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나가본 갠지스 강은 활기에 차 있었다.순례자들과 관광객들을 태운 배들이 넓은 갈을 거슬러 올라갔고,가트(강변의 계단)에는 수많은 순례자들이 몰려 있었다.팬티만 걸친 채,또는 사리를 걸친 채 강물 속으로 들어가 두 손 모아 기도하는 사람, 껍질을 반쯤 벗긴 나뭇가지로 이빨을 닦는 사람,코를 푸는 사람, 그릇을 닦는 사람, 웃고 떠들며 아침 수영을 즐기는 사람들로 갠지스
강은 활기에 차 있었다.
한쪽에서 소년이 머리에 비누를 바르고 벅벅 문지른 후 물속으로 쑥 들어가자 뿌연 비눗물이 물 위로 번지기 시작했다. 그 옆에서 사내가 비눗물로 풀어진 물을 휘휘 저으며 고개를 물 속에 처박
았다. 한참 만에 나온 그는 두 손으로 물을 떠서 마시기 시작했다.열네 번씩이나 그렇게 마셨다.그리고 마지막에 코를 팽 푼후,물에 뜬 자기 코를 손으로 휘휘 젓더니 물을 퍼 마시기 시작했다.
'갠지스 강물은 성수예요.그것을 믿고 마시면 아무 일 없지만그것을 안 믿으면 배탈이 나요.'뱃사공 소년이 조심스럽게 말했다.'그것을 믿니?'소년은 대답 대신 손으로 강물을 퍼서 마셨다.갠지스 강이 성스러운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믿음이 갠지스 강물을 성스럽게 만들고 있었다.
--- p.279
내가 돌아갈 세상의 집, 그 또한 덧없이 사라지는 한줄기 환상인 것을...... 세상을 살아오며 늘 허망하고, 불안하고, 외로웠던것은 내 진정한 집을 잘못 알았기 때문이었으니, 세상에 있지 않은, 영원한 나의 집을 찾기 전까지 나 또한 평생 울며 이 낯선 세상을 방황하리라.
--- p233.
고향을 그리워말라. 어디서 왔는가 묻지 말며, 어디로 간들 두려워 말라. 항해가 곧 우리의 고향이니, 끝없이 가는 이 여행길을 . 삶을 사랑하라. 바람이 어디서 왔는지, 어디로 가는지 모르되, 바람은 자유롭지 않은가?(50p)
나는 흐르는 강물을 쳐다보듯이 인도를 그냥 바라보았다. 그때 인도가 가슴속으로 흘러들어오기 시작했다. 흐르는 강물에 몸을 맡기듯이. 나는 인도에 몸을 맡겼다.(90p)
--- p.90
계속 변했다. 변화만이 내 눈앞에 보이는 실상이었다. 나의 생각과 느낌이 그토록 덧업을진대, 나의 판단은 얼마나 부질없는 것 이던가. 나는 흐르는 강물을 쳐다보듯이 인도를 그냥 바라보았다. 그때 인도가 가슴속으로 들어오기 시작해다. 흐르는 강물에 몸을 맡기듯이, 나는 인도에 몸을 맡겼다. 판단하지 말라. 내가 인도를 다니며 노력한 것은 바로 그것이었다. 내 감정과 생각을 믿을수 없었기에 나는 내 판단을 믿지 않았다. 나는 분석하지도 않고, 판단하지도 않은 채 그냥 강물 속에서 헤엄치듯 인도를 떠 다녔다.
여전히 나와 세상은 혼란스러었으나, 편했다. 인도가 아주 편해졌다.
'왜 인도를 자꾸 가요? 힘든데......'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편안해요. 세상이 분리되기 이전의 혼돈, 그 하나 속으로 녹아 들어가는 듯한 그런 묘한 편안함이 인도에는 있어요.'
--- pp.90-91
...어둠을 가르는 기차 바퀴 소리 사이사이로 여전히 노래가 들려오고 있었다. 벌판에서 불어온 찬바람에 사람들의 옷자락이 심하게 날리고 있었다. 피곤에 찌든 사람들은 깊은 침묵에 빠진 채 어둠이 펼쳐진 창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그의 노랫소리도 애절했지만, 자꾸 그의 삶이 궁금해지고 있었다. 저 노래를 부른 사람은 어떤 삶을 살아온 것일까? 울던 새도 둥지로 돌아가고, 뛰던 짐승도 보금자리로 돌아가는 이밤. 저 남루한 사내는 오늘 밤 어느 곳에서 눈을 붙일까? 이슬 내리는 들판에서? 컴컴한 거리의 담벼락 밑에서?...
--- p.120-121
"왜, 인도를 자꾸 가요? 힘든데......"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나는 이렇게 대답하였다. "편안해요, 세상이 분리되기 이전의 혼돈, 그 하나 속으로 녹아들어가는 듯한 그런 묘한 편안함이 인도에 있어요."
시간과, 공간과, 관계가 한없이 분리되고 있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 신도 죽었다고 하고, 이데올로기도 무너졌으며, 국가도, 가족도 점점 해체되고 있는 세상. 종교 따로 생활 따로, 부모 따로 자식 따로, 남편 따로 아내 따로, 너 따로 나 따로......
가시를 세운 고슴도치처럼 살고 있던 나는, 그 혼돈의 인도 속으로 들어가는 순간, 맨몸과 맨 정신으로 이 세상과 뒤엉키며 하나가 되었다. 그렇게 인도 여행이 되풀이 되었다.
--- p.91
...어둠을 가르는 기차 바퀴 소리 사이사이로 여전히 노래가 들려오고 있었다. 벌판에서 불어온 찬바람에 사람들의 옷자락이 심하게 날리고 있었다. 피곤에 찌든 사람들은 깊은 침묵에 빠진 채 어둠이 펼쳐진 창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그의 노랫소리도 애절했지만, 자꾸 그의 삶이 궁금해지고 있었다. 저 노래를 부른 사람은 어떤 삶을 살아온 것일까? 울던 새도 둥지로 돌아가고, 뛰던 짐승도 보금자리로 돌아가는 이밤. 저 남루한 사내는 오늘 밤 어느 곳에서 눈을 붙일까? 이슬 내리는 들판에서? 컴컴한 거리의 담벼락 밑에서?...
--- p.120-121
"왜, 인도를 자꾸 가요? 힘든데......"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나는 이렇게 대답하였다. "편안해요, 세상이 분리되기 이전의 혼돈, 그 하나 속으로 녹아들어가는 듯한 그런 묘한 편안함이 인도에 있어요."
시간과, 공간과, 관계가 한없이 분리되고 있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 신도 죽었다고 하고, 이데올로기도 무너졌으며, 국가도, 가족도 점점 해체되고 있는 세상. 종교 따로 생활 따로, 부모 따로 자식 따로, 남편 따로 아내 따로, 너 따로 나 따로......
가시를 세운 고슴도치처럼 살고 있던 나는, 그 혼돈의 인도 속으로 들어가는 순간, 맨몸과 맨 정신으로 이 세상과 뒤엉키며 하나가 되었다. 그렇게 인도 여행이 되풀이 되었다.
--- p.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