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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에 한 번, 반드시 떠나야 할 여행이 있다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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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08월 07일
쪽수, 무게, 크기 332쪽 | 482g | 135*210*19mm
ISBN13 9788960867161
ISBN10 8960867160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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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 대한 이 모든 이야기들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바로 ‘한 개인의 삶에도 르네상스의 시기가 있다’는 것이다. 인간은 두 번 태어난다. 한 번은 어머니의 자궁에서, 또 한 번은 여행길 위에서. 이제껏 한 번도 여행을 떠나지 않았다면, 모두에겐 또 한 번의 탄생이 남아 있는 셈이었다. 나에게 있어 여행을 통한 두 번째 탄생이란 무엇을 의미할까? 그것은 바로 나 자신의 내적 도약을 의미했다. 기대와 흥분으로, 내 안의 모든 피가 서서히 끓기 시작했다.
“나도 도약의 여행을 떠날 수 있을까?”
꼭 그렇게 하고 싶었다. 지금의 내가 아닌 새로운 나, 이제까지 느끼고 생각해왔던 낡은 방식이 아닌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인생을 살고 싶었다. ---p.12

축제에서 보다 쓸모 있는 사람이 되려고 할수록 점점 더 잉여 노동력이라는 기분을 떨칠 수가 없었다. 마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누군가가 ‘이곳에서는 독일 특유의 정확한 계산이 통하지 않고, 받은 호의를 똑같이 갚을 필요도 또 갚을 수도 없다’고 말하는 듯했다.
“이런 거 말고 더 할 일은 없어요?”
참다못한 내가 아짐에게 물었다.
“그거면 충분해요. 지금 하고 있는 일도 많잖아요.”
아짐이 여유롭게 말했다.
“왠지 아무것도 안 하는 기분이에요. 다른 팀원들과 똑같이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 부지런히 축제를 돕느라 정신없이 바쁘긴 한데 정작 무슨 일을 했나 싶단 말이에요. 내 일이다 할 수 있는, 뭔가 진짜 과제가 있었으면 해요.” 나는 내 뜻을 제대로 전달하려고 애썼다.
“이미 아주 잘하고 있어요.”
아짐은 똑같은 대답만 했다. 내가 들으려는 대답은 아니었지만 더 설명해봐야 소용없을 것 같았다. ---p.60

“이보쇼, 이건 우리가 주문한 골조가 아니잖소? 우리 건 이것보다 두 배는 더 길어야 하는데, 빌어먹을……. 물건이 도착하기를 얼마나 애타게 기다렸는데, 고작 가지고 왔다는 게 이런 엉뚱한 자재란 말이오?”
“그래도 약속한 날짜에 맞추려고 이렇게라도 온 겁니다.”
“약속한 날짜라니? 3주나 늦게 왔으면서.”
프리맨은 침착하게 그러나 단호하게 말했다. 하지만 기사도 지지 않고 맞받아쳤다.
“그렇다고 아주 늦었다고 할 수도 없죠. 소형 화물 트럭을 중국까지 보내 반으로 자른 봉을 싣고 서둘러 여기까지 왔단 말입니다.”
너무도 어처구니가 없어 할 말이 없었다. 프리맨은 거의 폭발 직전 상태까지 치닫고 있었다. 그가 이렇게 흥분한 까닭을 나는 알고 있었다. 최소한 수직정원의 기둥을 세우는 모습이라도 내게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나는 프리맨에게 슬며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전 괜찮아요. 이미 제 마음속에 아주 멋진 수직정원이 세워져있으니까요.” ---p.107

