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퇴 후 12만 시간, 영원한 현역을 위한 ‘예비군’ 필독서
40~50대는 아직 일할 나이다. 직장을 나왔어도 충분히 일할 능력과 의욕이 있는 사람들이다. 예비군으로 치자면 ‘민방위’가 아니라 ‘동원 예비군’이라는 얘기다. 그래서 중년백수들은 불시에 떨어질 ‘동원령’에 대비해 평소 자기 관리를 해둬야 한다. 일자리도 일자리지만 그래야 우선 사람이 망가지지 않는다. 건강을 챙기고 세상 돌아가는 물정도 살피고, 또 왕성한 근로 의욕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 하다. 지금 주어진 시간은 인생의 제2막을 올리기 위한 준비 시간이다.
은퇴 이후 30년. 수면 시간 등을 제외하고 활동할 수 있는 12만 시간이 주어진다. 말콤 글래드웰이 그의 저서 《아웃라이어》에서 제시한 ‘1만 시간의 법칙’ 즉, 자기 분야에서 1만 시간 이상 끊임없는 노력과 열정을 쏟아 부으면 최고 전문가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분석에 따른다면, 12만 시간은 각기 다른 열 두 개 분야에서 전문가가 될 수 있는 어마어마한 시간이다. 덤으로 남겨진 시간이 아니라 치열하게 다시 살아내야 할 시간인 것이다. 저자는 이 시기를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남은 30년의 행복이 결정된다고 역설한다. 그러나 두려움과 막막함에 이 시기를 놓쳐버리는 사람이 태반이다. 이에 저자는 망가지지 않고, 다시 현역 생활을 준비할 수 있는 18가지 방법과 구체적인 팁을 담아 책으로 내놓았다. 자신과 주변의 진솔한 이야기를 통해, 시간을 활용하는 소소한 방법부터 새 일을 찾는 방법까지 알려준다. 움츠러든 실직자, 퇴직자들을 세상에 나오도록 격려하며 자신감을 되찾고 새로운 인생에 도전하도록 이끄는 책이다.
■ 은퇴는 나만의 속도로, 나만을 위해 살 수 있는 ‘행복한 시간’
저자는 은퇴는 나만을 위해 살아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새롭게 정의한다. 접어뒀던 삶의 꿈을 비로소 펴는 희망의 출발점이며, 삶의 시간표를 스스로 짤 수 있게 된 첫 계기라고 말한다. 그동안 ‘버팀목 세대’로서 부모를 봉양하고 아이를 키우느라, 회사의 중추로 일하느라 열심히도 살았다. 은퇴를 기점으로 이제 그런 삶은 막을 내린다. 그리고 가족이나 회사가 아닌 ‘나’를 위해 살 수 있는 삶이 시작된다. 은퇴 이후가 비로소 진정한 삶의 시작점인 것이다.
게다가 중년은 사회 경험도 많고 세상 물정도 잘 안다. 세파에 시달려 더러 닳기는 했지만 한편으로는 잘 단련되고 숙달된 나이가 바로 중년이다. 청년의 기백과 노년의 연륜을 겸비한 세대가 바로 중년인 것이다. 중년은 분명 끝이 아니라 또 하나의 시작이다.
■ 마음의 허기와 교양을 채워주는 안내서
실직자, 은퇴자라고 해서 당장의 경제적 문제에만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 당당하게 여유를 가지고 품위 있게 살려는 자세를 잃지 말아야 한다. 실직자도 얼마든지 품위 있는 삶, 격조 있는 삶을 살 수 있고, 그래야 한다. 스스로 교양을 챙기고 마음을 매만진다면 그리 살지 못할 이유가 하나 없다. 우아한 삶은 단지 돈만으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는 외형적 조건에 내면의 깊이가 보태져야만 품격 있는 삶이 가능한 법이다. 저자는 남명 조식 선생, 다산 선생 등 청빈한 삶의 지혜를 물려주신 스승의 가르침을 옮기며 안빈낙도(安貧樂道)의 도를 구한다. 실직에 맞닥뜨린 사람들이 간과하기 쉬운 마음의 문제와 교양을 이야기하며 의연한 삶의 자세를 배우고 익힐 것을 조언한다. 현실적인 당혹스러움 앞에 휘둘리지 않을 담대한 마음을 길러준다.
■ 실직의 속살, 나와 당신의 이야기
저자 정운현은 언론인으로, 가슴 뜨거운 친일 연구가로, 시인으로 살아왔다. 기자, 편집국장, 1급 공무원, 공기관 이사를 거치는 동안 늘 가슴으로 故 임종국 선생을 모셔왔다. 친일 행적을 파헤치는 데 평생을 보낸 그의 뜻을 좇아 친일, 반민특위에 관한 여러 권의 책을 펴냈고, 무엇보다 취재와 자료로서 말하는 언론인의 긍지를 지켜왔다. 글 쓰는 일을 천직이라 여기며 지난 24년간 몸담을 곳을 여섯 번 옮기면서도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일터로 출근했던 성실한 직장인이기도 했다.
그런 그에게 어느 날 불현 듯 ‘실직’이 닥쳐왔다. 한국언론재단 연구이사로 재직하던 중, 임기가 남아있었음에도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게 되었다. 차오르는 울분을 해소할 길이 없어 그도 한동안은 괴로움과 서글픔 속에서 지내야 했다. 그러나 그는 쓰라린 실직 앞에서, 깨어진 일상 앞에서 자신을 지켰다. 수고했다며 마음을 살펴주는 아내, 어느새 훌쩍 커서 아버지를 위로하는 아들딸이 곁에 있었다. 기나긴 마음의 터널을 지나온 경험자로써, 저자는 지금 마음의 고비를 겪고 있는, 앞으로 겪게 될 사람들을 위해 자신의 분투기를 세상에 내놓았다. 그는 매일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다시 하루를 시작한다.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