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영 시인의 첫 시집 『나날의 그물을 꿰매다』에 보이는 시적 장점은 말하고자 하는 바를 귀에 거슬리지 않는 평균율(平均律)의 목소리로 차분히 전해주는 자연스런 유연함에 있다 할 것이다. 그의 시에서는 생활 현실의 구비 구비마다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우연과 필연들을 가성(假聲)이 아닌 자신만의 소탈한 목소리로 노래하는 순정성이 느껴진다. 계룡산이나 삽시도 같은 자신이 뿌리박고 사는 삶터 근처의 풍경을 다루건, 캄보디아나 차마고도 같은 먼 이국의 낯선 세상 이야기를 다루건 간에, 그의 시는 인간의 공통적 삶의 진실을 예리하게 드러내 보여주는 구체적 현장성을 우리에게 생생히 전해준다. 그러기에 안이한 ‘낭만적 거짓’의 함정에 함부로 빠지지 않는 그의 시를 읽는 순간, 우리는 금세 동시대의 공유체험을 나누어 갖는 내적 기쁨에 스르르 젖게 된다. 이가림(시인,인하대 명예교수)
박소영은 꿈과 그리움의 시인이다. 충분히 다른 이들처럼 안주해도 좋을 자리에서 그녀는 안주하지 못하고 새로운 나라를 좇아 여행을 떠난다. 그러나 그 여행은 결코 낯선 여행이 아니다. 이미 친숙했지만 잊혀진 나라로 떠나는 여행이다. 가들가들 그녀의 가볍고도 섬세한 마음의 촉수가 가 닿으면 까마득 잊혀진 것들은 빛깔이 되고 소리가 되고 모습이 되어 우리 앞에 꽃밭을 수놓고 소리의 개울을 펼친다. 이적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아름다운 꽃밭이요, 한 번도 들어본 일이 없는 소리의 교향이다. 언제 이렇게 키가 자랐을까? 그녀의 키가 실지로 큰 것처럼 박소영 시인의 시는 키가 크 다. 키가 크니까 더욱 멀리까지 보일 것이다. 오래 만나온 사람에게도 그것은 괄목상대(刮目相對)다. 어쩌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박소영 시인의 시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정말로 눈으로 보는 듯한 시, 귀로 듣는 듯한 시이다. 발목에 기운이 남았을 때, 가슴이 뜨거울 때, 첫 시집의 기쁨을 들고 충분히 멀리까지 가보기를 권한다. 나태주(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