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크 도시는 규칙적으로 곧게 뻗은 가로를 통해 상호 연결된 많은 기념비적인 도시 초점들로 이루어진 구조로 되어 있다. 직선 가로는 활기차게 약동하면서 끝없이 뻗어나간다. 이 수평적인 운동에 대응하여 기념비적 초점들은 광장 가운데 솟아 도시 공간 속에서 수직 축으로서의 조절 기능을 담당한다. 이 기념비들은 고대 로마유적에서 가져온 이집트의 오벨리스크, 상부에 성인을 올린 고대로마의 기념주, 그리고 가톨릭의 상징인 교회의 높이 솟은 돔이다. 이 거룩한 기념비들의 이색적인 잠재력이 광장의 매력을 결정한다. 결과적으로 가로와 기념비적 건조물들은 갖가지 변주곡을 연주하면서 황홀경의 바로크 도시 로마라는 웅장한 교향곡을 완성해낸다.
--- p.16~17
바로크 특유의 형태 즉, 타원은 사실 기하학적으로는 중심에서 벗어나는 두 개의 원과 비슷한데, 베르니니는 오히려 타원에서 이 원이 가지는 특징을 추구하였다. 팔라디오의 테아트로 올림피코와 유사하다는 점을 비트코버가 지적한 바처럼, 베르니니의 의도는 원형극장의 주역은 교황이고, 관객은 교황의 축복을 받기 위해 모여드는 거대한 신자들의 무리를 만들어내는 데 있었을 것이다.
--- p.74
끊임없이 이어지는 엔타블러처의 강력한 연속감과 함께, 물결치면서도 매끄럽게 운동하는 기둥열의 이 벽에 에워싸여 공간은 다이너믹한 일체감을 얻는다. 이 약동하는 벽 위에 삼각형의 펜던티브 영역이 나타난다. 펜던티브 아치 내부에서 투시법적 효과를 내는 우물천장은 찌그러진 4분의 1의 구체라기보다는 짧은 반원형 볼트를 연상시킴으로써 이 부분이 십자형 평면 형태로 의도되었음을 알게 해준다. 하지만 상부에는 타원평면 위에 올려져야 할 타원 돔이 이어진다. 마름모꼴에 바탕을 둔 물결치는 평면, 십자형, 그리고 타원형과 다른 평면 형태가 상하로 겹쳐짐으로써 성 카를로 성당은 고딕과는 또 다른 차원의 수직적인 상승감이 있는 힘찬 공간을 자아내고 있다.
--- p.83~86
네 곳의 작은 틈에 구멍이 뚫린 돔 자체는 르네상스적 견고함을 지닌 구조체에서 이미 멀어졌고, 공중에 매달린 엷은 피막에 지나지 않음을 드러낸다. 이 피막의 열린 구멍으로 넘겨다보이는 것은 성인과 천사가 사는 천상의 빛이 넘치는 세계다. 그곳은 돔의 외피이며, 이른바 이 제 2의 단위 공간cell이 ‘빛의 상자’로 에워쌈으로써 돔과 갤러리는 환상적으로 부유하기 시작하여 교회 전체를 상당히 높은 중심형 홀로 표현해낸다. 구조성을 지닌 구아리니적 볼트의 리브는 지양되고, 건축은 빛으로 충만한 공간을 에워싸는 단편적인 피막이 되어, 무한히 겹치며 변모되기 시작한다.
--- p.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