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그런 여러분의 기억을 하나하나 소환해내고, 그 기억을 기술적으로 완벽하게 육신에 담아내 각자의 영혼을 각성시키는 곳입니다.”
그렇게 말하다 말고, 유리의 얼굴이 갑자기 흙빛이 됐다. 그럼 우리 기억이 소환됐다는 건, 우리가? 하고 물으면서 그녀는 문오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문오는 또박또박 확실하게 대답했다.
“안드로이드로 각성된 거야, 우리는.”
“사실 몸이란 건 영혼을 담는 그릇입니다. 그게 망가지고 깨져도 영혼은 남아있어요. 영혼은 기억의 총합체이고, 그래서 이곳에서 중요한 건, 육신이 아닌 영혼, 즉 여러분 각자의 기억입니다. 허나 우리 인간이란 존재는, 보이지 않는 영혼보다 보이는 육신에 더 친숙하기 때문에, 지금 여러분들은 안드로이드라는 몸을 빌려 다시 태어난…….”
“이제 여러분의 기억은 이어지고 모여서 증강돼갈 겁니다. 각자의 기억이 다른 자들의 기억과 회로망으로 씨줄 날줄 연결되면서, 어떤 특정한 상황에 대한 기억은 커져가고 그 속에서 결정적인 기억들이 도출될 겁니다. 그래서 여러분에게, 지금은 알지 못하는 사고 순간의 기억이 떠오르게 되는 거지요.”
…… 근데 네트워크에 살고 있다고 했잖아요. 그건 무슨 뜻인가요?
나는 늘 나 자신의 뇌를 대상으로 실험을 했었어.
들은 거 같네요.
그래서 내 실험데이터를 포함해 모든 기억들을 스스로 가상인격화해서 클라우드에 저장해뒀어.
가상인격화란 건 뭔가요?
가상의 인격체, 구체적으론 사람에게 있는 가상의 뇌가 만들어지는 거지.
그래서요?
지금 나는 그 클라우드를 빠져나와서 네트워크를 마음대로 돌아다니는 영혼이야. 엄마의 영혼.
몸은 없다는 거군요?
그렇지. 몸이 있는 엄마와 몸이 없는 엄마, 그렇게 되네?
그러다 클라우드에 없다는 게 알려지면 어떡하려구요?
지금의 나를 복사해서 클라우드에 저장해두고 빠져나왔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내가 탈출했다는 걸 모르는 거지.
아……
“예전에 우리가 좋아했던 스토리텔링 수업 시간에, 교수님이 그런 얘기를 하셨어. 어떤 작품에 관한 건지는 잊어버렸는데…… 우리는 죽을 때 마지막으로 본 사람을 다음 생에서도 기억한다고. 노트에다 적어놓고 우리 둘이 보고 그랬는데, 기억 안 나?”
미후의 얘기에, 글쎄, 하고 문오가 대답했다.
“왜, 우리가 처음 보는 사람한테 그런 얘기 하잖아, 어디서 많이 본 거 같다고. 그게 바로 그런 경우라면서……”
“눈 감기 전에, 우리도 절대 다른 사람을 보지 말고, 자기는 나를, 나는 자기를 보는 거야. 그러면 다음 생에도 우린 서로를 알아볼 수 있어, 반드시!”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