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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너드 번스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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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너드 번스타인

: 정치와 음악 사이에서 길을 잃다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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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0년 12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365쪽 | 658g | 153*224*30mm
ISBN13 9788989721000
ISBN10 8989721008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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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매자 :   수뗑이   평점4점
  •  정치와 음악 사이에서 길을 잃다
  •  특이사항 : 음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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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동생 셜리에게 보낸 편지에서 그는 자신이 소환을 기다리고 있으며, 감옥에 보낸다는 위협 앞에 자신이 친구들을 팔지 않을 용기를 갖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는 두려움에 떨고 있었으나 ‘그들이 내게도 손을 뻗쳐올 때’, 즉 증언대에 서게 될 때 옳다고 믿는 일을 할 용기를 갖기를 소망했다. (110

갑자기 루니(하원 조정위원회 위원장)가 그 투어는 무기한 연기라고 선언했다. 단원 중에서 익명의 공산주의자를 색출할 때까지는 말이다. 번스타인은 그 교향악단과 해외에 나갈 예정이 아니었다고 했지만, 루니는 그와 그의 동료들의 정치 성향을 두고 심문을 준비했다. 번스타인은 분명 공포에 질렸다. 그는 블랙리스트를 견뎌냈고, 반미활동 조사위원회의 심문을 당할 위기에서 스스로를 폄하하는 반공적 진술서를 쓰면서 가까스로 벗어났다. 하지만 12월에 자신의 오페라 《캉디드(Candide)》 초연을 앞두고 있는 이제, 그의 경력이 다시 한 번 절대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심포니 오브 디 에어의 관리 이사였던 제롬 투빈(Jerome Toobin)은 이렇게 말했다. “번스타인은 이야기를 할 때 말 그대로 자기 목을 움켜잡곤 했으며, 머리를 좌우로 흔들었다. 그리고 이렇게 그르렁거렸다. ‘맙소사. 이게 대체 무슨 일이람.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말도 안 돼. 말도 안 된다고.’ 그리고 자기 손을 비벼대고, 줄담배를 피우고, 부산하게 몸을 움직여댔다.”---p.136

다시 투쟁의 대열에 서는 일은 쉽지 않았다. 번스타인 세대 사람들은 아직도 1950년대 의회 청문회에 끌려가 겪었던 배신, 폄하, 모욕 등의 트라우마를 떨치지 못하고 있었다. 당시 그들의 삶과 경력은 완전히 엉망이 되거나 큰 위험에 처했었다. 당시 표적이 된 사람들 중 일부는 망명을 떠났고, 일부는 감옥에 갇혔으며, 어떤 사람들은 비명에 사라졌다. 그러나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정치에서 물러났어도, 이제 그들은 (1930년대 또는 1940년대 초에 태어난) 젊은 세대의 뒤를 따라 다시 정치에 나서려 하고 있었다. ---p.162

10월 30일자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분노와 절망에 사로잡힌 번스타인은 그의 동료 시민들에게 화살을 돌렸다. 듀카키스도 포함한 진보 자유주의자들이야말로 노예제를 종식시키고 노동자들의 권리를 쟁취한 주역임을 상기하라는 것이었다. 자유주의에 반대했던 ‘폭군들’에는 1919년과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의 시기에 빨갱이 공포증을 양산했던 사람들이 포함된다. 이 현대의 폭군들은 건강보험이나 ‘문화 진흥책’ 같이 사회에 필요한 프로그램을 희생시켜 군비를 증강한다는 것이다. 번스타인의 발언은 자유주의의 최대 침체기였던 당시로서는 매우 이례적인 발언이었으며, 번스타인의 오랜 정치 참여 역정 중에서도 동료 시민들에게 가장 신랄한 입장을 드러낸 경우였다.---p.263

번스타인이 품었던 그런 오페라 작곡의 영감은 1948년 11월, 변덕스러운 대중이 진보당을 버리고 민주당에 표를 던짐으로써 사라져버렸다. 이 유권자들이 진보당에 공산주의자들이 있다는 점에 충격을 받은 것인지, 아니면 공화당이 선거에서 어부지리로 이길 것을 두려워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어찌 되었든 번스타인이 일깨우려 했던 대중, 그의 작곡 계획의 기반이었던 대중이 사실상 증발해버린 것이다. 트루먼의 노-사-농-정 화해론과 국내외 공산주의와의 대결론은 여론을 독점했다. 전방위적인 냉전 문화에 포위되고, 반공 자유주의자들과 대중매체의 조롱 대상이 되고, 블랙리스트의 대상이 된 진보파는 내적인 망명을 하거나 작품상에서 비판의 수위를 낮춘 채로 위기를 견디려 했다. 진보주의는 해체되고 있었다.---p.281

하지만 시대는 그를 버렸다. 순조로운 진보가 가능하리라 여겼던 1930년대와 1940년대의 낙관주의를 산산조각 낸 1950년대의 매카시즘과는 또 달랐다. 1970년대의 ‘저항’이 이렇다 할 열매를 맺지 못하고 스러진 뒤, 미국과 세계는 신자유주의와 신보수주의의 길로 접어든다. 그 속에서 대중은 물질주의와 과소비, 말초적 자극 위주의 오락에 탐닉한 나머지 더 이상 콘서트홀에서 ‘카타르시스’를 찾으려고 하지 않는다. 클래식은 이미 소수의 취미에만 부응하는 낡은 예술이 되고 만 것이다. 이런 마당에 ‘미국적 오페라’를 써본댔자 누가 진지하게 들어 주겠는가? 누가 그것에서 감동을 받고 새로운 인간으로 거듭나겠는가? ‘시대의 총아’였던 그가 어느새 ‘시대의 박제’가 되어버린 현실 앞에 번스타인은 절망했으며, 끝내 그 절망에서 일어서지 못했다. 그래서 필생의 숙원을 이루지 못한 채, 아니 않은 채 눈을 감았다. 이렇게 보자면 그는 분명 많은 행운을 누리며 살았지만, 동시에 가장 원했던 일을 해내기에 필요한 행운은 허락받지 못했던 것 같다. …
번스타인이 겪었던 블랙리스트의 문제, 정치적 소신과 예술적 사명의 갈등, 그리고 시대와 자신과의 관계 설정 문제는 오늘날, 여기 대한민국에서도 여전히 현실적인 문제인 것이다.
---옮긴이의 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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