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탐구’는 문화원의 가장 큰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관성적이고, 활용 단계까지 고려하지 못한 지역 탐구는 문화원을 자폐적이고 고립되게 만들기도 합니다. 결국 문화원이 지역을 탐구하는 목적은 살아 있는 민속을 아카이브하는 데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하게 됩니다. 지역에서 여전히 ‘예술’ 따로 ‘지역문화’ 따로 ‘생활문화’ 따로 영역을 나누는 현실을 보면 아직도 지역의 시간대가 캄캄한 어둠인 것 같지만 지역문화원의 개방형 플랫폼으로의 전환이라는 과제는 아직 유효합니다. 어둠 속에서 협력의 수준을 실험하는 노력을 통해 ‘협력의 경험’이 쌓여야 합니다.
---「여는 글」중에서
웹진 『경기문화저널』의 기획기사와 특별 기고, 보론 등을 엮어 단행본으로 발간하게 되었습니다. 2018년 『경기문화저널』 기사를 엮어 발행한 『로컬 지향의 지역문화운동』은 다소 논쟁적이고 도발적인 질문을 통해 지역문화원의 향후 방향을 모색하는 단초를 찾고자 출간된 단행본이었습니다. 당시 문제의식의 초점이 모호하기도 했고, 사유가 깊지 못한 측면도 있었지만 몇 가지 개념을 정립함으로써 지역문화원이 당면한 과제를 명확히 볼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 바탕 위에 이 책은 ‘지역문화원 발전방향 포럼’에서 제시된 ‘플랫폼으로의 전환’이라는 과제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현할 수 있을지 방법을 찾고, 현장에서 추진되고 있는 다양한 사례가 지역문화원에 어떤 시사점을 던져줄 수 있는지 함께 고민하고자 발간하게 되었습니다.
경기도문화원연합회는 지역 중심적 사고가 절실히 요구되는 흐름 속에서 ‘지역(로컬)’, 그리고 ‘커뮤니티’가 우리 사회의 유일한 희망이라는 도발적인 제안을 4 하고자 합니다. 그 제안을 더 구체화하기 위해 ‘협력’, ‘연결’ 그리고 ‘지역 탐구를 위한 방법론’ 등 크게 세 가지 주제에 대해 문화원 내외부 필진들의 의견을 모았습니다. (후략)
---「여는 글」중에서
지역에서 문화원이 외부의 예술가(단체) 및 지역 주민들과의 원활한 협력적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규칙의 정의’를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 비유적으로 말하자면 협력을 위한 ‘평상(平床)’을 하나 놓는 것이 필요하다. 여기서 말하는 평상의 원리는 어느 누구도 어느 누구보다 높지 않고, 어느 누구도 어느 누구보다 낮지 않다는 점을 일상적으로 실천하는 ‘n분의 1’의 정치학이 구현되는 장(場, feild)이다. 협치/협력에 관한 이러한 정의는 공유지의 비극이 심화되고 있고, 이른바 ‘소유자 사회(ownership society)’를 넘어 지역의 회복력을 어떻게 복원할 것인가 하는 측면에서 중요하다. 한마디로 말해 공유(共有)의 가치가 더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서로가 필요하다」중에서
문화원과 문화재단은 공통의 지향점이 있습니다. 발을 디디고 있는 자신의 지역문화 진흥을 위해 시민과 함께 미래로 나아가자는 것이지요. 우리는 일반적으로 지역문화란 지역에서 향유하고 있는 문화, 즉 ‘지역의 전통문화(문화유산), 지역민의 생활문화와 예술문화’ 등을 포괄하면서 ‘지리적 공간 및 행정구역의 관점에서 본 지역에 기반을 둔 문화’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생활 공간, 경제 공간, 심미적 공간, 생태 공간 등의 특성을 반영한 ‘지역에서의 삶의 총체’를 지역문화라고 칭하기도 합니다. 이렇듯 지역문화는 지역 주민의 삶과 밀접하기 때문에 ‘왜’ 라는 질문과 더불어 ‘누구와’, ‘무엇을’이라는 질문을 지속적으로 해야 할 것입니다.
---「‘나무들의 우정’을 생각한다」중에서
‘동네 지식인’은 그저 동네에 있는 지식인이 아니다. 동네 지식인은 동네에 살면서 동네를 배우고 동네 생활 속에서 지식을 실천하는 사람이다. 그러니까 동네를 성찰하는 사람인 것이다. 진정 지식인이고자 한다면 먼저 동네를 탐구해야 하지 않을까? 동네 아낙들, 동네 어르신이 체득하고 있는 동네에 관한 생활 지식을 배워야 하지 않을까? 동네 구석구석을 살피며 가꿔온 일상적인 지식들이 얼마나 놀라운지 깨달아야 하지 않을까? 동네에 자라고 있는 꽃들과 약초들의 쓰임새, 골목골목에 스며 있는 마을의 역사, 24절기를 하루하루 몸으로 새기며 살아온 농군의 삶…. 동네 주민들이 살아온 거대한 생애 경험의 광산에서 어떤 광물을 발견하고 채굴할 것인지, 그것을 어떻게 세공해서 보석과 같은 지식으로 만들 것인지 고민하는 사람, 그런 지식인은 어디에 있는가?
---「‘동네 지식인’의 탄생」중에서
마을이란 함께한 기억을 공유하는 관계이며, 공유한 기억을 되살리면서 관계를 돈독하게 만들어가는 것이다. 우리가 과거의 기억들을 모아 기록하는 것은 단지 과거의 기억을 교류하고 공감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기억의 기록화는 마을에서 세대를 잇는 징검다리가 될 것이다. 양성한 시민 기록자들이 커뮤니티를 통해 서로 협력하고 소통하게 된다면 그 지속가능성은 더욱 강화될 것이다. 많은 시민 기록자가 참여하고 커뮤니티 간의 연대가 활발할 때 우리의 기록 생태계는 더욱 건강해질 것이다.
---「사라진 길 위에서 기억을 깨우다」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