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진호의 시에서는 살아 있는 사람의 냄새가 난다. 장례식장에서도, 내소사 가는 길에서도, 주천강에서도, 김 목수에게서도, 묵호항에서도. 송진호의 시를 읽으면, 사람들이 걸어가는 길이 보인다. 시란 어느 의미에서 삶의 길을 밝혀주는 자신만의 작디작은 등불과 같은 것이 아니겠는가. 내 삶의 길,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삶의 길, 내가 사랑하지도 않지만, 내 옆에 다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길, 내 옆에 없지만, ‘우리’라는 이 삶의 울타리 안에서 같이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삶, 그 삶을 자신의 마음으로, 자신의 눈으로, 자신의 가슴으로 밝히고 있는 작디작은 불빛. 송진호의 시를 읽으며, 세상이 조금이나마 따뜻해짐을 느끼는 것은 바로 이와 같은 불빛을 만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이 된다.
윤석산(시인,한양대 교수)
송진호 시인의 작품을 읽으면, 우선 그 우람한 체구와 다르게, 어쩌면 그토록 작고 여리고 쓸쓸한 곳을 어루만지고 있는지 놀라게 된다. 바위에 핀 작은 꽃송이나 산길에 드리운 풀향을 그리는 것이 그렇고, 나아가 생활주변의 가난하지만 순박한 사람들에게 연민의 손길을 주는 것이 그렇다. 그는 분명 ‘사랑’을 적시하고 있지만, 그 사랑은 추상적인 것이 아니라, 삶과 함께 구체적인, 그래서 ‘살아있는 사랑’을 말하고 있다. 시인의 힘겨운 인생역정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여러 시편들을 읽으며, 그 아래 고요히 흐르는 사랑의 물결소리를 듣는 것은 정말 즐거운 일이다.
정한용(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