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아침, 갑작스럽고도 서툰 자기 성찰에 사로잡힌 킬러 안데르스는 이 모든 것의 의미가 과연 무엇인지 자문해 봤다. 예를 들어 그 주크박스 사건에는 어떤 의미가 있었던가? (……) 주크박스가 그의 인생을 구한 것이다. 혹은 그가 주크박스를 무기로 사용하여 자신을 구했다고도 할 수 있다. 이것은 그의 무의식이 불안스레 속삭여 대기 시작한 것과는 달리, 그가 다시 감옥에 들어가는 것은 그렇게 필연적이지만은 않다는 얘기가 아닐까? 만일 폭력을 휘두르지 않고도 사는 게 가능하다면? 아니, 심지어 주크박스 같은 것들을 집어 던지지 않고도 사는 게 가능하다면?
만일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그 길을 찾을 수 있으며, 또 그 길은 어떤 길일까? --- p.90~91
바로 이 순간, 킬러 안데르스가 벌떡 일어섰다.
우려하던 재앙은 현실이 되었다.
「난 더 이상 사람들을 때리지 않을 테야! 왜냐하면 모두가 어린아이들이니까! 또 술도 마시지 않을 테야! 이제부터 내 인생을 예수님 손에 맡길 테야. 그리고 내가 어제 마지막으로 한 일에 대해서는 정확히 지불해 주기 바라. 그 돈은 적십자에 기부할 생각이야. 그다음에 우리는 이를테면 각자의 길을 가는 거야.」
「하지만…… 당신은 그러면 안 돼요! 내가 허락하지 못한다고요!」 --- p.112
자신과 마찬가지로 삶의 투쟁들이 궁극적으로 무얼 위한 것인지는 잘 모르지만, 어쨌든 자신과 함께 모든 것들과 모든 인간들에 맞서 맹렬히 싸우는 이 여자에게는 뭔가 특별한 게 있었다. 하여 페르 페르손은, 그녀가 언젠가 자신의 이름을 기억해 줄 수만 있다면, 그들이 이미 걷고 있는 길을 계속 가고 싶었다. --- p.117~118
정말이지 인생은 왜 이리도 고달픈지……! 사실 요한 안데르손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것부터가 그리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킬러 안데르스」라는 별명으로 더 잘 알려지게 된 것도, 최근에 구원을 받은 것도, 또 유일한 친구인 줄 알았던 자들이 맞아 죽지 않으려면 캠핑카를 타고 무작정 떠나는 게 좋겠다고 느닷없이 제안하는 두 웬수가 되어 버린 것도 그의 삶을 더 쉽게 만들어 주진 못했다. --- p.140
그들이 처한 상황에서 이런 식의 전개는 괜찮다는 게 요한나 셸란데르의 생각이었다. 그녀와 리셉셔니스트와 이 시대의 엘비스 프레슬리가 두 번째 캠핑카를 타고 사방을 돌아다니고 있을 때, 영웅의 팬들은 빨간색 볼보만을 눈이 빠지게 찾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헤슬레홀름의 한 여성 블로거가 완전히 자제력을 상실하고는, 지역 경찰서 앞에 버티고 서서「빨간색 볼보오! 내가 빨간색 볼보를 봤다고 했잖아아!」라고 악을 쓰다가, 결국 출동한 경찰견에게 쫓겨난 일까지 있었다. --- p.185
「안데르스 교회라고 하셨나요?」 그란룬드가 물었다.
「네, 우리 설교사님이신 요한 안데르스 님의 이름을 따서요. 아주 놀라우신 분이죠. 진정으로 하나님의 기적이라고 할 만한 분이시죠.」 이렇게 대답하는 리셉셔니스트의 머리에, 정말로 신이 존재한다면 당장 자기 머리에 불벼락을 내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 p.204
그런데 공무원들이 세월을 거치면서 배우게 되는 한 가지 사실이 있었으니, 고용부의 어떤 사무실 혹은 어떤 책상이 얼마나 작고 얼마나 외진 곳에 있다 하더라도, 그보다 더 작고 더 외진 곳에 있는 사무실과 책상이 언제나 존재한다는 사실이었다. --- p.245
하지만 누가, 그리고 어떻게 이 일을 할 것인가? 이것이 위층에서 계속 내려오는 맥주를 들이켜면서 그들이 논의한 문제였다. 참석자들 중에는 비공식적인 리더가 있었으니, 바로 전번 총회 때 용감무쌍하게도 처음으로 커플에게 이견을 낸 사내였다. 그는 대용량 잔의 맥주를 두 번 연거푸 들이켠 다음, 올로프손과 올로프손이 땅끝 하숙텔을 불태워 버렸다는,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아니, 그 일이 이 일하고 무슨 상관인데?」 올로프손이 따지고 들었다.
「맞아! 무슨 상관인데?」 그의 동생이 맞장구쳤다. --- p.249~250
「호산나!」 무대 뒤에 숨어 있던 요한나는 이제 파리버섯만 남았다고 리셉셔니스트의 귀에 속삭였다.
하지만 킬러의 혀는 다른 방향을 택했다.
「드리시오! 드리시오! 드리시오!」
「에구, 좀 나아졌네!」 요한나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 p.259
결국 그들은 삶이 잠시나마 즐겁게 느껴졌다면, 그것은 한 손으로는 아무도 모르게 몇 배나 받으면서, 다른 손으로는 주었기 때문이었다는 것을 피차 인정했다. 다시 말해서, 주는 것보다는 받는 것이 물론 행복하지만, 주는 것에도 좋은 점들이 없지는 않다는 얘기였다. --- p.373
인류는 실로 다양한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다. 인색한 사람, 이기적인 사람, 샘 많은 사람, 무식한 사람, 멍청한 사람, 그리고 겁 많은 사람……. 또 친절한 사람, 똑똑한 사람, 정이 많은 사람, 너그러운 사람, 상냥한 사람들도 있다. 이 모든 특질들이 한 사람 안에 다 모여 있을 수는 없다는 것을 페르와 요한나는 특히나 스스로의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었다. 철학자 이마누엘 칸트는 각 사람 안에는 어떤 윤리적 나침반이 있다고 주장했지만, 이것은 그가 페르나 요한나 같은 사람을 만나 보지 못했기에 할 수 있었던 말이었다.
--- p.419~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