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은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었지만, 그 역시 따라 들어왔고 마커스도 굳이 말리지 않았다. 그 이 분 동안의 일은, 심지어 그 당시에도 이상할 정도로 기억에 생생했다. 계단을 걸어올라갔던 일, 복도에 꽉 차 있던 요리 냄새, 처음으로 카펫 무늬가 눈에 띄던 일. 훗날 그는 당시에 어쩐지 불안했다고 말했지만, 그 부분은 꾸며낸 것이었다. 왜냐하면 불안할 이유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열쇠로 문을 열었고, 그리고 새로운 인생의 한 장이, 콰쾅, 예고도 없이 활짝 열리고 말았다. --- p.84
“아들 녀석이 좋아할 것 같습니다.” 그는 점원에게 신용카드를 넘겨주면서 말했다.
“지금은 근사해 보이지만요, 아기가 곧 비스킷이며 칩스며 별별 걸 다 흘려서 금세 지저분해질 거예요.”
윌은 아기의 비스킷과 칩스와 별별 것들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래서 집에 가는 길에 가게에 들러서 초콜릿 칩 쿠키와 치즈과자 몇 봉지를 사서 전부 부순 다음에, 새로 산 카시트에 부스러기를 아주 넉넉하게 뿌려주었다. --- p.113
윌은 양심과 씨름을 했고, 양심의 모가지를 붙잡아 쓰러뜨린 후 끽끽거리는 비명조차 들리지 않을 때까지 깔고 앉아 있었다. 마커스가 학교에 가건 말건 윌이 왜 걱정해야 한단 말인가? 아니, 질문이 틀렸군. 마커스가 학교에 가든 말든 신경 써야 하는 이유는 윌도 아주 잘 알고 있는 바였다. 좀 다른 질문을 던져보자. 마커스가 학교에 가는지 안 가는지 윌은 실제로 ‘얼마나’ 걱정을 하고 있나? 답: 별로. 이제 좀 낫군. 그는 집으로 차를 몰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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