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 돌리고, 빨리 쉬어야지. 방 닦아 놓고, 빨리 쉬어야지. 반찬 사놓고, 빨리 쉬어야지. 병원 갔다가, 빨리 쉬어야지. 빨래 널고, 빨리 쉬어야지. “엄마, 나 왔어.” 아들들 간식 챙겨주고, 빨리 쉬어야지. “엄마, 숙제.” 아들들 숙제 도와주고, 빨리 쉬어야지. “엄마, 배고파.” 아들들 저녁 차려주고, 빨리 쉬어야지. “불 끄고 자자.” 다음주에는 무조건 쉬어야지. --- p.17
아들들, 얘들아, 친구들아, 여러분, 이놈의 새끼들이, 아이들을 부르는 호칭이 다양한 만큼 아이들을 향한 내 마음도 다양하다. 그래서 어떨 때는 내가 미친년 같다. 그래서 어떨 때는 내가 무섭기도 하다. 이 새벽,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불안하고 설레고 그렇다. --- p.51
새벽마다 20명이 넘는 일꾼의 밥과 참을 준비했고, 낮마다 20명이 넘는 일꾼과 함께 쭈그리고 앉아 모종을 심었고, 밤마다 20명이 넘는 일꾼의 내일 밥과 간식거리를 생각하셨을 것이다. 지금의 엄마는 새벽마다, 낮마다, 밤마다 다리를 절룩거리신다. 오늘은 그 일꾼들을 죄인으로 만들어 버려야겠다. 당신들! 우리 엄마 다리 어떡할 거야? --- p.61
“감사하데이백미정이가자랑스러워항상마음속깊이기도할게행복해래이사랑해”(띄어쓰기가 안 된 엄마의 카톡 우리 엄마가…나보고…자랑스럽다 했다… --- p.76
“아이 때문에 부모의 반응이나 기분이 좌지우지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_하임 G. 기너트
기너트 박사님, 이 세상에 안 계시니까 마음 편히 제 말 좀 할게요. 박사님은 글 쓴 대로 되시던가요? (따지는 거 아님. 정말 궁금한 거임. --- p.97
그거 아니? 나도 너희가 늘 사랑스럽지는 않아. --- p.113
엄마의 잔소리가 그리워지게 되는 날이 엄마가 이제 늙었음을 알게 되는 날이다. --- p.115
생선가시를 발라 너희 밥숟갈 위에 살점 하나 올려놓는 내 손으로 푸르른 바다가 너희 마음 그릇이었으면, 푸르른 바다가 너희 행복 분량이었으면, 하고 기도하겠다. 이틀에 한 번씩 너희 옷가지를 건조대에 널고 있는 내 손으로 햇빛이 날 때도 너희 인생에 겸허해지길, 그늘이 질 때도 너희 인생에 당당해지길, 하고 기도하겠다. --- p.123
너희의 수많은 처음은 수많은 가능성이 된다라는 뜻. 너희의 수많은 처음은 수많은 위험부담이 된다라는 뜻. 너희의 수많은 처음은 수많은 희로애락이 된다라는 뜻. 처음에게 잘보여야 하는 이유다. --- p.133
아들들, 잘 들어라. 너희 보고 해와 달이 되어라, 너희 보고 구름과 별이 되어라, 라며 큰 미래, 바라지 않는다. 그냥, 너희답게 사람답게 그리 살아주었음 한다. 평범함이 비범함이다.
--- p.1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