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에서 TV를 보며 엄마를 기다리던 수아는 문득 뭔가를 발견했는지 고개를 갸웃하며 현관으로 걸어갔다.
“어?”
현관문 아래쪽, 누군가가 밖에서 우유투입구를 열고 있었다.
수아는 쪼그리고 앉아서 가만히 지켜보았다.
그때 방에서 온라인 게임을 하던 호세가 휴대전화를 받으면서 거실로 나왔다.
“응? 아무도 안 찾아왔는데. 엄마 지금 어디야?”
“엄마야?”
수아가 고개를 돌려 오빠를 쳐다보며 물었다.
호세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 좀…….”
수아가 자길 바꿔달라며 손을 내밀었다. 호세는 동생에게 다가가 휴대전화를 건네주고는 현관문을 흘끔 쳐다보았다. 호세도 우유투입구가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엄마?”
“어, 수아야. 별일 없지?”
민지는 달리느라 숨을 헐떡거렸다.
“우리 야쿠르트 먹는 거야, 이제?”
“아까부터 무슨 야쿠르트야. 주스 마셨잖아.”
“아줌마 온 거 같은데?”
“응?”
“야쿠르트 아줌마 말이야. 아까부터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엄마, 내가 받으면 안 돼? 나, 야쿠르트 먹고 싶단 말이야.”
“안 돼, 수아야! 절대 안 돼. 문 열어주면 안 돼, 알겠니? 오빠 좀 바꿔봐, 빨리!”
수아는 자기한테 엄마가 왜 소리치는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오빠에게 휴대전화를 건넸다.
“엄마가 바꾸래.”
호세는 눈으로는 우유투입구를 쳐다보며 전화를 받았다.
“어, 엄마.”
“지금 밖에 누구 왔니?”
민지가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다.
“어.”
그때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노크라고 하기엔 다소 신경질적이고 거칠었다. 마치 주먹으로 두드리는 것 같았다. 그 소리에 수아가 겁을 집어먹고 오빠에게 다가가 허리를 끌어안았다.
“지금 밖에서 누가 노크하는데?”
“뭐? 문은, 문은 잠겨있어?”
“응.”
호세가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가 갈 때까지 기다려, 알았지? 아무 대답도 하지 말고. 꼭이야.”
“으, 응.”
엄마가 전화를 끊자, 호세는 수아의 손을 잡고 문에서 물러났다.
이번에는 초인종이 울렸다.
인터폰의 모니터가 켜졌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손바닥으로 카메라를 가리고 있는 모양이었다.
호세는 모니터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키가 작은 수아는 화면을 볼 수 없었지만 오빠의 표정에서 두려움을 읽고 바짝 긴장했다.
“오빠?”
“쉿! 조용히 해.”
또다시 초인종이 울렸다.
여전히 화면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호세는 동생을 뒤로 물리고 천천히 현관문으로 다가갔다. 문에 달린 작은 도어스코프로 누군지 확인하려는 것이다. 살금살금 조심스럽게 문에 다가간 호세는 동생을 흘끔 돌아보고는 심호흡을 하고 까치발로 서서 방범렌즈에 눈을 댔다.
바로 그때.........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