나는 그날부터 야근을 자처하며 일에 매달렸다. 그렇게 해서 일단 팸플릿부터 새로 만들었고, 사흘 뒤에는 세계시장에 선보일 회사 홍보물 디자인 전체를 맡게 되었다. 그러자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일주일 만에 나의 신분이 실습생에서 갑자기 인턴 헤드디자이너로 급상승한 것이다. 나를 대하는 나이라의 태도 역시 달라졌다. 물론 그녀가 내 소원을 모두 들어주고 내 제안을 무조건 좋다고 인정한 건 아니었지만, 아무튼 내가 바라던 대로 나를 마케팅 프로세스에 끼워주곤 했다. 오래전 모리츠 교수가 했던 말이 새삼 떠올랐다.
“사람들이 너를 대접하는 것보다 더 높은 자리에 너 자신을 올려놓아야 해.”
일에서 의미와 보람을 못 느끼는 것은 일을 준 사람의 책임이 아니다. 일에서 느끼는 가치와 보람은 거저 주어지는 게 아니라 찾아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스스로 선택한 일이야말로 자신의 품격을 높이는 가장 큰 수단일 것이다. 여기에는 그 어떤 핑계나 조건도 존재하지 않는다. ‘어차피 한두 달 뒤면 떠날 텐데 아무 일이나 하지, 뭐’라고 생각했다면 나는 여전히 실습생이나 조수로 일해야 했을 것이다. ---p.117

원주민 사내의 이야기를 듣고 난 뒤부터 일거리를 구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다소 옅어지는 기분이었다. 그 대신 생각할 거리가 좀 더 많아졌다. 중국이나 인도, 혹은 동남아시아의 몇몇 나라들을 여행할 때도 그랬지만, 살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는 사람들, 경쟁에서 밀려난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내 머릿속에는 기다란 계단이 떠오르곤 했다. 세상은 골고루 평범하게 발전하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높은 계단과 낮은 계단이 무수히 생겨나기 마련이다. 그리고 누구나 자신이 서 있는 계단을 출발점으로 삼아 인생을 살아간다. 수련여행을 시작하면서부터 나는 내가 서 있던 계단보다 한참 아래에 있는 계단을 수없이 목격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도저히 불평불만을 쏟아낼 수 없을 만큼 높은 계단에 내가 서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곤 한다. 나에겐 살기 위해 경쟁할 기회는 물론 세상을 여행할 자유와 숙식을 해결할 수 있을 정도의 재능까지 주어져 있지 않은가. 지금 이 계단만큼이라도 올라서기 위해 필사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지 알게 되면 ‘절망’이니 ‘의욕상실’이니 하는 말은 도저히 함부로 사용할 수 없으리라. ---p.209

니콜라는 내 초등학교 동창이자 생애 최초의 여자 친구였다. 여행 중에, 그것도 20년 전 코흘리개 시절의 짝사랑으로부터 연락을 받게 될 줄이야. 게다가 니콜라는 손님방을 따로 갖춘 넓은 아파트에 살고 있다고 했다. 욕실이 딸린 개인 침실, 거실, 부엌 그리고 테니스장만 한 넓은 옥상테라스까지! 하지만 정작 내 가슴을 뛰게 만든 것은 니콜라의 모습 그 자체였다. 산토도밍고 공항에서 내려 사방을 두리번거릴 때만 해도 나는 눈앞의 금발머리 아가씨를 한눈에 알아보지 못했다.
“파비안?”
그녀가 입을 여는 순간 나는 갑자기 초췌한 내 몰골이 너무도 부끄럽게 느껴졌다. ---p.274

여행은 돌아옴으로써 완성된다. 하지만 그것은 원점 회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옛이야기 속의 모든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모험을 떠났고, 모험 속에서 무언가를 얻은 뒤에 다시 돌아왔다. 그렇게 돌아온 주인공들은 떠나기 전과는 전혀 다른 내면을 갖고 있었다. 그는 더 나은 존재가 되었고 이전과는 다른 눈으로 삶과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힘이 생겼다. 중세의 수련여행자들, 그리고 그랜드 투어를 마치고 돌아온 청년들 모두가 그랬다. 그럼 나는 뭐가 달라졌을까? 그것은 말로는 설명할 수 없다. 다만 앞으로 살아갈 모습만이 여행의 증거가 될 것이다.
---p.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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