도 역시 시간 낭비, 설익은 오리엔탈리즘의 혐의가 있다.
--- pp.55-56
...영화는 비린내나는 현실 그 자체도 아니고 그렇다고 땅콩처럼 간편하게 털어 넣을 수 있는 스낵도 아니다. 영화는 적당히 가공된 현실이다. 우리는 2차원의 스크린을 통해 3차원의 세상을 보며 4차원의 세계, 즉 과거로 혹은 미래로 거슬러 혹은 앞질러 달려간다.
--- p.10-11
...영화는 비린내나는 현실 그 자체도 아니고 그렇다고 땅콩처럼 간편하게 털어 넣을 수 있는 스낵도 아니다. 영화는 적당히 가공된 현실이다. 우리는 2차원의 스크린을 통해 3차원의 세상을 보며 4차원의 세계, 즉 과거로 혹은 미래로 거슬러 혹은 앞질러 달려간다.
--- p.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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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이 굴비 얘기로 영화산문의 서문을 삼은 이유는 글쎄, 내게 있어 영화란 어쩌면 굴비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보자면 영화쟁이들은 어선에서 부려진 신선한 조기를 가져다가 지느러미를 발라내고 염장하여 일일이 꿰미에 꿰어 햇볕 좋은 바닷가에 널어놓는 이들이다. 영화는 참으로 많은 것들을 함께 환기시킨다. 나는 아주 오랫동안 누군가와 함께 영화를 봐왔고 그들의 모습은 자연스럽게 그 영화와 결합하여 내 기억 속에 물이끼처럼 들러붙어 있다. 영화들은 심심찮게 내 삶과 얽혀들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영화에 대한 글쓰기를 하겠다는 내 기획은 내 잡스러운 일상과 상념에 관한 일기로 변질되어 버렸다. 그래서 나는 가끔은 자조적으로 이런 내 작업을 굴비 낚시라고 부른다. 누가 굴비를 낚겠는가. 생선이면서 생선도 아닌것을 어디 가서 낚겠는가. 그저 낚싯대 하나 드리우고 낚이지도 않을 굴비를 상상하며 나름의 생각에 빠져 허우적대는 것, 그게 내가 상정한 내 글쓰기의 모습이다.
--- '작가의 말' 중에서
김영하는 오늘도 영화를 낚는다. 이름하여 '굴비 낚시'. 그러나 그의 글들을 읽다 보면 그가 낚는 어종들이 어떤것이든 그건 별로 중요치 않다는걸 알게 된다. 여기에 등장하는 영화들은 그에 의해 낚여 올려지는 순간 모두 '김영하의 영화'가 돼버리기 때문이다. 그는 궁극적으로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게 아니다. 영화는 그만의 거침없는 입담과 유머 감각, 경쾌한 사유들을 펼쳐보이는데 필요한 하나의 통로에 불과하다. 여기엔 영화는 없고 영하적인 것들로 가공된 영화만 있다. 말하자면 김영하표 굴비인 셈이다. 사실 그와 난 영화 보는 취향이 많이 다르다. 그가 낚은 영화들 중에도 내 경우엔 그저 그렇게 본 것들이 꽤 있다. 하지만 그가 만든 굴비들은 아주 맛있다.
--- 유 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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