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린다 연 박사가 개발한 야심작을 발표하게 될 H홀에서 경감을 만나기로 했다. 박사가 특수 효과를 맡은 새 슈퍼 히어로 영화가 상영되고 있었다. 영화는 수준 높은 컴퓨터 생성 화상(CGI)에 음향 효과를 입힌 것이었다. 정말 환상적이었다! 연 박사가 작업한 것은 하나같이 믿을 수 없을 만큼 생생하지만, 몇몇 영화에 등장하는 ‘하늘을 나는 차’는 특히나 멋졌다. 나는 영화 제작에 어떤 수학과 과학 법칙이 사용되는지 몹시 궁금했다. 우리가 이렇게 멋진 기회를 갖게 된 것은 아빠가 ‘엔지니어와 과학자 들의 모임’에서 연 박사를 만난 덕분이다. 우리가 코믹콘에 오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박사는 자신의 일급비밀 기술을 선보이는 자리에 우리를 초대했다. 보통 그렇게 규모가 큰 행사를 보려면 몇 시간 동안 줄을 서야 하는데, 연 박사가 특별히 배려해 주어서 우리는 바로 행사장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정말 짜릿했다!
--- p.21~22
연 박사가 녹음한 내용이 다시 흘러나왔지만, 갑자기 관객들이 좀 전보다 크게 소리 지르는 바람에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었다.
“우리는 세계 최초로 ‘호버카(SF 영화나 소설에 나오는, 하늘을 나는 이동용 차)’를 개발했습니다.”
사람들이 연 박사가 말을 시작하기도 전에 소리를 질러서 왜 그런지 궁금했는데,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슈퍼 히어로인 ‘다크 디펜더’가 무대에 등장했던 것이다! 커다란 스크린에도 그림자가 비쳤다! 우리가 앉은 자리에서는 근육이 탄탄한 마른 몸매 윤곽밖에 보이지 않았
다. 머리에 후드를 쓰고 있어 얼굴은 알아볼 수 없었고, 눈과 코만 겨우 드러났다. 검은 기능성 장갑을 끼고 먼지 묻은 검은 전투화를 신고 있었다. 이 행사에 다크 디펜더가 올 것 같다던 레스트레이드 경감의 감이 맞았다. 우리는 연 박사가 어떻게 ‘다크 디펜더’를 쇼에 나오게 만들었는지 궁금했다.
‘다크 디펜더’가 차로 풀쩍 뛰어 들어가자 관객들이 크게 환호했다.
“저 차는 몇몇 영화와 TV 쇼에서 이미 사용된 바 있습니다. 배우와 스태프들에게 오늘까지는 비밀로 해 달라고 부탁했지요.”
연 박사가 녹음한 내용이 계속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런데 무대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과 내용이 맞지 않아 이상했다. 바로 그때, 차가 무대에서 튀어 오르더니 우리 머리 위를 날았다. 관객들이 열광했다! 눈앞에 똑똑히 보이는데도 믿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 하늘을 나는 차라니! 고개를 돌려 서퍼클럽 친구들과 부모님을 보니 모두 넋이 나간 얼굴이었다. 레스트레이드 경감은 충격에 빠져 손으로 입을 막고 있었다.
--- p.36∼38
갑자기 왓슨이 말했다.
“엄청난-걸-발견했어.”
“머어?”
내가 볼이 터지도록 음식을 입에 넣고 씹어 가며 물어 보았다.
“뉴욕으로-향하는-미확인-비행-물체를-봤다는-소식이-있어.”
“잠깐, 뭐?”
입에 있던 음식을 겨우 다 삼킨 다음 냅킨으로 입을 닦으며 내가 물었다.
“어디에서 봤어?”
“내가-항공-교통-관제-앱을-다운받았거든. 항공-교통-관제-센터에서-받는-정보가-
올라와.”
“와, 그런 앱이 있는 줄 몰랐네. 굉장하다!”
아빠가 말했다.
“비행기를-좋아하는-친구가-얘기해-줬어요.”
뭐? 왓슨한테 우리 말고 다른 친구가 있다고?
“그 앱으로 또 뭘 할 수 있어, 왓슨?”
지미의 질문에 왓슨이 앱을 작동시켰다. 모두 가운데로 몸을 숙이자 알아듣기 어려운 말들이 봇물처럼 터져나왔다. 비행에 필요한 지시 사항과 방향, 비행기 위치 등에 관한 내용이었다. 주파수를 다양하게 설정해 놓았는지 여러 목소리가 동시에 섞여 나왔다. 아주 복잡했지만 흥미로웠다! 그때 왓슨이 주파수를 맞춰 한 가지 소리만 들리게 했다.
