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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오래오래(J.H CLASSIC 39)(양장본 Hard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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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오래오래(J.H CLASSIC 39)(양장본 HardCover)

유계자 | 지혜 | 2019년 11월 25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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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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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9년 11월 25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120쪽 | 242g | 130*225*10mm
ISBN13 9791157283774
ISBN10 11572837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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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밭에 구령을 맞추는 갯메꽃이 있지/ 바다를 향해 쨍쨍하게 나팔 하나씩 빼어 물면// 자갈자갈 거품 문 게들이 발바닥에 짠 내음을 불러들이지/ 먼 바다에서 아직 돌아오지 않는 안부를/ 뱃길 따라갔던 갈매기들이 가끔 물고 오지// 외할머니가 가르쳐 준대로/ 갯메꽃 입술 가까이 대고 따개비 같은 주문을 외워/ 오래오래오래// 숨 한번 크게 들이쉬고 중얼거리면/ 메꽃 속에서 긴 밧줄을 타고 꽃씨 닮은 개미들이 줄줄이 기어 나오지// 하나 둘 개미를 세며 기다려 줘야 해/ 외삼촌을 기다리는 외할머니 앞에선// 그러는 동안 밀물이 찰싹찰싹 발등을 간질이지/ 눈물 비린내 묻은// 오늘도 남은 사람들은 혼자 갯메꽃 주문을 외우며/ 물수제비를 던지지/ 퐁퐁퐁 물발자국 딛고 오라고// 해가 지도록 오래오래오래
---「오래오래오래」전문

회장은 달/ 회사명은 밀물과 썰물// 조금 때만 쉴 수 있는 어머니는 달이 채용한 2교대 근무자// 철썩,/ 백사장이 바다의 육중한 문을 열면/ 발 도장을 찍고 물컹물컹 갯벌 자판을 두드려 바지락과 소라를 클릭한다// 낌새 빠른 낙지는 이미 뻘 속으로 돌진하고/ 짱뚱어는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을 살피느라 정신없고/ 농게는 언제나 게 구멍으로 줄행랑치기 바쁘다// 성깔 있는 갈매기는 과장되게 끼룩 끼끼룩 거리며 잔소리를 해댄다// 가끔 물풀에 갇힌 새우와 키조개를 불로소득 하지만/ 실적 없는 날은 녹초가 되어 비린내만 안고 퇴근한다// 평생 누구 앞에서 손 비비는 거 질색인데/ 겨울바람에 손 싹싹 비벼대도 승진은 꿈도 꾸지 못했다// 자별하다고 느낀 달의 거리마저 멀어지자/ 수십 년간 충실했던 밀물과 썰물 회사를 정리하였다// 파도 같은 박수 소리/ 근속 훈장 하나 받아보니 구멍 숭숭 뚫린 직업병이었다//
---「바다 회사」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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