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하기를 좋아해서 메모를 하거나 특별한 일이 있을 때는 일기를 써왔지만, 정식으로 글을 써본 적은 없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한 지인이 자꾸 글을 써보라고 하는 것이었다. 잘 쓸 수 있을 것 같다면 서……. 그 말을 들을 때는 너무 바빴고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몇 년이 지나도 전혀 글을 쓸 기미를 보이지 않자 그분은 자신의 카페에 내가 글을 쓸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그러면서 뭐가 되었든 이곳에 써보라는 것이었다. 신기하게도 카페에 내 글을 써넣을 공간이 생기자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뭔가 써넣게 되었다. 그러길 10여차례가 되었다. 6개월여가 지났고 딸에게 이런 상황을 말했더니 블로그를 하나 만들어 보는 게 어떠냐고 해서 주변의 일들을 사진과 글로 올리게 되었다. 이 책의 내용은 그동안 블로그에 올렸던 글 중에서 추린 것이다. 2009년에 블로그가 만들어지자 2006년에 중국에서 간이식수술을 받을 때의 기록이 잠들어 있다가「나의 중국 간이식수술기」로 다시 태어났다. 글을 읽은 사람들이 간이식에 대해서 문의를 해오면 답을 해주기도 한다. 알고 있거나 경험한 것은 표현을 했건 안 했건 사실에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글로써 표현을 하고 안 하고의 차이는 대단한 것 같다. 해마다 1월 1일이 되면 친정에서 모임이 있는데 세뱃돈 대신에 책을 한 권씩 선물하는 걸 즐겼다. 2011년의 목표 중 한 가지는 2012년 1월 1일에 조카들에게 내 책을 선물하는 것이었다. 미리 준비를 해야 했지만, 마음과 시간의 여유를 내지 못했다. 10월이 되어서야 부랴부랴 이미 써놓은 글을 정리하면 되겠지 하고 간단하게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걸 알게 되었다. 글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나의 다양한 경험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나의 자산임을 알게 되었다. 나이 들어 대학에 합격했을 때 4년간은 공부하면 되겠구나 하며 할 게 많아서 든든한 마음이었듯이, 수필가로 등단했기에 더 나이 들어 기운이 없어진다 해도 글을 쓰면 되겠다는 희망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