“네. 제가 확인했습니다. 미확인 비행 물체가 샌디에이고 동물원 위에서 북동쪽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습니다. 비행 물체의 고도는 현재 어떤 항로도 방해하지 않습니다. 반복합니다. 미확인 비행 물체의 고도는 현재 어떤 항로도 방해하지 않습니다. 이상.”
--- p.56~57
“미드타운 코믹스로 가요. 샌디에이고에서 만난 쿠와 스콧이 거기에서 다크 디펜더 사진 인쇄한 걸 판다고 했잖아요. 두 사람은 모른다고 했지만, 그곳에서 다크 디펜더와 연락을 취할 방법을 알게 될 수도 있어요.”
“좋아, 하지만 호버카에 관해서는 말하면 안 돼. 연 박사님은 로 박사한테만 얘기하라고 했으니까.”
아빠가 다짐하듯 말했다.
우리는 브로드웨이와 7번가가 만나는 타임스 스퀘어로 가는 지하철을 탔다.
그 지역 심장부에는 ‘엠엔엠즈’ 와 ‘토이저러스’ 같은 큰 상점과 식당 들이 많았다. TV 쇼와 음식, 옷과 영화를 홍보하는 형형색색의 광고판들도 있었다. 나는 일본 회사 니신에서 불을 밝혀 세운 큰 컵 누들 광고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이곳은 극장가의 중심이기도 해서
〈레미제라블〉이나 〈해밀턴〉, 〈오페라의 유령〉, 〈위키드〉 등 연극과 뮤지컬을 선보이는 극장이 수를 헤아릴 수 없었다. 40번 스트리트와 7번 애비뉴 모퉁이로 몇 블록 걸어내려가자 미드타운 코믹스가 보였다. 건물 2층과 3층을 차지하고 있었는데 밖에서도 창문을 통해 수많은 상품들을 볼 수 있었다.
--- p.104∼105
어디서 먹을지 망설이는데 지미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꽥!!!”
아빠와 엄마, 엘리자, 나자, 웬디 누나, 왓슨 그리고 내가 곧바로 오리처럼 쭈그리고 앉아 손으로 머리를 가렸다. 우리가 공격당하고 있는 건가? 아빠가 휴대폰을 찾아 들고 레스트레이드 경감에게 전화를 걸려는데 모란이 갑자기 오리처럼 꽥꽥거리기 시작했다.
“꽥, 꽥, 꽥, 꽥.”
우리는 모두 매력적인 목소리로 꽥꽥거리는 위엄 있는 로봇을 바라보았다.
“이게 다 무슨 일이야?”
엄마가 조심스럽게 몸을 세워 혹시 하늘에서 뭐가 떨어지는지 올려다보았다.
“꽥, 다크 디펜더, 셜-록! 꽥, 다크 디펜더라고, 저기 있잖아!”
지미가 우리 있는 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낮은 건물을 가리키며 소리 질렀다.
그제야 우리도 일어났다. 분명 거기 다크 디펜더가 있었다!
--- p.76∼77
이 소리에 다크 디펜더가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자 엘리자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다크 디펜더에게 달려들었다. 다크 디펜더는 놀라서 소리를 지르며 엘리자의 머리 위로 풀쩍 뛰어올랐다. 엘리자는 딱딱한 콘크리트에 착지하려다 하이라인 가장자리와 3층 아래 거리를 향해 구르기 시작했다.
엘리자 바로 뒤에 있던 웬디 누나가 놀랍게도 다크 디펜더를 지나쳐 친구를 구하러 뛰어들었다. 누나는 가드 레일 아래로 떨어지려는 엘리자의 팔을 붙들고, 다른 손으로 가드레일을 잡았다.
“안 돼!”
아빠가 갑자기 전속력으로 뛰어나갔다. 나도 최선을 다해 빨리 뛰었다. 그러나 거리가 너무 멀어 제때 가 닿을 수 없었다!
다크 디펜더가 웬디 누나와 엘리자가 있는 곳으로 달려가 6미터 아래에서 차가 오가는 벼랑에 매달린 엘리자의 다른 쪽 팔을 잡았다.
우리가 뛰어가고 있는 동안 다크 디펜더는 웬디 누나와 힘을 합해 엘리자를 하이라인 위로 끌어당긴 후 두 소녀 옆에 털썩 주저앉았다. 엘리자와 웬디 누나는 너무 정신이 없어 다크 디펜더가 옆에 와 있는 줄도 몰랐다.
--- p.156∼1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